요즘 스타워즈는 '이것'이 문제다?

조회수 2020. 1. 1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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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루카스필름을 인수할 때 얘기다.

루카스필름의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편을 잘못 만들었다며 팬들의 원성을 사서 피곤해 하고 있었다. 나이는 들었고 은퇴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루카스필름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고 은퇴할 생각이었다. 그 때 루카스 감독에게 접근한 사람이 디즈니의 CEO 로버트 아이거 였다.



루카스 감독은 협상 과정에서 아이거 CEO에게 디즈니가 인수를 하더라도 루카스필름의 인력을 그대로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수장 로버트 아이거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만들 스타워즈 영화 내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디즈니가 갖기로 했다. 이렇게 2012년 10월30일 디즈니는 루카스필름을 약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다음에야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스타워즈 팬들이 얼마나 극성 팬들인지 디즈니는 몰랐던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공주를 좋아하는 팬과는 차원이 다른 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즈니는 스타워즈 영화 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왔지만 큰 고민에 빠졌다. 스타워즈를 잘 모를 수도 있는 요즘 신세대 영화 팬을 새로 끌어들이면서도 1977년 이후 스타워즈를 보면서 자란 극성 팬을 실망시키지 않는 스타워즈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미션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건 지난 5년 동안 해고 당하거나 사표 내고 떠난 감독이 6명에 이른다는 점이 대변하고 있다. 심지어 스타워즈 에피소드 7,8,9편의 전반적인 줄거리를 짠 인물도 몇 달 전에 루카스필름을 떠났다고 한다. 또 하나의 예는 2015년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를 감독한 콜린 트레보로우다.



그는 ‘쥬라기 월드’의 성공에 힘입어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지막 9번째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더 스카이워커’ 감독으로 발탁됐지만 2017년 9월 해고됐다. 그는 여러 개의 스토리 라인을 루카스필름 CEO 캐서린 케네디에게 보여줬지만 둘은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역대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히는 ‘왕좌의 게임’ 작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는 스타워즈의 다음 시리즈 3편을 제작하기로 했다가 10월 디즈니와 결별하고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했다. 



(물론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에 실망한 팬들은 이 일이 스타워즈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로 인해 디즈니는 2022년과 2024년, 2026년 3편의 스타워즈 영화를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는 있지만 이 외에는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 디즈니 안에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제약 조건이 너무 많아 감독이나 제작자가 하고 싶은 대로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스타워즈의 백미 중 하나인 로봇 캐릭터들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일단 장난감으로서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 인간 캐릭터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여성과 유색인종이 두드러지게 많아졌고 (이 부분은 마음에 든다.) 디즈니랜드에 테마파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도 제작진이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이와 동시에 오리지널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도 집어 넣어야 한다. 그 어떤 기발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제작의 방향도 왔다 갔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가 인수한 뒤 제작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7,8,9편의 내용은 확실하게 정해진 바가 없었다. 8편은 7편의 제작이 완료된 뒤에야 내용이 확정이 됐고 9편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 크레딧 쿠키(영화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여주는 영상)에서 암시되는 마블 영화와는 완전 딴 판이다.

이러한 상황은 흥행 성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디즈니가 제작한 첫 영화인 에피소드 7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역사상 가장 흥행을 많이 한 영화로 전세계적으로 2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에피소드 8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이의 절반이 조금 넘는 13억 달러를 벌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개봉했던 번외편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4억 달러가 채 안 되는 흥행 성적을 올렸다. (물론 모두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번 영화들인 건 사실이다.)

그래서 다음 주 미국에서 개봉(국내는 2020년 1월 8일 개봉)하는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지막 9번째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감독 역할은 에피소드 7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감독한 J.J. 에이브럼스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에이브럼스 감독은 에피소드 7만 감독하기로 돼 있었으나 케네디 CEO가 설득해서 다시 데리고 왔다.

스타워즈는 디즈니에겐 꿈과도 같은 프랜차이즈다. 영화는 물론 캐릭터 장난감, 테마파크까지 디즈니로서는 전방위로 돈을 벌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니까. 하지만 모두에게 어필하는 영화를 만들려다가 그냥 그저 그런 영화를 만들어서 역사적인 프랜차이즈를 이상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기업은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건 욕심일 뿐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를 굽는데 안익은 레어를 원하는 사람과 잘 익은 웰던을 원하는 사람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 중간 정도인 미디엄으로 구우면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고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출처: 커먼스 위키미디어
디즈니 CEO 밥 아이거(Bob lger)

이를 인식했는지 디즈니 CEO 아이거는 11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개봉 이후 “일시 중지 버튼을 누르겠다”고 말했다. 전략을 재정비 하겠다는 얘기다. 에피소드 9 이후의 스타워즈 영화들은 과거의 스타워즈의 향수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관객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내비쳤다. 정말이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참고 글

- 월스트리트저널: Disney Disturbs The Force

- 블룸버그: How Disney Bought Lucasfilm—and Its Plans for 'Star Wars'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 <40세에 은퇴하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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