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식음료 기업 "이곳"이 판매한 음료만 '300억 병' 이상

조회수 2020. 1. 16. 17: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중국 최고 부자가 누군지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전 회장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중국 후룬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9 중국 부호 순위에서 마윈과 그의 가족이 1위를 차지했다. 재산 규모는 2750억 위안(약 46조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혹시 '종칭허우(宗庆后)'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중국 대표 식음료 기업 '와하하(娃哈哈)' 회장 겸 CEO인 그는, 한때 중국 대표 부자로 손꼽혔다. 2010년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억만장자 리스트 1위에 오른 뒤 수년간 상위권을 지켰다. 종칭허우는 어떻게 와하하를 중국 음료 시장 전체 매출의 9%를 차지하는 업계 1위 기업으로 키웠을까.

틈새 시장인 '어린이' 공략

출처: 출처 바이두백과
와하하의 창업자 종칭허우

와하하의 창업자 종칭허우는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중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농장 등지에서 일했다. 30대가 된 그는 도시로 나와 세일즈맨이 되었다. 사업으로 눈을 돌릴 건 개혁개방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이다. 이전엔 국유화 정책 때문에 개인 사업을 하기 어려웠다.


87년, 42살의 종칭허우는 친구 2명과 함께 14만 위안을 종잣돈 삼아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집집마다 배달해주는 사업을 했는데, 첫해부터 10만 위안의 수익을 냈다.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은 사업을 건강식품 분야로 확장했다. '와하하'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종칭허우는 창업 초기 고객 타깃팅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오래 가는 음료 회사를 만들기 위해 건강함을 어필하는 음료로 방향을 잡았으나, 당시 38개 건강음료 제조사가 난립하는 상황이었다. 차별화를 위해 생각한 방안이 두 가지였다. ①경쟁사들처럼 만병통치약 콘셉트의 '허위 광고'를 하지 않을 것 ② 타깃을 명확히 할 것.

어린이를 타깃으로 내놓은 영양 드링크제는 와하하 성장의 발판이 됐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 '편식이 심하다'는 고충을 털어놓는 걸 듣고 연구해 선보인 제품이다. 이 제품은 '밥맛을 살려주는 음료'로 불리며 출시 3년 만에 매출 1억 위안을 달성했다. 선풍적 인기에 "와하하 음료, 어린이 밥맛 좋아요!"라는 광고 카피는 남녀노소 따라하는 유행어가 됐다.


여기서 종칭허우의 혜안이 느껴진다. 중국에선 80년부터 추진된 산아제한정책으로 '1가구 1자녀'만 허용됐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줄어 장난감이나 어린이 식음료 제조업에 승산이 없을 거라 보았지만, 종칭허우는 오히려 여기서 기회를 봤다. 어린이가 줄어도 절대 소비량은 증가하리라 예측한 것. 실제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소황제 세대'라고 불릴 만큼 부모의 절대적인 지지와 과보호 속에서 비교적 풍요롭게 성장했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었다고 해도 중국의 내수 시장은 여전히 거대했다. 어린이만 3억 명에 이르니 틈새시장이 결코 '틈새'가 아니었다.

윈-윈 통해 공급망 확장

와하하는 98년 내놓은 '콜라' 덕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코카콜라와 펩시라는 양대산맥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출시 3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12%까지 끌어올리며 와하하의 콜라 '페이창커러(非常可樂·Future Cola)' 성공을 거뒀다.


제품 개발의 단초를 제공한 건 내륙 지방 여행이었다. 종칭허우는 여행을 가면 항상 마트에서 장을 보며 시장 조사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 내륙 지방을 돌다 대도시에선 흔한 코카콜라나 펩시가 시골 지역에는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코카콜라나 펩시가 중국 내륙의 시골 마을까지 진출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기회를 엿본 종칭허우는 콜라를 개발해 중국 전역에 팔기로 결심했다. 결국 와하하는 시골 구석구석에 있는 슈퍼 진열대에 페이창커러를 올려놓았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못한 일을 와하하는 어떻게 해냈을까.


비결은 와하하의 유통 전략 '롄쇼우(连手) 제도'에 있다. 롄쇼우는 판매 대리점과의 협력 판매 제도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음료 대리점은 처음 음료를 받아갈 때 본사에 보증금을 내야한다. 이후 음료를 받아가면서 물품 대금을 지불한다.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뛰어들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음료 판매 대리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종칭허우는 이것이 대리점주에게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와하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안했다. 보증금을 받는 건 같지만 여기에 시중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했다. 또, 음료를 받아 팔면 월말 결산을 통해 보증금을 정산해줬다. 연말엔 판매액을 기준으로 보너스도 지급했다. 덕분에 와하하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올드한 와하하' 벗고 부활?

와하하는 그 외에도 와하하 AD 칼슘 우유, 와하하 생수 등 히트상품을 연달아 내놓았다. 와하하는 지금까지 중국 내에서 300억 병 이상의 음료를 판매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3년 787억 위안(13조1800억원)을 정점으로 수년 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드한 이미지와 혁신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영양음료를 내놓는 등 다양한 시도로 시장을 이끌었지만, 2010년대 들어 혁신 동력을 잃었다. 2014년 중국 한 매체는 와하하가 경쟁사 인기 상품을 베낀 듯한 음료를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쟁사인 캉스푸가 기능성 음료인 '마이둥'을 출시해 인기를 끌자 와하하는 기능성 음료 '치리'를 선보였다.

출처: 바이두백과
(좌) 종푸리 (우) 종칭허우

그렇지만 와하하에게도 부활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종칭허우의 딸 종푸리(宗馥莉)의 그룹 내 입지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푸리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 2007년부터 와하하의 자회사인 항저우 홍성 음료 회사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홍성뿐만 아니라 와하하 그룹에도 관여하고 있다. 많은 중국 매체들은 종푸리가 와하하의 올드한 이미지 쇄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종푸리는 '인정(人情)'과 '의리'를 중시하는 아버지의 '따거(大哥, 큰형님)' 리더십과 달리 직설적이고 냉철하며 합리성 높은 경영 방식을 추구한다. 장수 모델 교체에서 이러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와하하의 올드한 이미지 쇄신을 위해 98년부터 20년 넘게 와하하 생수의 모델로 활동해 온 가수 왕리홍(王力宏)과의 작별을 선언했다. 종푸리는 20대 초반부터 모델로 활동해온 왕리홍도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와하하 그룹이 추구하는 '젊은 와하하'의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계약 만료 사유를 전했다. 종푸리의 아버지 종칭허우는 과거 "왕리홍은 영원히 와하하의 모델이다"라며 여러 차례 의리를 과시한 적이 있었기에 종푸리의 결정은 파장이 컸다.

또, 젊은층에 소구하는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와의 콜라보를 통해 와하하 잉양콰이셴 음료(과일주스와 우유를 혼합한 영양음료) 디자인의 아이섀도를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 콜라보 제품은 뷰티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바이럴 되면서 홍보 효과가 배가 됐다. 신제품 홍보 시에도 중국 최고의 인기 어플 '틱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제품도 잇따라 내놓았다. 기존 제품에 새로운 맛을 더해 신상품으로 내놓는가 하면, 건강하고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위해 퀴노아, 견과류 등이 첨가된 건강 요거트 라인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와하하는 2018년 들어 하락세를 면했다. 2018년 매출은 468억 8800만 위안(약 7조 86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억 6000만 위안(약 771억 원) 증가했다.


중국 사람들은 종푸리의 경영 스타일을 놓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혹은 '냉정하고 정이 없다'라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다만 그들 모두 와하하의 올드한 이미지 탈피 전략에 있어서는 종푸리의 공이 컸다는 게 공통 의견이다. 지금 와하하에 부는 '혁신' 바람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인터비즈 박은애 박윤주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