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유주방", 제 2의 우버가 될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1. 1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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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설립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지난달 31일 우버의 이사직에서 공식 사임했다. 캘러닉이 우버와 결별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의 향후 행보다. 전문가들은 캘러닉이 그동안 벌여온 공유 주방 사업의 테스트 베드로 한국을 점찍었다고 평가한다. 우버의 설립자는 왜 한국을 공유 주방 사업을 테스트하기 좋은 곳으로 여긴 걸까?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는 우버의 전 설립자의 행보와 국내 공유 주방 시장의 현재를 정리했다.

우버 지분 매각한 이유... 공유 주방 사업 집중하려고?

출처: 동아사이언스
우버(UBER)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

2009년 우버를 설립한 공동창업자 캘러닉이 지분을 처분하고 이사직에서 내려와 우버와 완전히 결별한 이유로 사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성차별 은폐와 남성 우월주의, 배임 소송, 막말 논란 등이 자주 회자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Wall Street Journal)은 캘러닉이 평소 독재자 같다는 평을 많이 들어왔으며 일련의 논란들에 휘말리며 2017년 CEO 직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것에 불만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캘러닉은 우버의 상장 기념식 때 초대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회사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우버의 계속되는 부진한 경영과 연이은 순손실 때문에 일찌감치 발을 뺀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우버는 2019년 2분기에 약 6조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3분기엔 약 1조 4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700억 달러에서 520억 달러로 줄었고 주가 역시 공모 당시 45달러보다 30%가량 떨어진 31달러(2020년 1월 7일 기준)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더 손해를 보기 전에 얼른 탈출했다는 것.

출처: 클라우드키친 페이스북
캘러닉이 창업한 '클라우드키친(Cloud Kitchens)'

하지만 전혀 다른, 아주 흥미로운 관점의 분석도 있다. 캘러닉이 공유 주방 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우버 지분을 매각했다는 주장이다. 캘러닉은 2018년부터 '클라우드키친'을 통해 공유 주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클라우드키친은 배달 전문점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주방을 임대해준다. 클라우드키친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로부터 4억 달러를 투자 받기도 했다. 또, 캘러닉은 우버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클라우드키친에 2억 달러를 투자했다.


공유 주방의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선 공간을 사들일 자본력이 필수다. 결국 공유 주방의 핵심은 부동산이다. 공유 주방은 배달 사업을 전제로 하는 특성상 시내에 식료품 창고와 주방 임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클라우드키친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클라우드키친은 이미 10여 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부동산을 취득한 상태다.

승차 공유, 공유 오피스... 공유 경제의 다음 타깃은 주방?

"공유 주방 

= 주방 설비가 갖춰진 조리 공간을 

여러 사람이 대여하는 방식 "

승차 공유, 공유 숙박, 공유 오피스를 이어 공유 경제의 다음 행선지는 공유 주방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한국은 공유 주방 사업을 테스트하기 좋은 곳으로 주목받는다. 영국의 통신사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과 미국, 영국의 뒤를 이어 4번째로 음식 배달 시장의 규모가 큰 나라다. 로이터 통신은 캘러닉의 클라우드키친이 빠른 속도로 한국 외식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키며 '제2의 우버'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캘러닉은 지난해 5월, 서초에 20개 이상의 주방을 갖춘 클라우드키친 한국 1호점을 오픈했다. 현재는 삼성역, 건대, 분당, 관악 구로 등 7개의 지점으로 확장했다.

출처: 클라우드키친 홈페이지
클라우드키친의 공유 주방

한국은 클라우드키친이 자체 브랜드로는 최초로 진출하는 해외 시장으로, 캘러닉이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에는 해외 시장의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2018년 영국에서 100여 개의 공유 주방을 운영하던 공유 주방 스타트업 푸드스타(FoodStars)를 인수하며 현지 시장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캘러닉은 지난해 6월 클라우드키친 자체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의 공유 주방 스타트업인 '심플키친'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비공개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선 8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인 국내 공유 주방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우버의 창업자가 한국 시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클라우드키친의 기업가치는 50억 달러(약 5조 8200억 원)로 평가받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공유 주방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으로 볼 때 지금의 기업가치로부터 수십 배 이상의 평가액도 가능할 것이라 평가했다. 우버에서 나온 캘러닉에게 클라우드키친의 중요성을 말할 것도 없다. 그런 클라우드키친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이 한국이라는 점은 그만큼 한국 시장이 공유 주방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태계라는 걸 방증한다. 실제로 캘러닉은 공유 주방 사업의 첫 해외 설명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출처: 클라우드키친 홈페이지

한국은 좁은 영토에 많은 인구가 거주해 인구밀집도가 높고 어느 나라보다도 배달 문화가 발달한 배달의 천국이다. 국민 1인당 음식점 수는 세계 1위이며 국내 배달 앱 시장 거래 규모는 2013년 3347억 원에서 2018년 3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공유 주방이 주목받고 있다. 공유 주방은 배달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데 만약 배달 주문이 많은 브랜드 여러 곳이 하나의 공유 주방을 사용한다면, 한 명의 라이더가 여러 개 음식을 픽업하는 게 가능하다. 이 경우 라이더 여러 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공유 주방은 주방이라는 공간을 싼값에 사용할 수 있어 창업 초기의 기업이나 소규모 브랜드들이 많이 찾는다. 어느 때보다 자영업 폐업률이 높은 지금, 주방을 갖춘 식당을 창업하는 것은 비용적으로 부담이 크다.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창업자들은 창업의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고정비를 아낄 수 있는 공유 주방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따로 매장을 낼 필요 없이 보증금 몇백만 원만 있으면 되고, 매달 지출되는 공유 주방 이용료도 가게 임대료보다 훨씬 저렴하다. 주방 기구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들어가는 비용이 적다 보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

배달 인프라가 나날이 좋아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 온라인 식품 구매가 대중화됐다는 것도 한국 시장의 매력 포인트다. 또, 정부 규제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현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1개의 주방을 여러 명의 사업자가 사용하면 불법이었다. '한 주방에는 한 명의 사업자'만 등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1개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2호 공유 주방 시범 사업'이 최종 심의를 통과하면서 규제 해소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비록, '위쿡'을 비롯해 몇 개의 업체에 제한된 규제 샌드박스지만 이를 통해 식약처는 공유 주방 사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파악하고 추후 기존의 식품위생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만만치 않은 우버 창업자... 본격화되는 시장 경쟁

"경쟁 과열 조짐?"


캘러닉이라는 거물이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 시장에 등장하자 경쟁이 본격적으로 심화되는 모양새다. 위쿡 같은 기존 업체들의 뒤를 이어 스몰키친, 나누다키친, 먼슬리키친, 키친42 등 새로운 후발주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방을 공유한다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IT, ICT 기술을 결합한 테크 서비스로 진화하는 기업들이 등장한 것.

출처: 고스트키친 홈페이지
고스트키친의 주문 접수 시스템 '발가락'

배달의 민족 출신들이 운영하는 '고스트키친'은 '발가락'이라는 통합 주문 시스템을 구축해 배달 앱으로 주문을 받고 라이더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ICT 기술 기반 공유 주방 업체인 '1번가'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구축해 매출 및 고객 관리를 용이하게 했고 '통합 주문관리 시스템'과 '원클릭 주문관리 포스'로 고객 응대에서 전화 접수, 배달앱 관리와 배달 대행까지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IOT 운송 시스템을 통해 포장된 음식을 주방에서 입구까지 자동으로 배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화되고 있다. 유명한 셰프들이 협업해 공동 메뉴를 개발하고 개발한 메뉴를 조리할 수 있는 공유 주방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 코리아는 셰프들의 요리를 배달하는 프리미엄 배달 서비스를 내놓았다. 음식 배달 업체에 주방만 임대하는 배달에 특화 공유 주방 업체가 생겼고, 주방과 함께 메뉴 개발, 창업 컨설팅 등 외식업에 대한 교육 시스템까지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공유 주방 업체도 생겼다. 캘러닉이 인수한 심플키친이 배달 특화 공유 주방의 대표적 예다. 먼슬리키친은 공유 주방에 구독 경제를 접목시켰다. 먼슬리키친은 조리는 물론 식자재 구매와 레시피 교육, 판매 및 배달과 마케팅 등 외식 사업의 전 단계를 지원하는 경영서비스 구독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공유 주방은 높은 폐업률로 고통받는 외식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캘러닉은 단순히 주방 임대를 넘어 자본력을 바탕으로 입점한 점주들을 위한 마케팅 서비스를 지원하고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일종의 광범위한 풀스택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한국 시장을 기점으로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국내의 공유 주방 시장은 승차 공유 시장의 우버나 공유 숙박 시장의 에어비앤비와 달리 위협적인 경쟁자가 아직 없는, 이제 막 태동한 시장이다. 새로운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고 다양한 차별화 전략이 시도되는 가운데 앞으로 공유 주방 시장이 어떤 구도로 흘러갈지, 캘러닉은 과연 공유 주방을 통해 제2의 우버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비즈 고승연 김동섭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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