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무게,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조회수 2020. 1. 1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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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은 누구나 독립을 꿈꾼다. 남의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쓸데없는 잔소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비상하길 원한다. 그런 점에서 '사장'은 수많은 월급쟁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막상 사장의 입장이 되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난다. 사장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따른다. 사장으로 산다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사장의 길>(서광원, 흐름출판) 내용을 다룬 DBR 283호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장의 길엔 '외로움'도 함께한다

리더는 외로운 사람이다. 동시에 외로움을 참고 견디는 사람이다. 일례를 들어 보자. 아프리카에는 아누아크라는 부족이 있다. 아누아크 족의 왕에게는 지켜야 할 계율이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고독'이다. 왕은 자신의 거처에서 혼자 지내고, 식사도 혼자 해야 하며, 부족민과 함부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아파도 아픈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에서 참가자에게 미션을 주고, 이 미션을 해결하면 계열사 사장직을 준다고 공언했다. 한 번은 어려운 미션을 받은 어느 팀장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 뒤 다수결로 결정을 하려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바로 해고당했다. 결정은 리더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인데 리더가 해야 할 일을 다수결이란 이름으로 팀원들에게 떠넘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사장은 혼자 있는 능력, 혼자 견디는 능력, 혼자 결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세상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세상의 의견을 좇아 살기 십상이고, 혼자 살면 자기 생각에 빠져 살기 쉽다.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만의 독립성을 완벽하고 즐겁게 유지하는 사람이다.” 미국 사상가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이다.

이처럼 리더는 자기만의 시간, 자기만의 장소, 자기만의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 밥 먹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야구의 신 김성근,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과 술은 물론 밥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감독과 선수의 만남은 질투를 유발하고, 질투는 불행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리더가 조직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 한 끼는 그냥 밥 한 끼가 아니다.



정치에 능한 사람에게는 기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부러운 자리다. 자칫하면 누군가를 소외시킬 수도 있다. 질투와 시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문과 불공정의 기원일 수 있다. 리더의 고독은 나누는 게 아니다. 아니, 결코 나눌 수 없다.

사장이라면...직원에겐 지고 시장에선 이겨야

또한 사장은 남을 이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사장은 때때로 직원에게 질 수 있어야 한다. 이긴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승부는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무조건 이기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상처뿐인 영광이다. 그렇기에 사장이 조직을 잘 이끌기 위해선 져주면서 이겨야 한다. 직원에게 져주는 건 시간과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작게 져주고 크게 이기는 게 진짜 능력이다. 사심 없이 허리를 숙일 수 있어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고, 자신감과 자긍심이 충만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져주는 것과 끌려가는 것은 다르다. 져준다는 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품어주고, 낮아지고, 물러나는 일이다. 반대로 끌려가는 건 남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일이다. 이 경우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 져줄 수 있는 건 그럴 만한 힘이 있고 용기가 있다는 의미다. 능력이 없고 실력이 부족해 져주는 게 아니다. 직원에게 지고, 시장에서 이겨야 한다. 대부분의 사장은 직원에게 이기고, 시장에서 진다.

​‘머니볼’이란 영화를 보면 구단주는 경기를 잘 보지 않는다. 경기를 보다 보면 감독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고 자꾸 간섭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회의에 일부러 들어가지 않는 사장도 있다. 사장들의 금기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매사 ‘내가 해낸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둘째, ‘여기가 내 한계’임을 몰라서는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은 아랫사람에게 뭔가를 맡겨 놓으면 담배를 끊었을 때 금단현상을 겪는 것처럼 불안해 한다. 그러나 회사는 혼자 경영할 수 없다. 회사가 작으면 혼자 이끌 수 있겠지만 커지면 절대 그럴 수 없다. 사장이 술자리에서 알아서 빠져주듯이 일에서도 알아서 빠져줘야 한다. GE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영의 달인’ 잭 웰치 전 GE CEO는 퇴임을 선언한 뒤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훗날 당시 심정을 고백하면서 “회의실로 달려가 문틈으로 귀를 대고 듣고 싶을 정도로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켰다.

사장의 역할

리더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누군가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믿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이다. 사람은 중요한 자원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 많다는 건 사장의 복이자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다. 믿을 사람이 없다는 건 자기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믿음은 희귀한 자산이다. 어디서 살 수도 없고, 어딘가에 묻혀 있지도 않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믿음을 힘들게 축적해도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대부분의 사장은 수없이 발등 찍혀 본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그게 곧 사업의 일부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은 사람을 어떻게 키우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런데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보다 그 결과를 지켜보는 사람이 더 힘들다. 사장은 그런 자리다. 


또 리더는 나쁜 힘이 자라는 걸 억제하고 생산적인 힘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능력 부족을 욕심으로 메우는 사람부터 우선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필요한 능력과 의지를 욕심으로 채우고 포장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주변의 희생을 먹고 사는 무서운 포식자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으려 한다. 늘 하소연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자기 능력을 펼치도록 도와달라며 회사 생활의 고충을 토로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하소연은 자신을 인정해달라고 감정적으로 떼를 쓰는 것에 가깝다. 고충은 회사 사정을 알게 해주지만 하소연은 사람의 진을 빠지게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프지만 사람을 내칠 줄도 알아야 한다. 일의 추진을 번번이 반대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설득하고 돌파해야 한다. 무엇보다 변화를 시도할 때 물밑에서 조용히 불만 세력을 모으거나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내는 저항 세력은 반드시 내쳐야 한다. 이런 사람은 절대 밖으로 말을 내뱉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항하기 때문에 발견하기도 어렵다.



최악의 리더십은 사람을 내치지 못하고, 결정할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형이다. 정에 이끌려 자꾸 선을 베풀면 조직을 망치고, 개인도 망친다. 냉정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 특히, 사람 문제에 있어서는 엄격해야 한다.

사장은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혼돈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다른 사람 눈에 안 보이는 불확실성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이들은 가능성을 사업으로 만들고, 끊임없이 관행에 도전한다. 하던 일을 반복하면서도, 한편으론 항상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하지 않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 속의 불확실성과 부딪치며 뭔가 만들어내야 한다.


누구나 사장이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건 사실이다. 외로움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장의 길을 꿈꾸고 있다면 그 무게를 견딜 준비가 돼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의 길을 가고 싶다면 그건 당신의 자유다.

* 위 내용은 서광원 작가의 저서 <사장의 길>을 소개한 글입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3호

필자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인터비즈 신혜원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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