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인생 "최악의 투자"가 날씨 때문이라고?!

조회수 2020. 1. 1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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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기분이 꿀꿀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인간 심리를 심리학과 실험재무학으로 분석해보자. 관련 연구에 따르면 나쁜 날씨는 사람들에게 비관적인 태도나 위험 회피 성향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재무 의사결정이나 주식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연 워런버핏이 나무에서 미끄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연구를 통해 날씨와 재무 의사결정의 상관관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원문 기사 더보기

'악천후'일수록.."프리미엄 얹어주세요"

출처: 네이버 영화
악천후일수록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가 늘어난다. 사진은 영화 <쇼생크탈출> 스틸컷 이미지이다.

다음의 연구 결과는 [Danling Jiang, Dylan Norris, Lin Sun - Weather, Institutional Investors, and Earnings News, 2018]을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논문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논문의 원문을 볼 수 있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의 지앙 교수팀은 기상 상태가 기업의 이익공시와 기관투자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먼저 기업의 이익공시 14일 전부터 공시 당일까지 기관투자가들의 사업장 주변 50km 반경의 비, 구름, 바람의 일일 수준을 통합 측정했다. 이를 통해 각 기업에 속한 기관투자가들의 '악천후' 노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익공시는 1990년부터 2016년까지 뉴욕증권거래소(NYSE), 미국증권거래소(ASE),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기업들의 분기별 자료에서 추출했다. 연구팀은 재무분석가의 이익 예측치와 주식의 시가 정보를 추가해 이익공시 기간(공시일부터 2일 후까지)과 이익공시 후 기간(공시 후 3일째부터 60일째까지)동안의 '이익 프리미엄'을 산출해 이익공시에 대한 날씨 그룹별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익 프리미엄이란 기업들의 실제 이익공시 실적이 재무분석가들이 앞서 내놓은 이익 예측치보다 더 나쁠 것이라 전망해 추가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블룸버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악천후그룹의 이익공시기간 평균 이익 프리미엄은 0.035%이었다. 반면 동일 기간동안 비악천후그룹은 0.015%의 이익 프리미엄을 보였다. 즉, 동일한 이익의 변화에 대해 악천후그룹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악천후라는 조건이 유발하는 불쾌감으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이 이익 예측치를 더욱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에 악천후그룹의 주식거래량은 비악천후그룹보다 현저히 적었고, 이익공시기간 이익 프리미엄의 변동성보다 이익공시후기간 이익 프리미엄의 변동성이 훨씬 컸다.

주식 수익률은 생각보다 '대자연'의 영향 많이 받는다?

출처: pixabay
일조량은 재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의 연구 결과는 [David Hirshleifer, Tyler Shumway - Good Day Sunshine : Stock Returns and the Weather, 2001]을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논문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논문의 원문을 볼 수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데이비드 허슐라이퍼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감정과 주식의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자연 현상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먼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전 세계 26개국의 주가지수와 해당 국가 도시의 일조량을 분석해보았다. 분석 결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흐린 날에 비해 주식수익률이 높았다. 연구 결과, 뉴욕은 날씨가 맑은 날의 평균 수익률은 약 24.8%인 반면, 흐린 날은 8.7%에 불과했다. 이에 허슐라이퍼 교수 연구팀은 '햇빛'이 투자자들의 기분을 고조시켜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게 하는 심리 작용을 일으킨다고 해석했다.

출처: pixabay
달의 주기는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대자연 현상 중 하나다

다음의 연구 결과는 [Kathy Yuan, Lu Zheng, Qiaoqiao Zhu - Are Investors Moonstruck? Lunar Phases and Stock Returns, 2001]을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논문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논문의 원문을 볼 수 있다.



태양 외에도 '달의 주기'가 증시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런던정경대의 캐시 위안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달의 모양이 보름달일 때보다 초승달일 때 주식수익률이 평균 6.6% 높다는 결과를 과학적 수식에 의해 도출해냈다. 그 이유는 보름달이 초승달보다 빛이 밝아 야간 각성 및 수면 장애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다음날 아침 투자 회피 심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출처: pixabay
태양 자기폭풍이 발생하면 평소보다 훨씬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지구 대기 상층부에서 질소나 산소 원자와 충돌해 에너지를 방출하며 빛을 낸다. 그 빛이 바로 '오로라'다.

다음의 연구 결과는 [Anna Krivelyova, Cesare Robotti of Federal Reserve Bank of Atlanta - Playing the Field : Geomagnetic Storms and International Stock Markets, 2003]을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논문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논문의 원문을 볼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연 현상은 바로 지구 자기장이 갑자기 일시적으로 폭발하는 현상인 '자기폭풍'이다. 미국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은 1962년 7월 5일부터 2000년 12월 29일까지의 NYSE(뉴욕증권거래소)와 AMEX(미국증권거래소)를, 그리고 1972년 12월 18일부터 2000년 12월 29일까지 NASDAQ(나스닥)에 상장된 주식을 표본으로 자기폭풍과의 상관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72년부터 2000년 사이에 자기폭풍이 발생할 때마다 증시 수익률이 연간 최소 -1.7%에서 최대 -4.7%까지 하락하였음을 밝혀냈다. 또한 자기폭풍은 기업 투자자보다 개인 투자자에 영향이 컸으며, 자기폭풍 발생과 우울증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즉, 자기폭풍이 개인의 우울감을 촉진시켜 주식 매수를 저해하고 매도를 촉진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기폭풍뿐만 아니라 모든 대자연의 영향력은 기업투자자보다 개인투자자의 재무 의사결정에 더욱 강하게 작용하였다. 이를 피해가는 개인 투자자는 극히 드물었다. 심지어 '투자의 신', '투자의 전설'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역시 안 좋은 날씨의 영향을 받으니 말이다.

워런 버핏 : "내 인생 최악의 거래는 '덱스터 슈(Dexter Shoe)'"

출처: flickr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의 모습

원숭이도 나무에서 미끄러질 때가 있듯,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가끔씩 '후회되는' 투자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성공 뒤엔 무수히 많은 실패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최악의 투자', '가장 후회되는 투자'가 무엇이냐 물었고, 그는 "Dexter Shoe(덱스터 슈)"라고 답했다.

출처: 아마존
덱스터슈의 신발 악세서리-신발 보호 커버-

덱스터슈는 1993년 워런 버핏이 인수했던 신발 제조 회사다. 당시 워런 버핏은 덱스터슈를 4억 4천만 달러(현재 우리 돈 가치로 약 5134억 원. 1993년에는 훨씬 큰 가치로 추정 가능하다.)규모의 주식으로 인수했다. 이후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지주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통주 25221주를 덱스터슈의 소유주에게 발행하였다. 당시 워런 버핏은 덱스터슈를 인수하며 "덱스터슈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칭찬하는 유형의 사업이다. 이들은 길고 수익성 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버핏의 예상과 달리 여타 섬유 제조 업체들 틈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당시 버핏의 투자는 버크셔 해서웨이 순자산의 1.6%에 달하는 거액 거래였지만 버핏에게 뼈아픈 실패의 경험으로 남았다. 버핏은 2007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서한을 통해 "이는(덱스터슈에 투자한 행위) 내가 한 것 중 최악의 거래이며, 재무 상의 재앙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자격이 있다." 라며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했다.

워런버핏이 덱스터슈 인수 결정을 내린 날은 정확히 1993년 9월 30일이었다. 호기심에 워런 버핏이 거주하는 도시 오하마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주의 1993년 9월 30일 날씨를 찾아보았다.

출처: weather underground
1993년 9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날씨. 1993년에는 캘리포니아 지방에 이상 저온 현상이 발생했다.

1993년은 사시사철 온난한 기후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에 '이상 저온' 현상의 습격이 있었다. 북태평양 연안에 이유를 알 수 없는 한류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9월 30일 캘리포니아 주의 평균 최저기온은 55oF(화씨온도)다. 이는 섭씨온도로 환산하면 12~13도 정도로 우리나라의 초봄 기온와 비슷하다. 하지만 1993년 9월 30일의 최저기온은 (새벽녘 짧게 2차례 관측되었긴 하지만) 0oF로 관측되었다. 이는 -17도 수준으로, 한겨울 서울의 기온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워런 버핏의 투자 심리도 얼어붙은 날씨에 영향을 받았던 걸까.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캘리포니아에 역사적인 추위가 들이닥친 날 역대 최악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물론 기대보다 못한 투자 성과를 날씨와 기분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하지만 나쁜 날씨와 그로 인한 불쾌감이 투자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뒷받침 가능하다. 날씨는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적 요인'이다. 하지만 '기분'은 어느 정도 전환이 가능하다. 기분 좋은 인사와 상쾌한 음악, 은은한 아로마 향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의 감정을 배려한다면 날씨 요인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4호

필자 곽승욱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인터비즈 박윤주 윤현종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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