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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에 안 맞아" 이제는 'AI면접'의 시대?

조회수 2020. 1. 1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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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표정이나 눈빛 같은 걸 다 읽어낸다고 해서 긴장됐어요.
1시간 안에 게임도 해야 하고, 답변도 해야 하고..
어떻게 치렀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정신이 없었어요.
출처: 동아일보
경남 김해 인제대는 최근 인공지능(AI)기반의 온라인 모의 면접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최근 'AI(인공지능) 면접' 후기들이 취업 정보 사이트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직은 '신기한 경험'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KT·LG유플러스가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서류 검토 및 면접에 AI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AI 면접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AI의 HR 침투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하면 HR에 AI를 도입한 조직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박형철 머서* 한국 대표이사와 나눈 인터뷰를 DBR 279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 ​

* 머서(Mercer)는 AI를 HR 분야에 접목한 자체 툴 머서 매치(Mercer match)와 머틀(Mettl)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 컨설팅 회사다.

공정한 채용을 원하는 세대..AI 도입으로 '신뢰도' 높인다

최근 서류나 면접 전형에서의 비용 절감을 노리는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젊은 구직자들의 활발한 참여를 원하는 스타트업들도 채용 과정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기업 중에서 HR의 여러 분야에 AI를 고루 활용하는 곳을 찾기는 어렵지만, AI의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 수년 내 HR 분야에서 AI 활약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형철 대표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수시 채용' 트렌드다. 예를 들어,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인적 자원 컨설팅 회사 머서는 북미권을 중심으로 ‘머서 매치’라는 채용 툴을 운영한다. 머서 매치를 소셜미디어나 대학교 웹페이지 등에 깔면 지원자들은 게임을 통해 자신의 직무 적성을 측정한다.



지원자의 동의를 받아 저장된 개인 결과를 활용하고 싶은 기업들은 사용료를 내고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은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직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 면접하고 채용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비즈 편집

미래 핵심 인재인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공정성'이 중요 이슈가 된 것도 AI 도입 바람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신입부터 허리 직군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밀레니얼세대의 경우 전 세계 공통적으로 사람보다 인공지능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도입은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한 지원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예측'에 활용할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면접 당시 이러한 평가를 받았던 사람은 입사 후 이러한 성과를 내더라든지,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은 얼마 못 가 나가더라는 식의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선 어떤 식으로 인력을 뽑아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을 잡는 데 유리해진다.



나아가 이런 정도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면 향후 어떤 일에 적합하겠다는 식의 경력 관리(career path management)도 가능하다. 박 대표는 "AI는 채용뿐만 아니라 성과 관리와 평가, 보상에 이르기까지 인사 전반에 걸쳐 핵심 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후보자와 프로젝트, AI로 '궁합' 보고 선발

국내 기업들도 나름의 분석 결과를 가지고 있다. 'A대학 출신들이 일을 잘한다', '박사급 인력들은 입사 후 3개월 이내 이직률이 높다' 등과 같은 단순한 방식이다. AI를 활용하면 채용과 관련한 예측이 훨씬 정교하고 정확해진다. 뽑아보니 이렇더라는 식의 사후적 분석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는 이런 사람이 적합하다'는 식의 사전적 예측이 가능해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채용 과정은 공지를 띄우고 맞는 사람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앞으로는 기업마다 배후 인력시장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잠재적 후보자들의 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별로 필요할 때마다 접촉해 뽑아 쓰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예컨대, 회사에 a,b,c,d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면, 각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역량이 있을 것이다. AI는 각 후보자가 그간 낸 성과에 비춰 프로젝트와 맞을 확률이 몇 %라는 분석을 할 수 있다. 회사는 이를 참고해 팀을 꾸리고 프로젝트를 운영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좀 더 정교하고 정확한 채용이 가능해지고, 채용 실패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프로젝트 성공률과 나아가 회사의 성장곡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AI 도입에 앞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 첫째, 디지털 플랫폼, 둘째,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 셋째,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형성된 모델이다.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하는 곳이 꽤 있다. 싱가포르 은행 DBS는 피플 허브(people hub)라는 플랫폼을 구축해 놓고 지원자들이 이력이나 포트폴리오를 올려둘 수 있게 해 놨다. 이를 통해 DBS는 상시적으로 굴러가는 오퍼레이션 파트를 제외하고 디지털화가 가능한 업무 분야에 대해 오픈 마켓을 열어두어 많은 직책의 담당자를 결정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박 대표는 채용 분야 말고도 현재의 데이터들을 모아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HR 전반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사내 인력들을 평가해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5점을 받은 사람들은 아주 역량이 뛰어난 톱 퍼포머(top performer)일 것이고, 4점을 받은 사람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이럴 때 4점을 받은 사람들과 5점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 지급하는 보너스 금액 차이를 얼마로 두면 좋을까? 얼마나 차이를 두면 4점 받은 사람들이 더 분발해 5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5점 받은 사람들은 확실한 성취감을 느끼고 그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게 될까? 직무의 특성이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답이 달라질 텐데 이것 역시 과거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얻어낸 인사이트가 있으면 추론해 낼 수 있다.

AI '제대로' 활용하려면 충분한 데이터는 필수

AI를 HR 분야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실제로 작년에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AI 채용 관련 기업 297곳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시행한 결과,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72.2%)은 AI 채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입의 문제나 한계점은 없는 걸까?

박 대표는 "데이터 풀(Data pool)이 협소할 때가 문제"라고 강조한다. 충분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면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소 7∼8년 치 데이터가 누적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HR 분야에 AI를 도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데이터 문제라고 본다.



혹여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도 흔히 말하는 ‘활용 가능한 형태의 데이터(transactional data)’, 즉 코딩형 데이터가 아니라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그는 지금부터라도 의도적으로 기업들이 데이터를 모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외국 기업들의 경우, 같은 업종에 있는 작은 기업들끼리 연합해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AI 모델을 도입하는 사례가 많은데 국내 기업들이 이를 참고할 만하다.

현재 많은 기업이 AI를 활용한 채용에 관심을 갖고 여러 방법으로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서류 전형 단계에서 AI가 일정 커트라인을 갖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자를 걸러낸다거나, 인터뷰의 한 단계로 지원자의 표정이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 등을 분석해 성향을 유추해내는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도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비용을 절감하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바이어스(bias)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더불어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이면 머신러닝을 통해 각 회사 특성에 맞는 자체적 모델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어떻게 평가해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 직원들의 커리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 여러 분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기 채용, 정기 인사 NO.. '수시 채용' 시대

박 대표는 "앞으로 HR은 실시간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1년에 한 번 사람을 뽑고, 1년에 한 번 승진 또는 배치를 하고, 1년에 한 번 평가해서 보상하는 식으로 움직여 왔지만 이제는 경영 환경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프로젝트성 업무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즉각적인 피드백을 원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수시로 뽑고, 수시로 평가하고, 수시로 이동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또, '평가'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점수를 주고 등급을 매기는 데서 끝나는 평가 개념에서 어떤 업무가 완결됐을 때 업무와 관련된 동료나 상사, 고객들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해주고 그것을 토대로 본인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한 툴이 활성화된다면 본인의 커리어 관리에도 크게 도움이 될뿐더러 회사 입장에서도 신속한 직무 재배치와 프로젝트성 업무에 대한 빠른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9호

필자 최한나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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