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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쁘면 사람 때리던" 교황이 좋은 리더라고?

조회수 2019. 12. 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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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11년 삼성과 현대차의 매출액 합계는 426조원으로 10대 그룹 총매출의 45%가 넘는다. 올해 정부 총예산(326조)원보다 100조원이나 많다. 두 그룹은 판이한 길을 걸어왔고, 주력 업종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두 그룹이 묘하게 닮아가는 분야가 있다. 바로 오너의 경영 방식이다. 두 그룹 임직원을 만나보면 고위직일수록 이건희. 정몽구 회장에 대한 두려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2012년 위클리비즈에 <'공포 경영'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실린 칼럼의 일부다. 가족경영을 표방하는 회사들보다 오히려 공포 경영을 추구했던 삼성과 현대차의 성과가 더 좋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오래 전 로마에도 이러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이탈리아 통일을 위해 직접 군대를 이끌며 '전사 교황(Warrior Pope)'이라는 별명을 얻은 율리우스 2세이다. <군주론>의 저자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당시 교황이었던 율리우스 2세를 진정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운다. 그러나 사실 율리우스 2세는 괴팍하기로 유명한 교황이었다고 한다. 마키아벨리가 이런 리더를 좋은 지도자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DBR 110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성공했던 율리우스 2세

율리우스 2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당시 피렌체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율리우스 2세는 기존의 교황들과 달리 처음부터 이탈리아 전 국토의 세속 군주를 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직접 전쟁을 선포하고 교황령 군대의 사령관을 자처하고 나섰다. 권력과 영토 확장에 야심을 불태우던 교황이 등장하자 피렌체는 노련한 외교관 마키아벨리를 급히 현장에 투입했다.

1505년 8월27일, 마키아벨리는 네피(Nepi)에서 교황의 법복을 벗고 장군의 갑옷을 걸친 율리우스 2세를 알현한다. 마키아벨리는 이때부터 이탈리아의 정벌에 나선 율리우스 2세를 따라다니면서 또 한 명의 놀라운 시대의 영웅을 관찰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루이 12세를 따라다녔고 로마냐 지방에서 체사레 보르자를 근거리에서 관찰했던 마키아벨리에게 율리우스 2세는 또 다른 살아 있는 리더십과 권력의 분석 대상이었다. 전사교황으로 불렸던 율리우스 2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키아벨리를 불러다가 윽박질렀다. 피렌체 정부도 자신의 성전(聖戰)에 참여하고 전쟁 비용을 즉각 분담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교황 군대를 따라다니던 마키아벨리는 총 병력 400명에 불과한 교황의 군대가 페루자를 정복해버린 사건을 목격한다. 교황의 군대는 변변한 무기도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더욱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몇 호위병만 거느리고 호통을 치면서 페루자 성문을 향해 돌진하는 교황의 배짱과 용기에 기가 질려 페루자의 영주 잠파올로 발리오니(Gian Paolo Baglioni)는 백기를 들고 교황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율리우스 2세의 다음 행보는 마키아벨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페루자 공격에 성공한 교황은 볼로냐 공격을 감행했고 그곳에서도 놀라운 승리를 쟁취했기 때문이다.

인색한 지도자가 탁월하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업적은 인색하다는 사람의 손에 의해서만 이뤄졌다. 그 밖의 사람들은 멸망했다. 예를 들어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교황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는 관대하다는 평판을 이용했다. 그러나 그 뒤 전쟁을 치르기 위해 평판이 떨어지는 것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위의 내용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밝힌 선언이다. 인색한 지도자가 탁월한 지도자이며, 탁월한 지도자는 모두 인색해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놀라운 선언은 율리우스 2세를 직접 관찰하면서 믿을 수 없는 일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쓴 마키아벨리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모든 리더가 율리우스 2세처럼 '머리에 뿔 달릴' 필요는 없다. 특히 최고 지도자에 오르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드럽고 관대한 모습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쌓을 필요도 있다. 과거 인물의 사례를 들어보자.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경우 관대한 마음을 가진 통 큰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쉬운 소리를 하는 모든 방문객에게 아낌없이 재정적인 지원을 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군주가 된 사람이 아닌, 군주가 될 사람이었고 관대함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다. 마키아벨리는 그가 권력을 쥔 후에도 그 낭비벽을 고치지 않았다면 그의 정권이 멸망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모세상

​율리우스 2세의 성격이 얼마나 괴팍했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기분이 나쁘면 옆에 서있는 사람을 사정없이 패는 성격 때문에 교황 옆으로 갈 때는 갑옷을 입어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당시 미켈란젤로는 율리우스 2세를 닮은 유대인의 최고 리더인 모세의 모습으로 조각하면서 그 머리에 뿔을 달아놓았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의 속성을 냉정한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대업을 이루는 리더의 자세와 품격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마키아벨리는 '대업'을 이루려는 리더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 덕목을 알려준다. 냉혹할 정도로 인색해야 하고 권력을 남과 나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큰 과업을 이루려는 리더는 다른 사람에게 공포의 대상이 돼야 하는 운명을 감수해야하며 권력을 절대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기 때문에 혼자서 겪어야 하는 외로움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포 경영을 하든지, 가족 경영을 하든지, 그것은 나중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조국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외세와 맞서겠다고 결단한 율리우스 2세처럼 대업을 추구한다면 공포 경영이 좋은 선택지가 된다고 주장한다.

모든 리더가 공포 경영을 추구해야 하는 건 아니다. 리더의 인간적인 모습 혹은 인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마키아벨리의 말 역시 전적으로 옳진 않다. 다만 리더에게 '착한 모습을 보이길 포기하라'는 그의 말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리더에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이상으로 분명한 성과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10호

필자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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