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여년 전, 콜라 '디스'한 칠성사이다

조회수 2019. 12. 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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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서로를 ‘디스’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이미지까지 난무하는 광고계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 입니다. 경쟁사를 저격하는 비교광고는 보는 소비자를 즐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2년부터 비교광고가 시작됐습니다. 그만큼 기발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충격적인 것들도 많죠. 그럼 1995년 방송심의규정 개정으로 비교광고가 허용된 국내에서는 어땠을까요?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8 3월 21일, 동아일보에는 ‘컴팩-IBM 한국서 한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 컴퓨터(PC)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미국의 두 회사 IBM과 컴팩이 한국땅에서 맞붙었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컴팩. 컴팩의 한국 현지법인인 한국컴팩컴퓨터는 18일자 일간지에 전면광고로 ‘지는 IBM이 있으면 뜨는 컴팩이 있다’는 선전문구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중략) 미국에선 흔한 비교광고이지만 경쟁사를 직접 거명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 (중략) 이에 발끈한 한국IBM은 “국내에서는 IBM이 명백한 1위”라며 즉각 한국컴팩컴퓨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컴팩과 IBM이 한국에서 벌인 광고 전쟁은 어떻게 끝났을까요? 약 한 달 후인 4월 17일 컴팩이 ‘IBM은 세계적인 정보기술회사입니다’라는 사과광고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마무리는 사과였지만 컴팩은 관련 논쟁에 대한 언론 보도 덕분에 오히려 더 큰 광고 효과를 누렸다는 평도 있습니다.



다른 기사를 볼까요. 같은 해 5월 20일 매일경제에 실린 ‘他제품 비교광고 효과 만점’ 기사에서는 콜라-사이다 라이벌 구도를 만든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 광고를 소개했습니다. 콜라 회사들의 반응 또한 흥미롭네요. 아래에서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나고 있는 광고 전쟁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롯데칠성의 인쇄 광고는 ‘콜라를 마실 것인가, 사이다를 마실 것인가?’라는 카피를 헤드라인으로 무카페인, 무색, 무로열티의 ‘3무’를 강조한 내용. TV광고도 같은 제목으로 나갈 예정이었으나 방송심의에 걸려 ‘어떤 음료를 마실 것인가?’로 바뀌었다. (중략) 롯데칠성측의 광고에 대해 펩시콜라측은 비공식적으로 광고 자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코카콜라측은 의외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략)컴팩과 IBM의 공방에서처럼 공연히 과잉대응을 함으로써 광고효과만 높여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또 많은 사람이 칠성사이다 광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코카콜라’를 연상해 준다면 그리 손해볼 것도 없다는 것이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국내의 비교광고는 어떨까요? 화장품, 커피,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교광고가 소비자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도발적인 (때로는 충격적인) 광고들에 비하면 얌전한 수준입니다. 서두에 언급했던 벤틀리의 ‘가운데 손가락 광고’에 비하면 말입니다.



국내에서 비교적 얌전한 비교광고를 내보내는 일차적인 이유는 강한 규제 때문입니다. 또 남을 지나치게 헐뜯는 것을 나쁘게 보는 전통적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도발도 지나치면 유쾌함을 넘어 눈살이 찌뿌려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죠. 디스 혹은 비교, 비교 광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인터비즈 황지혜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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