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애니스톤의 '59억 원' 짜리 광고 제친 '이 영상'

조회수 2019. 12. 3.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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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주당 8.95달러에 볼 수 있는 A안과 모든 디지털 콘텐츠와 일요판 신문 두 가지를 7.95달러에 볼 수 있는 B안. 당신이라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당연히 더 많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B안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이 말도 안되는 서비스를 실제로 내놓는 기업이 있을까? DBR 272호를 통해 살펴보자.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서비스? 이게 말이 돼?

사실 위 사례는 『콘텐츠의 미래(리더스북, 2016)』라는 책에 실린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이하 NYT)의 유료화 정책 이야기다. NYT는 종이 신문 구독자에게는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종이 신문 보호의 일환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이다. 대중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디지털 상품의 가격 책정이었다. 더 가치가 높은 상품을 더 싼값에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대부분의 전문가들 또한 이 정책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이상한 가격제 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료화를 선언하자마자 특정 URL을 활용하거나 쿠키를 삭제하는 형태로 NYT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인터넷을 타고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이에 NYT의 대응은 '방관'이었다.

뉴욕타임즈 본사

하지만 NYT는 유례없는 성공을 기록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와의 연결'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주말판은 전체 광고의 50%를 차지하는 NYT의 핵심 수익원이다. 사실상 1달러의 보조금을 줘서라도 더 많은 독자가 신문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 광고 효과를 높이고 수익성에도 도움을 준다. 해킹을 사실상 용인한 것도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기사를 보게 하는 게 온라인 광고 유치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킹 정보를 찾는 게 귀찮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부 독자는 유료 서비스를 구독을 하기도 했다. 이런 네트워크 정책의 성과로 뉴욕타임즈는 개편 2년 만에 67만 명의 온라인 유료 독자를 확보했고 광고 수주도 확대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에서도 이처럼 네트워크와 연결을 빼놓고는 좋은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매스미디어를 탈피해 네트워크를 장악한 사람들, 소위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성과를 창출한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에미리트항공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슈퍼스타' 제니퍼 애니스톤 꺾은 유튜브 인플루언서

2016년 에미리트항공은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의 여행기를 담은 글로벌 바이럴 영상 캠페인을 공개한다. 영상은 제니퍼가 에미리트항공의 퍼스트 클래스 개인 스위트에서 조종사가 꿈인 어린이 승객 쿠퍼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들이 비행기 A380기의 내부를 돌아다니며 함께 여러 경험을 나누는 것이 영상의 주 내용이다. 에미리트항공은 애니스톤에게 500만 달러(한화 59억 원 정도)라는 큰 액수를 지급하고 해당 영상 캠페인을 항공사 공식 웹사이트,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격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캠페인 영상은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고 에미리트는 비슷한 컨셉의 캠페인 영상을 연속으로 내보냈다. 총 600만 뷰를 기록했으니 나름 성공적인 캠페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출처: 'Aircraft FC' 유튜브 채널 캡처

 재밌는 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에미리트항공사는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시행해보기로 했다. 전통적인 미디어상의 스타가 아니라 웹상의 인플루언서를 통해 브랜디드 콘텐츠를 가볍게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들이 선택한 인플루언서는 케이시 네이스탯이다. 한국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약 1135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해외의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필름 메이커다.



에미리트항공사는 케이시 네이스탯에게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을 무료로 지급할 테니 항공을 경험해보고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다. 네이스탯은 1등석 기내식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재치 있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올렸고, 영상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몇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영상은 6000만 뷰 이상을 기록했고 항공사는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당 동영상이 폭발적으로 인터넷상에서 퍼져나가자 언론은 네이스탯의 에미리트항공 1등석 체험 영상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남성 잡지 GQ 등이 그의 항공 체험을 담은 특별 기사를 만들어 내보내는 등 바이럴 효과가 엄청났다.

출처: 'Casey Neistat' 공식 유튜브 채널

이러한 결과는 인플루언서들이 만들어내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얼마나 효과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니퍼 애니스톤을 기용한 대가로 항공사가 지불한 돈은 그해 전체 마케팅 비용의 25%에 달하는 금액이었지만 케이시 네이스탯에게 들어간 비용은 사실 0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퍼스트 클래스는 만석이 되는 경우가 잘 없어 남는 자리에 그를 태운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셀럽들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적인 광고를 하고 싶을 때 인플루언서들은 중요한 파트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의 변화에서 나온다. 대중은 기업에서 공식적으로 내보내는 목소리나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전통적인 미디어 스타들보다는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일반인의 이야기를 더 신뢰한다. 그들이 콘텐츠 형태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사람들은 좀 더 편하게 느끼고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 높아진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2014년 브라이트로컬(BrightLocal)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자의 88%가 팔로잉한 개인 인플루언서들의 제품 리뷰를 친한 친구의 설명만큼이나 신뢰한다고 답했다.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쥐어지고 SNS라는 세상이 열리면서 매스미디어의 권력은 부서졌고 그 권력은 네트워크 상의 개인들에게 돌아갔다. 초연결사회 속에서 더 이상 예전의 흥행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네트워크'로 무너진 시공간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즉,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한 때다.

필자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 인터비즈 장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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