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스캔들' 연루된 나이키(NIKE)..13년만에 CEO 바뀐다

조회수 2019. 12. 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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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나이키를 이끈 현 CEO가 물러나는 것 보다 새 CEO 선임이 더 놀랍다

내년 1월에 취임할 나이키 신임 CEO가 발표된 뒤 미국의 종합일간지 USA투데이가 내놓은 반응이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용품 회사를 이끌 존 도나호 이력에 물음표를 붙인 것이다. 존 도나호는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서비스나우(ServiceNow)의 CEO이자 미국 최대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PayPal) 의사회 의장이다. 연매출 42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의류 기업을 이끌 인물이 실리콘밸리 출신이라는 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더구나 나이키 전임 대표가 신발 디자인계의 전설로 나이키에서 성장한 적자였다는 점 때문에 존 도나호의 이력이 더 부각되는 듯하다.

출처: pinterest
마크 파커 현 CEO(좌)와 존 도나호 후임 CEO(우)

​40년간 나이키에 몸 담았던 '나이키맨' 마크 파커는 평소 2020년 이후까지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업계에선 그의 사임 소식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파커의 퇴진이 나이키의 도핑 스캔들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파커는 나이키 소속 코치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금지약물을 사용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신임 나이키 CEO는 도핑 논란으로 바닥에 떨어진 나이키의 명예를 회복하고, 실리콘밸리발 IT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존 도나호의 이력에 비춰 볼 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맥주회사 아르바이트로 얻은 두 가지 교훈, '다양성'과 '신뢰'

존 도나호는 꽤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도나호는 1960년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의 아일랜드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 보조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베인앤컴퍼니에서 20년간 일한 도나호는 1999년 CEO 자리까지 올랐다.


또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ebay)의 CEO로 근무했다. 2013년 이베이에서 최초로 출시한 당일 배송 서비스 '이베이 나우(ebay now)'가 그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도나호와 나이키의 연결고리는 5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나이키 이사회 위원으로서 2014년부터 이사회에 참석해왔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세계적인 기업들에서 리더 역할을 해온 그지만 정작 리더십에 큰 깨달음을 주는 교훈은 10대 시절에 했던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었다고 한다. 1978년 시카고 교외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그 해 현재는 사라진 맥주 브랜드 슈리츠(Schlitz) 맥주의 운전 보조 일자리를 얻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친구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었다.


오전 6시 30분에 맥주 창고에 도착해서 맥주 배달 트럭 운전사들을 도와 맥주 상자를 트럭에 싣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트럭 운전사들이 일하는 환경은 험난하고 위험했다. 존 도나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안전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한 트럭 운전자의 보조원이 맥주병으로 머리를 맞고 병원에 입원하자 나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트럭에 감금하기도 했었죠"라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위험하긴 했지만 배우는 것은 많았다. 그는 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리더십과 관련한 중요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이다. 그는 트럭 운전자들을 보조하는 일을 하면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해져야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그들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 것보다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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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도나호 CEO의 모습

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편견의 위험성을 일깨워줬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과 다르게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의 좋은 자질은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묻는다고 한다. 그는 이것이 "내가 리더로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하며 "사람들로부터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를 따르는 사람이 자연스레 생긴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고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자신이 낸 충돌 사고를 통해 두 번째 교훈인 '신뢰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한다. 트럭 운전사는 운전 경험이 거의 없던 10대 도나호에게 트럭을 창고 안까지 운전하게 했다. 그는 운전이 미숙했던 탓에 창고의 출입구와 충돌하면서 수천 달러의 손해를 입히고 만다. 그러나 그에게 운전을 시킨 트럭운전사는 창고 책임자에게 도나호에 대한 믿음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나호는 "그 트럭 운전자가 나의 실수를 감싸주면서 보여준 신뢰는 놀라웠다"며 "그가 보여준 신뢰는 내가 남은 아르바이트 기간동안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훈은 그의 '사전 신뢰(Presume trust)'라는 리더십 원칙으로 이어졌다. 그는 상대방으로 신뢰를 얻기를 바라기 전에 자신부터 먼저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베인앤컴퍼니, 이베이 등에서 CEO로 지낼 때에도 지켜왔던 철학이다. 그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만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은 팀의 효율성을 감소시킨다"며 "동료를 먼저 신뢰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더 성공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스포츠 분야와 관련 없는 IT 전문가를 CEO로? 디지털 혁신 이뤄내겠다는 나이키의 포부

그의 일생을 쭉 돌이켜보면 '스포츠'와는 큰 관련이 없다. 더욱이 파커의 경우처럼 몇십 년간 나이키에서 일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이키는 왜 도나호를 신임 CEO로 불러오기 위해 공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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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제시한 도나호의 연봉만 봐도 나이키가 그를 CEO로 '모셔'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연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을 더해 1850만 달러(한화 약 218억 원)다. 여기에 주식과 현금을 더해 4500만 달러(한화 약 530억 원)의 보너스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파커의 연봉인 1390만 달러(한화 약 164억 원)보다도 높은 금액이다.


IT 전문가 도나호의 취임은 나이키가 이전부터 추구해오던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나이키는 올해에만 애플리케이션과 디지털 구매 기능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8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또 지난 분기엔 빅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기업인 셀렉트(Celect)를 인수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의 혁신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도나호의 취임도 이러한 나이키의 '디지털 전환'의 연장선이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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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파커 현 CEO의 모습

파커 역시 "도나호의 전자 상거래, 기술, 글로벌 경영전략과 관련한 지식과 리더십은 나이키의 핵심 전략인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직접 공략(consumer direct offense)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나호의 취임에 힘을 실었다. 전문가들은 도나호가 신임 CEO로 부임함에 따라 약 3만 여 개에 달하는 나이키의 도매 네트워크 중 40여 개의 핵심 협력사들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업계와 관련이 없어보이는 IT 전문가를 CEO로 임명한 기업은 나이키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타벅스다. 지난 2016년 취임한 케빈 존슨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소프트웨어 업체 주니퍼 네트웍스(Juniper Networks)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그가 취임한 후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모바일 주문과 배달 서비스에 집중한 결과 스타벅스의 주가는 43% 올랐다.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치폴레(Chipotle)도 IT 전문가 브라이언 니콜 CEO 덕을 봤다. 니콜 역시 애플리케이션과 전자 주문 시스템에 힘을 쏟았다. 그가 디지털 분야에 집중한 덕분에 '식중독 사태'로 휘청이던 회사의 주가를 세 배 이상 끌어올렸다. 나이키 역시 이러한 스타벅스와 치폴레의 성공 사례를 참고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도나호는 내년 1월 13일부터 정식으로 나이키의 신임 CEO로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나이키로서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나이키 앞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최근 불거진 '도핑 스캔들'과 임신한 여성 선수들에 대한 차별로 인한 논란으로 인한 나이키의 평판 하락 해결이 최우선이다. 도나호의 어깨에 올려진 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터비즈 임현석 신혜원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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