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와 펩시의 '이것', 쫄딱 망한 이유는?

조회수 2019. 10. 24. 11: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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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1985년 로베르토 고이주에타(Roberto Goizueta) 전(前) 코카콜라 회장은 뉴코크를 출시하면서 “이렇게까지 성공을 확실하게 보장해 줄 만한 신제품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호언장담했다. 뉴코크를 출시하기 전에 이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거의 20만 번에 달하는 시음회를 거쳤었다. 그 결과, 거의 대부분(약 60%)의 소비자들이 뉴코크가 원래의 코카콜라보다 맛이 더 좋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 내놓은 뉴코크는 성공했을까?

1985년 코카콜라의 ‘뉴코크(New Coke)’

시장에서의 실적은 참혹했을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는 기존 고객들로부터 엄청난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사실 코카콜라가 뉴코크를 내놓은 계기는 경쟁사 펩시(Pepsi)의 TV광고 때문이었다. 콜라병을 가리고 컵에 따라 마시게 한 후 맛있는 음료를 고르게 하는 ‘펩시 챌린지(Pepsi Challenge)’광고였다. 이를 통해 펩시가 코카콜라보다 맛있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얻고 이를 광고로 사용했다. 당황한 코카콜라 측은 단맛은 더하고 톡 쏘는 맛은 줄인 뉴코크라는 신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이었다.

출처: 코카콜라 홈페이지
뉴코크 코카콜라 광고 “대단히 새로운 맛! 어느 때보다 낫다.”

이는 99년간 고수해온 코카콜라의 전통을 내던지는 시도였다. 그러나 정작 기존의 코카콜라 고객들은 예전에 내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마시던 콜라를 그리워했고 혹자는 “고작 한다는 게 경쟁사, 그것도 자신보다 점유율이 낮은 펩시를 따라가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뉴코크 사례는 지금까지 미국 5대 실패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눈에 보이는 데이터, 상황만 고려해 낳은 실패였다.

8년 후 데자뷔 같은 펩시의 ‘크리스탈 펩시’

비단 코카콜라만 이러했을까? 경쟁사 펩시도 불확실한 현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만 보고 판단을 내린 우를 범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투명’ 소비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이에 1993년 ‘펩시’는 클리어(clear) 마케팅의 일환으로 ‘크리스탈 펩시(Crystal Pepsi)’라는 투명한 빛깔의 콜라를 전 세계에 출시했다. 1992년 덴버, 달라스 등 4개 지역에서 얻은 좋은 반응을 눈으로 확인하고 내린 판단이었다.



세계 최초로 포토리얼리즘, 즉 사물을 사진처럼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예술 기법을 도입하고 버스 외벽에 크리스탈 펩시 광고를 입히는 랩프린팅(wrap-printing)을 활용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졌다.

크리스탈 펩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검은색 콜라가 당연하던 콜라 시장에서 투명한 콜라는 혁신적인 것이었고 434억 원이 투입된 마케팅 덕에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의 반응은 2년 만에 사그라들었다. 기존 콜라 색에 강하게 앵커링(anchoring)되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강한 고착 현상이 있는 영역에서 혁신은 의미가 없었고, 소비자가 기억하는 ‘펩시’의 색이 아닌 크리스탈 펩시는 거부감만 일으켰다. 맛도 예전의 펩시(혹은 콜라)가 아니었다.



결국 크리스탈 펩시는 1994년 시장에서 깨끗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크리스탈 펩시의 실패 원인으로 코카콜라의 방해를 꼽기도 한다(코카콜라는 ‘탭 클리어’라는 투명한 콜라를 크리스탈 펩시 출시 6개월 후에 내놓은 바 있음). 크리스탈 콜라는 강한 인상을 남긴 덕에 2016년 7월 캐나다에서, 8월에는 미국에서 한정된 기간에만 판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투입됐던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뼈아픈 실패 일화는 신제품의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 상황에서 리더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상기시킨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특정 지역 사람들 대상으로 제품 시연을 하고 얻는 데이터, 당시 유행하는 트렌드는 누구나 파악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리더가 아닌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리더는 생각 위의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현명한 리더는 한 발 더 나아가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까지 충분히 고려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메타선택(meta-selection)’을 잘 해야 하는 이유다. 메타선택은 제품을 선정할 때 출시 시기, 선정 방법, 선정 이유 등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선택을 위한 선택’인 것이다.



리더가 직면한 메타선택 문제 상황과 관련해서 헨리 포드(Henry Ford)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약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빨리 달리는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사안이 이렇게 복잡할 때는 포커스 그룹에 의지해 제품을 디자인하기란 정말 어렵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누군가 그것을 보여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것과 실상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사람들이 흔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는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이해에서 가장 큰 방해요인은 여러 사물 가운데 감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중요한 요인이라도 그것을 감각을 통해 경험하지 않으면 경시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심사숙고하는 행위는 ‘보는 것’에 국한되고 보이지 않는 것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든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적어도 하나는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리더다.



셜록 홈스(Sherlock Holmes)의 <실버 브레이즈(Silver Blaze)> 이야기는 왜 우리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실버 블레이즈’는 유명 경주마인 실버 블레이즈의 실종과 그 말의 조련사인 존 스트레이커가 살해된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출처: 픽사베이
리더의 판단은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이면까지 파악할 줄아는 ‘통찰력’에서 나온다

로스(Ross) 대령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 셜록 홈스에게 물었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소?” 그러자 셜록 홈스가 “그날 밤 사건 현장에 있던 개의 반응이 매우 흥미롭군요”라고 대답했다. 그때 로스 대령이 반문했다. “그날 밤 개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소.” 그 얘기를 들은 셜록 홈스가 대답했다.



“바로 그 점이 흥미롭다는 겁니다.” 뒤이어 홈스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분명 한밤중의 방문자는 그 개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존 스트레이커가 왔기 때문에 개가 전혀 짖지 않았던 겁니다. 따라서 마구간에서 실버 블레이즈를 끌고 황무지로 나간 사람은 바로 스트레이커입니다.”



뉴코크의 사례처럼 때때로 많은 리더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돼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직원과 기업의 사활이 달린 상황에서 리더의 선택은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조직의 리더는 ‘아무도 못 본 것을 미리 내다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230호
필자 고영건

필자 약력

- (현)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레지던트

-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

-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인터비즈 박성준 정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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