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무례하고 더럽다"? SNS 관리 잘못해 망한 기업들

조회수 2019. 10. 22.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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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은퇴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이 했던 말로 알려져 있는데, 유독 한국 인터넷에서만 유행을 탔다. '트인낭'이라고 줄여 쓰기도 하는 이 말은, 영향력 있는 인물이 SNS에서 한 실언이나 부적절한 반응이 빠르게 전파되며 이미지를 망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런 '트인낭' 사례들이 쌓이면서 요즘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아예 SNS 계정을 만들지 않거나 지인들끼리만 사용하는 비밀 계정을 만들어 쓰는 추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발언

하지만 오늘날 기업 입장에서 SNS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마케팅 채널이다. 여전히 많은 잠재 고객들이 SNS를 즐기고 있으며, 과거 트위터와 페이스북 정도에 불과하던 채널이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유튜브 등으로 외연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성공적인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몇 가지 기업의 SNS 관리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보자.

망한 이유도 가지 각색... 실패한 기업 SNS 사례들

1) 경쟁사 제품인 '아이폰'으로 새해 인사한 화웨이 (2018, 화웨이)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공식 계정에 잘못 올린 트윗 하나 때문에 전세계인들의 망신을 샀다. 화웨이는 지난 12월 31일 밤, 2019년 새해 축하 메시지가 담긴 트윗을 공식 계정에 업로드 했다.


트윗 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우측 하단에 'via Twitter for iPhone(아이폰용 트위터를 통하여)'이라는 문구가 떡 하니 박혀 있던 게 문제였다. 모바일로 작성된 트윗에는 사용된 기기의 종류가 표시 되는데, 경쟁사 애플의 제품 '아이폰'의 이름이 들어있었던 것. 이는 흡사 '화웨이도 사실은 자사 제품보다 아이폰이 좋다는 걸 인정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처럼 받아들일 여지를 줄 수 있었다.


화웨이는 재빨리 트윗을 삭제하고 새로운 트윗을 올렸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via Twitter for iPhone' 문구가 찍힌 트윗은 캡처되어 전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을 뿐만 아니라, 12월 18일에 화웨이 말레이시아 계정에서 이미 같은 실수를 했던 것까지 함께 재조명 되고 말았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담당 직원들에게 감봉과 연봉 동결 등의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손상된 이미지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2) "테슬라가 상장폐지 된다?"... CEO 트윗 한 번에 '주가 폭락' (2018, 테슬라)

출처: 엘론 머스크 트위터
"테슬라를 비상장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주식은 주당 420달러에 매입할 것"

CEO의 개인 계정도 기업에서 고려해야 할 SNS 리스크에 포함된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개인 트위터 계정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편이다. 회사의 신제품이나 제품개발이 진척되고 있는 과정을 트위터를 통해 종종 공개하기도 한다. 한편 그는 창업을 성공시키는 능력 만큼이나 돌출 행동으로도 유명한데, 대표적으로 '테슬라 상장폐지 사건'이 있다.


2018년 8월 7일,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트윗을 하나 올린다. 그런데 "테슬라를 비상장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사우디라아비아 국부펀드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주당 420달러에 상장폐지 전환할 것"이라는 내용으로로 투자자들에게는 갑작스럽고도 대단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머스크의 트윗 하나로 전날 341달러이던 테슬라의 주가는 하루만에 379달러로 11% 폭등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3주 만에 계획을 백지화 했다.


하지만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 개입까지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었다. 명목은 머스크가 실제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장폐지 계획을 언급하여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이유였다. SEC가 엘론 머스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다음 날 9월 28일, 테슬라의 주가는 전날 307달러 대비 16% 하락한 264달러를 기록했다. 결국 머스크는 CEO직은 유지하되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3년간 의장을 맡지 못하게 되었으며, 머스크와 테슬라가 각각 2000만 달러(약 220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3) '인종 차별'에 '변명'까지... SNS 홍보하려다 되려 보이콧 역풍으로 패션쇼 취소 (2018, 돌체앤가바나)

이탈리아의 유명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역시 잘못된 SNS 사용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케이스다. 돌체앤가바나는 2018년 11월 21일 상하이에서 돌체앤가바나의 패션쇼 '더그레이트쇼'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 영상을 제작했고 인스타그램, 웨이보 등 SNS 채널에 업로드 됐다. 문제는 이 광고 영상의 내용이 대단히 인종차별적이었다는 점이다.

스테파노 가바나 인스타그램 DM 캡처

화려한 차림의 중국 여성이 등장해 젓가락으로 피자를 먹으려 시도하지만 어떻게 먹는지 몰라 당황스러워 한다. 파스타 편, 카놀리 편 역시 동일한 패턴으로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 줄 모르는 동양인 여성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중국인들은 당연하게도 이 영상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런데 여기에 돌체앤가바나의 공동 창업자 스테파노 가바나가 SNS로 기름을 끼얹었다. 인스타그램의 DM(다이렉트 메시지, 개인 쪽지)을 통해 항의해온 중국인에게 "China Ignorant Dirty Smelling Mafia"("중국인들은 무례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깡패들이다")라고 답장을 보낸 것.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장쯔이, 리빙빙, 황샤오밍, 천쿤, 왕쥔카이 등 중국 유명인 및 모델들이 줄줄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뒤늦게 돌체앤가바나 측에서 진화에 나섰다. 스테파노 가바나의 메시지가 해킹된 것이라는 해명과 공동창업자 스테파노 가바나와 도미니코 돌체가 함께 영상에 등장해 중국어로 "죄송하다"는 말과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돌체앤가바나가 세계 최대의 명품시장인 중국에서 기업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은 뒤 였기 때문이다.



4) 댓글 이벤트 함부로 했다간 봉변 당할 수도... (2013, 현대자동차)

2013년, 현대자동차는 가을을 맞아 자사의 '제네시스' 차종을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계절 이벤트였던 만큼 제네시스와 가을을 소재로 4행시를 댓글로 적으면 간단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댓글 참여는 활발했으나 문제는 그 반응들이라는 게 하나 같이 제품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었다는 점이었다. 상황은 마케팅 담당자가 예상했던 범위 밖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당선작은 "제네시스와 함께 하는 오늘 / 네가 있어서 더 행복함을 느낀다 / 시작도 너와 함께 하고 끝도 너와 함께 하고 싶다 / 스스럼 없는 나의 선택 제네시스"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뽑혔다. 하지만 당선작은 지지받지 못했으며, 유저들의 조롱이 계속되자 당첨자 발표 포스팅은 삭제됐다.


기업의 SNS 계정을 팔로우 하는 사람이라면 팬일 확률도 높다. 하지만 SNS는 알고리즘에 의해 팔로우 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노출된다 것이 특징이다. 게시물을 읽게 되는 사람들이 모두 기업에 우호적인 팬이라고 생각하면 이러한 곤경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5) 전설의 '파맛 첵스 사건' (2004, 켈로그)

'파맛 첵스 사건'은 2004년, 즉 15년 전 사건으로 SNS 붐을 불러온 트위터의 2006년 창업보다도 2년이 빠른 시점의 일이다. 하지만 과장을 조금 섞자면 이후 실패한 SNS 상의 고객 반응 이벤트는 사실상 '파맛 첵스 사건'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패한 SNS 마케팅의 전형을 담고 있다.


시리얼 회사로 유명한 켈로그는 자사의 시리얼 '첵스'를 홍보하기 위해 '첵스초코 나라 대통령 선거'라는 온라인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 이벤트는 인터넷 투표 형식으로 진행됐다. 후보는 기호 1번 '체키'와 기호 2번 '차카'로, 각각 "더 진하고 부드러워진 밀크초코렛 맛"과 "첵스초코 안에 파를 넣"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파맛 첵스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주는 척'한 점이었다. 상식적으로 시리얼에 파를 넣는 것은 현실화되기 힘든 일인데다 주요 소비자인 저연령층에 파맛 첵스가 어필할 리가 없었으니 애초에 대결 자체가 넌센스였다.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은 의도가 너무 뻔하게 드러난 무성의한 커뮤니케이션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소식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며 힘을 모아 실제로 파맛 첵스를 현실화 시켜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네티즌들이 2번 '차카'에 몰표를 주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켈로그측은 예정에 없던 ARS 투표와 현장투표를 만들고 2번 후보에 던져진 표 일부를 무효처리하며 가까스로 '초코맛 첵스'를 당선시켰다. 켈로그는 "부정 선거다", "파맛 첵스 출시하라" 등 한동안 고객들의 항의에 시달려야 했으나, 다행히도 이후 수 많은 패러디 작품들을 남기며 유쾌한 에피소드로 남았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이벤트는 오히려 기업에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인터비즈 오종택 장재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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