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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없이' 충성고객 30만 쌓은 '이 지도'

조회수 2019. 10. 23.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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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 ‘부동산’ 하면?

출처: 인터비즈
한국에서 부동산은 곧 '아파트와 원룸'으로 통한다

위 사진처럼, 대부분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온라인 결과값도 사람들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다. 가장 많이 언급된 부동산의 연관어는 ‘집’이다. (다음소프트 검색어 분석, 14일 기준) 부동산 시장서 거래되는 재화다. 다음이 ‘투기’ 다. 사람들의 ‘부동산 시장 참여 행태’다.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팩트는 좀 다르다. 아래 문답으로 알아보자.

거래의 '주류' 놓치는 국내 프롭테크 메이저들

1. 한국 부동산 시장은 ‘집이 거래되는 영역’인가?

2. 토지, 건물 거래는 ‘부자의 투기 전유물’인가?

질문 1의 대답은 NO다. ‘집도 거래되는 영역’이라야 맞다. 참여자들은 집보다 비즈니스용 건물, 점포, 땅을 더 많이 사고 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건물, 상가, 토지는 지난해만 162만여 건 거래됐다. 아파트와 연립ㆍ다세대주택 거래량(약 150만 건)보다 많았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최근 5년 간 그래왔다.

질문 2의 답도 ‘아니오’다. 시장 참여자들이 작년에 사고 판 땅 가운데 73%(약 79만 건)가 실거래가 1억 원 이하였다. 범위를 넓히면 국내 토지 98%가 10억 원 이하로 거래됐다. 상업용 건물도 마찬가지다. 90% 이상은 가격 10억 원 이하였다. 투기 목적 이었을까. 통상 ‘부자’로 분류되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소유자는 해가 갈수록 건물, 상가 매입을 꺼린다. 높은 공실률 때문이다. 토지, 건물 시장이 자산가들 대신 목적 뚜렷한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단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처럼 ‘주택’의 수요-공급은 전체 부동산 시장의 절반 이하 규모다. 토지와 건물은 실제필요해서 거래하는 비중도 꽤 많아졌다.

출처: 국토부 등
토지와 건물 거래시장은 더 이상 부자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시장의 일부를 전부인 양 알고 있었다. ‘부분적’ 인식은 반쪽짜리 판단을 낳는다. 문제 파악도 해결도 ‘부분’에 한해서 가능했다. 국내에선 주택 매물 검색과 ‘살아보니’ 후기 서비스가 프롭테크(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의 주류인 듯 평가받는 이유다. 사실상 주택 시장에만 특화된 직방이 자본 시장서 기업가치 6500억~7000억 원으로 평가받고 업계 ‘원톱’으로 군림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범진 '밸류맵' 창업자 : '큰 시장'의 고민을 짚어내다

2017년 창업한 초기스타트업 밸류맵은 이같은 국내 프롭테크 시장의 커다란 빈틈을 파고들었다. 건물과 토지시장에 집중하겠다는 ‘포지셔닝’을 명확히 했다. 감정평가사 출신의 창업자 김범진(35) 대표는 주택과 비(非)주택의 거래행태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사람’의 유무다. “토지, 또는 사무실용으로 쓸 작은 건물은 거래 과정에서 중개인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가 부족해서다. 사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김범진 밸류맵 대표(사진 아랫열 왼쪽 두번째)와 회사 직원들

이러한 분석과 판단은 김 대표 본인의 경험으로 완성됐다. 밸류맵은 작년까지 서울 마곡동 소재 한 오피스텔을 쓰다가 올 초 방화동 주택가에 둥지를 틀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임대료 등 현실적 여건도 있었다. 직원 11명의 스타트업이 쓸 사무실을 찾아야 했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적당한 입지에 회사 여건과 어울리는 건물을 고르고, 가격을 조율해 거래하는 데 수 개월을 썼다. 그 과정에서 중개인의 도움이 컸다고 털어놓는다. 김 대표는 “등기부등본을 떼보면 분명히 거래가 된 건물이다. 하지만 정보탐색은 거기서 '강제로' 중단된다. 더 이상 정확히 알 수 있는 게 없으니 자연스럽게 중개인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건물 및 토지시장을 직접 겪은 김 대표는 아파트 등 주택시장과의 차이점 또한 파악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 원ㆍ투룸 거래는 (서비스 업체가 몰려있다보니) 시장에 풀리는 정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굉장히 많다. 거래자 본인이 판단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중개인의 역할은 ‘매물 소개자’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라고 했다. 정보 비대칭성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단 뜻이다.

참여자 간 정보 습득이 불균등한 시장일수록 신뢰도 문제가 생긴다. ‘기획부동산’ 등이 특히 토지나 건물시장에서 빈번히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믿을 것은 데이터 뿐이다. ‘실거래가격’이 핵심이다.

문제해결 1) 실거래 데이터 : #알고리즘 #DB 600만 건 #지도

밸류맵은 전국 토지ㆍ건물ㆍ상가 실거래 정보와 기타 거래이력, 경매가격까지 지도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정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업데이트한 모든 부동산 공공데이터를 취합ㆍ분석한 결과물이다.

실거래데이터를 지도에 모두 보여주니 정확ㆍ투명성은 회사의 자연스런 모토가 됐다. 김 대표는 “토지 등의 거래 정보를 가장 정확히 찾는 법은 여러가지”라며 “가령 찾아야 할 X값이 ‘주소’라면 면적-용도-소유권 변동 등 다양한 정보를 조합한다”고 했다. 그 과정서 수십 개 공식과 변수를 활용한다. 이를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게 밸류업의 핵심기술이다.

프롭테크 업계에선 공공데이터 환경, 즉 대법원 등기소 사이트 등에서 찾아지는 ‘100% 정확한’ 거래 사례는 전체의 30% 정도로 보고 있다. 밸류맵 기술은 이 비율을 80%(2018년 기준)까지 올렸다. 김 대표는 이를 특허로 등록했다. ‘부동산정보 정제 및 제공방법, 시스템, 이를 위한 컴퓨터프로그램’이란 명칭이다. 거래 신고된 토지 등은 거의 무조건 밸류맵 지도에 자동 업데이트 된다. 이렇게 축적한 전국의 토지ㆍ공장ㆍ창고ㆍ빌딩ㆍ상가 실거래 및 가격 데이터 600만 건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민간 DB로는 국내 최대규모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최근(9월 기준) 거래 완료된 상가 업무시설 사례

밸류맵의 데이터 정제기술은 기획부동산 가능성을 원천차단하는 데도 기여했다. 작년 하반기에만 ‘사기행각 의심’ 거래 사례 1만 4529 건을 찾았다. 해당 토지 거래규모는 거래액만 3666억 원, 7.85㎢ 크기로 서울 여의도와 맞먹는다.

이처럼 정확ㆍ투명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은 토지ㆍ건물 거래에 관심있는 시장 참여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밸류맵만 가지고 현지 조사를 다니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블로그 요땅을 운영하는 임 모씨는 “예전엔 관심 지역 실거래정보를 엑셀로 받거나, 주소를 찾아 무조건 등기부를 떼야 했다”며 “(밸류맵은) 지역만 검색하면 각종 실거래 사례가 한눈에 나온다. 대지 형태도 나오니 도로 접한 곳과 아닌 곳의 차이도 알수 있다”고 했다.

밸류맵은 국내 메이저 자산관리기업의 업무방식도 바꾸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조민진 과장은 “(자산 실사를 위해) 최소 주 3회는 지방 출장을 다녔는데, 밸류맵을 쓴 뒤로 출장 횟수가 줄었다”고 했다. 직접 가지 않아도 정확히 볼 수 있는 ‘눈’이 생겨서다. 조 과장은 “실거래 가격이 부정확하면 (보유자산의) 매각 금액 산정 시 오차를 범하고, 이는 바로 회사 손해로 이어진다”며 “정확한 실거래가와 경매정보까지 알 수 있어 오차를 최소화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제해결 2) '충성사용자' 30만의 '삶'을 연결하다

회사에 따르면 8월 현재 밸류맵 사이트의 MAU(월간 순방문자)는 30만을 넘겼다. 임 씨나 조 과장 같은 사람들은 밸류맵 사이트를 한 번만 찾지 않았다. 재방문율은 87%에 달한다. 서비스 개시 만 2년 만에 이룬 숫자인 만큼 별도의 광고비 집행은 없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서비스를 지속 가능하게 쓰는 ‘충성고객’을 확보한 게 지난 1년 간의 가장 큰 성과” 라고 했다.

이처럼 실 가격 데이터와 사용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토지ㆍ건물 시장이 ‘깜깜이’란 오명을 벗으려면 중요한 과제 하나가 남았다. 30만 명에게 ‘사기 당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거래를 잘 끝냈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문제 해결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연결’을 답으로 제시한다. 무엇을 이을까. 사람과 사람이다. 바로 ‘실 중개사례 서비스’다.

출처: 밸류맵
실 중개사례 서비스 이미지

현재 진행 중인 테스트 뒤 이달 말 오픈하는 이 기능은 복잡하지 않다. 가령 서울에서 사무실 또는 점포 찾는 수요자가 해당 지역을 검색한다. 해당 용도로 거래된 곳 실 가격정보가 지도에 모두 뜬다. 각각의 정보엔 하나가 추가된다. 실제 중개인의 사진과 ‘내가 중개했다’는 메시지다.



클릭하면 중개사와 직접 연락할 수 있다. 중개인이 이 동네에서 얼마나 오래, 무엇을 ‘실제로’ 서비스해 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연결 단계는 ‘수요자-중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건물의 경우 건축사 등 설계자 이력도 확인하고 직접 연락할 수 있다. 리모델링 또는 인테리어 관련 상담까지 가능하단 의미다.


반면 사용자에게 심플한 기능일수록 개발 과정은 쉽지 않은 경향이 있다. 김 대표는 “실중개사례 서비스 개발을 위해 발품을 꽤 팔았다”고 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진짜 원하는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실사용자들을 만나본 것은 기본이었다. 무작정 아무 동네나 가서 중개사와 건축업자 등을 찾아 물어보기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반 사업자 뿐 아니라 중개인ㆍ설계자ㆍ건축업자ㆍ인테리어업자 등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이 ‘30만 명’ 안에 들어있어서다.

김 대표는 이 서비스를 “사람과 사람의 ‘삶’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실제 밸류맵은 여기에 ‘매물’을 끼우지 않았다. 연결된 ‘사람’과 직접 연락해서 좋은 물건을 찾고, 사업 기회도 얼굴 보고 논의하라는 메시지다. 김 대표는 “정말로 좋은 매물은 온라인에 잘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위 ‘추천 매물’이라고 하지 않나. 많은 서비스들이 중개인들에게 돈을 받고 올려준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반드시 허위매물이 나온다. 매력적인 매물이 있어야 클릭 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콜’을 받기 위해 매물을 올려야 하니 허위 매물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며 프롭테크 업계 일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수익화 : #전문성의 대가 #금융기관 협업

여기서 드는 궁금증. 그럼 돈은 어떻게 버는걸까. 밸류맵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김 대표는 실중개사례 서비스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 참여하는 ‘전문가’관리를 유료화 하는 것이다. 회사에 따르면 ‘중개인’ 등 토지-건물 관련 서비스 제공자는 7만 명이다. 이 가운데 60%가 업무용도로 밸류맵을 사용한다. 돈을 내더라도 고객 상담을 위해 밸류맵을 쓰겠다는 전문가 비율은 7만 명 중 40%를 차지한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프로필 계정 사용료를 고려하면 2021년엔 연 13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일종의 ‘전문가 포트폴리오’ 작성에 대한 비용을 받는 셈”이라고 보충했다.

김범진 밸류맵 창업자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통한 B2B모델도 갖춘 상태다. 밸류맵은 최근 기업은행에 자사의 서비스 기능을 탑재했다. 이는 ‘IBK 박스’ 플랫폼에서 이용 가능하다. 전국 토지·건물·공장의 실거래가 정보와 IBK 협력 중개사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IBK 대출 연계 서비스, 온라인 대출 상담 서비스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연간 40억 원 수준의 대출연계 수수료가 매출로 잡힐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광고는 플랫폼이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수익화 방법이다. 밸류맵의 비즈니스 ‘로드맵’에도 들어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김 대표는 광고를 통한 수익화 과정에서 사용자의 신뢰를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납득이 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터비즈 박윤주 윤현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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