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도 '이렇게' 팔면 매출 "1184억원?"

조회수 2019. 10. 22.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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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의 바람이 불면서 이제 텀블러는 대학생 및 직장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텀블러라도 소재나 추구하는 가치에 있어 더 친환경적인 제품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단지 환경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긴 어렵다. 하지만 친환경적이면서도 패션 아이템처럼 디자인까지 세련된 물병이라면 누구든 사고 싶지 않을까?

미국 스웰(S'well)의 창립자이자 CEO인 사라 커스(Sarah Kass)는 이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에 옮겼다. 그녀는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과 재질을 갖춘 예쁜 물병을 만들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비싼 핸드백에서 꺼내도 이상하지 않을' 물병이었다. 그 결과 스웰 보틀은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의 핫한 애용템으로 자리 잡으며 창업 6년 만에 1억 달러 (약 118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패션 브랜드 CEO처럼 물병을 팔아야 한다

사라 커스는 대학생 때부터 친환경 물병을 즐겨 사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물 위기와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용하던 물병에 작은 불만을 하나 갖고 있었다. 당시 친환경 물병들은 대부분 무거운 메탈 소재에 다소 투박한 디자인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중요한 미팅이나 회의실에서 물병을 꺼낼 때마다 생각했다. '하이킹에나 어울릴 만한 물병 말고, 멋진 핸드백에서 꺼내도 이상하지 않을 패셔너블한 물병은 없을까?'

출처: 스웰 보틀 pinterest
사라 커스 스웰 CEO는 2014년 포춘(Fortunes)의 40세 이하 기업인 40(40 Under 40)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라 커스는 공인 회계사를 그만두고 2010년, 직접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세련되면서도 친환경적인 물병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사람들이 가볍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소재는 무독성 절연 스테인리스 스틸로 골랐다. 텀블러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보온은 12시간, 보랭은 24시간 지속되도록 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디자인이었다. 기존의 텀블러는 포탄처럼 생겼거나 뚜껑 달린 컵 형태가 다였다. 반면 스웰 보틀은 부드러운 곡선형의 우유병 디자인이다.

사실 그녀는 사업 초기에 제품의 '친환경 기능'에 더 집중했었다. 스웰 보틀의 판매 수익을 일부 기부하는 자선 파트너십 프레임 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마케팅에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웰 보틀을 구매하는 주 요인은 친환경적 요소가 아니라 제품의 독특한 디자인과 품질이란 걸 깨달았다.

사라 커스는 관점을 바꿔 자신을 물병 제조회사 CEO가 아닌 패션 브랜드 CEO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녀는 패션 디자인 업체의 프로세스를 자사에 도입했다. 유명 패션 브랜드와 패션 잡지 출신의 직원을 영입했고, 트렌드 연구를 강화하여 다양한 컬러와 재질의 제품을 만들었다.



일반적 패션 브랜드들이 1년에 컬렉션을 진행하듯이 스웰 보틀의 신제품도 일 년에 두 번, 30종씩 출시된다. 뚜껑도 색깔별로 따로 판매해서 고객들은 취향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 현재 스웰 보틀은 단색부터 나무, 가죽, 대리석 무늬 등 200가지가 넘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스웰의 고객은 1명당 평균 5.5병의 스웰 보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 효과, 스타벅스와의 콜라보.. 매출은 고속 증가

회사가 제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1년 오프라 윈프리가 발간하는 월간지 오프라 매거진(O, The Oprah Magazine)에 소개되면서부터다. 당시 스웰 보틀의 색상은 파란색 한 가지였다. 잡지 편집자는 샘플을 받아본 후 사라 커스에게 제품의 색상을 추가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그 결과 총 6가지의 색상의 스웰 보틀이 Must Have Item으로 잡지에 실린다.

오프라 효과를 톡톡히 누린 스웰은 그 후 수많은 소매업체들과 거래를 맺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현대미술(SFMOMA),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세계적인 뮤지엄뿐만 아니라 Neiman Marcus(니먼 마커스), Nordstrom(노드스트롬)과 같은 고급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일반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백화점과 브띠끄 매장으로의 입점은 스웰 보틀이 고급진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갖추는 데 일조했다. 이후로도 스웰 보틀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대중적인 유통을 일절 배제한다.

결정적으로 회사가 성장하게 된 계기는 스타벅스와의 파트너십이다. 2012년, 테스트 성격의 파트너십으로 아틀란타(Atlanta)와 오스틴(Austin)의 140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스웰 보틀이 전시됐다.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스타벅스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다. 그 결과 스웰의 물병은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될 수 있었다. 스웰 보틀은 이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출처: 스타벅스 홈페이지
2017년 스타벅스에서 출시한 릴리 퓰리처(Lilly Pulitzer)와 콜라보한 스웰 보틀

스웰 보틀은 이후 애플, 스와로브스키, 패션 디자이너 안나 수이(Anna Sui),사진작가 그레이 멜린(Grey Malin)과 협업을 진행했으며, 2016년에는 뉴욕 패션위크에도 참여했다. 특히 애플과의 콜라보는 콧대 높은 애플이 먼저 제안했다. 2015년 애플이 로즈 골드 색상 아이폰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2개월 전, 스웰은 이미 로즈 골드 물병을 출시했다. 그러자 애플이 먼저 쿠퍼티노 본사의 기념품 매장에 스웰의 물병을 전시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후에는 애플스토어에서 애플의 로고를 넣은 스웰 보틀이 판매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 과정을 거쳐 스웰의 매출은 2014년 1000만 달러(약 118억 원), 2015년 4700만 달러(약 556억 원)를 넘어 2016년에 1억 달러(약 1184억 원)를 돌파한다.

초기 목표 잊지 않아..'친환경' 위해 꾸준히 노력

이 과정에서 스웰은 초기 목표인 '친환경'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현시대의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렸고, 친환경 요소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또다른 중요 소구 포인트가 되었다.

스웰은 매년 판매액의 10%를 환경 비영리 단체 워터에이드(Wateraid)에 기부한다. 또 2015년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인구의 50%가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없는 마다가스카르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메리칸 포레스트와 협력해 나무 무늬 물병(Teakwood)이 하나 팔릴 때마다 플로리다 숲에 나무 한 그루를 심기도 한다.



2020년까지 1억 회 이상의 일회용 플라스틱 병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백만 병 프로젝트(MillionBottle Project)도 진행한다. 최근에는 주방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진공 단열 식품 용기 S'well Eats와 S'nack S'well을 출시했다.

사라 커스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품어 큰 목표를 정했으며, 실현을 위해 지체 없이 움직였다. 그녀가 자신과 같이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꿈같은 아이디어가 그저 스쳐 지나가기 전에 잡아서 현실로 만들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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