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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랜드'가 중국 것?! 중국 품에 안긴 명품 브랜드들

조회수 2019. 10. 20. 1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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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전세계적으로 사치품(명품)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중국만큼은 예외다. 중국인들의 연간 매출 소비는 한화로 500조 원 규모에 이른다. 중국인들의 뜨거운 명품 사랑이 이 시장 자체를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 명품 매출 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 자체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중국이 불황인 명품 시장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이제 개별 명품 상품의 소비시장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출처: KBS 9시 뉴스 캡쳐.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명품을 수집하는 중국인들 모습을 담은 뉴스 영상.

추억의 크로스백...스위스 명품 브랜드 발리는 중국 품으로

스위스의 명품 브랜드 발리는 국내서도 흔히 발리백으로 불리는 가방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발리의 시작은 구두였다. 스위스의 쉐넨베르트 지역에서 구두장인 발리가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만든 브랜드다.



외신에 따르면, 섬유재벌인 산둥루이는 지난달 발리의 지분 75%를 1억 유로(약 1330억 원)에 인수했다. 중국의 패션그룹인 산동루이 추야푸 회장은 2017년 회사 창립 45주년 행사에서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중국의 루이비통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산동루이의 2016년 기준 매출액은 500억 위안(약 8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중국 방직섬유기업 중 1위다. 

산둥루이는 최근 공격적으로 명품 브랜드 인수에 나서서 업계를 놀래키고있다. 2016년엔 프랑스 SMCP 지분 80%를 13억 유로(1조 7000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SMCP는 끌로디 피에르(Claudie pierlot) 등 유명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프랑스의 유명 패션 그룹이다. 또 산둥루이그룹은 영국 남성복 브랜드 켄트앤커웬, 기브스앤호크스,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 세루티1881까지 보유하고 있댜.

'대륙의 워런버핏' 프랑스 1세대 명품 브랜드 랑방 인수

출처: 랑방 홈페이지.
전통의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인 랑방 로고(위)와 창업자인 잔느 랑방.

1889년 새워진 프랑스의 명품 패션 브랜드 랑방은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1세대 명품 브랜드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잔느 랑방이 세운 브랜드다. 화려한 아름다움과 세련된 절제미로 대표되는 프랑스 패션을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AF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의 민영 재벌인 푸싱그룹이 지난달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랑방의 지배 지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자세한 인수 지분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랑방의 이전 최대주주(지분 75%)였던 대만의 미디어 재벌 왕쇼란이었다.

출처: 랑방 홈페이지

푸싱그룹은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랑방 인수 후 “중국이 글로벌 고급 패션시장의 주요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랑방에 큰 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그는 부동산과 철강, 금융 등에 걸쳐 100여 개 기업을 거느린 큰손이다.



랑방 인수를 두고선 뒷이야기도 무성하다. 푸싱의 궈광창 회장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움직였던 설이 있다.

출처: 랑방 홈페이지.
일본 도쿄에 위치한 랑방 매장

궈광창이 이끄는 푸싱은 지난해 당국에 의해 은행 신규 대출 금지 대상으로 찍힌 기업이다. 중국 당국이 해외 투자 억제 대상으로 정한 호텔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과도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다. 궈광창 회장은 2015년말 당국의 조사로 일시 실종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 인수는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점을 들어 궈광창 회장이 중국 정부와 다시 원활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인정신에서 대량생산으로...발렌시아가 신발도 중국서 생산

기존 명품 브랜드의 중국 섬유와 제조기술 의존도도 심해지는 추세다. 발리를 인수한 산둥루이가 생산하는 섬유 제품은 명품 브랜드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 역시 이 업체가 디자인하고 생산한 원단을 쓰고 있다. 산둥루이는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파리, 밀라노, 런던, 도쿄 등에 연구개발 센터를 세우고 디자인 방직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흔히 어글리슈즈로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

최근엔 중국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명품 브랜드도 속속 눈에 띄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발렌시아가다. 발렌시아가는 최근 어글리슈즈 열풍을 이끈 이 제품의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 프라다 역시 의류와 잡화 일부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인정신으로 제작한다고 제품을 마케팅하는 명품 제품들이 중국 공장에서 대량생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명품시장에서 영향력 키우는 중국

중국 브랜드의 거침없는 명품 브랜드 인수와 협업 확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중국은 최근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고가의 브랜드가 주요 소비대상이 되고 있다. 글로벌 명품 패션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자사를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인식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명품 소비 시장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가 발표한 '2017 세계 명품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명품시장 매출액 1조 4천억 달러(1520조 5000억원) 중 중국인이 32%를 소비했다. 명품쇼핑에 중국인 500조 원을 쓴 셈이다. 보고서는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는 지속해 증가할 것이며, 2025년에는 전 세계 명품시장의 4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제1의 명품 소비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정작 자국엔 이렇다 할 명품 브랜드가 없다.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패션시장이 브랜드 직접 인수를 전략으로 삼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일부 명품 브랜드 역시 자국에서만 생산하던 관행을 버리고 대량생산 체제로 돌아서면서 장인정신의 개념마저 흐릿해지고 있다. 중국 바람이 거세지면서 한동안 명품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대중을 뜻하는 '매스(Mass)'와 명품을 뜻하는 '프리스티지(Prestige)'의 합성어인 매스티지의 확대 바람 또한 거세게 불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론 존경받는 토종 명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중국 산업의 한계는 여전한 고민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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