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때문에 욕 잔뜩 먹은 펩시, 왜?

조회수 2019. 10. 1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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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과거 마케터들은 여러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과 어떻게 다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제품의 속성과 특징, 효용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마케팅의 흐름도 달라졌다. 지난 수십 년의 마케팅 연구 결과,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은 제품 속성의 효용뿐 아니라 구매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심지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 등 구매와 전혀 '관련없는' 상황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광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도 '도덕(morality)'을 강조하는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공감(empathy)'을 핵심 키워드로 삼는 광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리학이나 윤리학에서 타인의 감정을 경험하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공감은 오늘날 사회의 불평등이나 인종적 민족주의를 거부하고 일상에서의 공손함이나 정치적인 포용성을 의미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게 됐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자가 어떠한 철학과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지금, 공감을 소재로 한 광고가 많아지는 이유다.

'제품' 대신 '공감'을 부각시키는 광고들

애플은 2016년 연말 광고에 두려움을 주는 외모 때문에 동굴에 숨어 사는 프랑켄슈타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노래에 소질이 없지만 친구를 만들고 싶었던 프랑켄슈타인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습하고 연주 음악을 아이폰에 녹음한 뒤 사람들이 모인 광장에서 어설프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의 흉물스러운 외모에 놀란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을 멀리한다. 하지만 이내 한 아이가 다가가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결국 광장에 모인 모두가 합창한다. 광고는 "모두에게 마음을 여세요(Open your heart to everyone)"라는 말로 끝이 난다.

하얏트호텔의 'For A World of Understanding' 광고

하얏트호텔의 2017년 광고는 여행자가 현지인들에게서 의심의 눈길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북미의 기차에 있는 히잡을 쓴 여성은 백인 여성의 의심을 받고, 중동의 한 도시에 도착한 흑인 여성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아시아의 한 도시에 있는 백인 남자도 의심의 대상이 되며, 유럽의 선술집에 들어간 중국 남자도 백인들의 시선에 어색해 한다. 하지만 광고는 여행자와 현지인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면서 함께 즐거운 경험을 하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광고는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은 사랑(What the World Needs Now is Love)'이라는 노래와 함께 "이해가 가득한 세상을 위해(For a World of Understanding)"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에어비앤비의 'We Accept' 광고

2017년 슈퍼볼에 등장한 에어비앤비 광고도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콜라주로 등장시키면서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서 왔건,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섬기든 상관없이 우리는 하나입니다. 당신이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세상은 더 아름다워집니다"라는 메시지를 화면에 띄웠다.



스타벅스는 숫자와 함께 직접적인 메시지를 이용한다. 스타벅스의 TV 광고에는 2016년 한 해 동안 판매한 음료수에 이어 그들이 한 '착한 일'이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등장한다. 8000명의 참전 용사를 고용했고, 6535명의 바리스타에게 대학 입학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229명의 대학 졸업을 도왔다. 또 1만 명의 젊은이에게 직장을 제공했고, 2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30만 명 이상의 농부를 지원했다. 광고의 말미에는 "우리(스타벅스와 고객)가 함께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서로에게 잘합시다(Be Good to Each Other)"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광고, 뭘 원하는지 묻기 전에 무엇이 옳은가를 말하라

예전에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제품을 통해 더 나은 삶이 펼쳐질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최근 광고들은 더 이상 권력, 명성, 아름다움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소구하지 않고 윤리적인 구호를 외치며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즉, 오늘날의 광고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주는 대신 무엇이 옳은가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미국의 광고대행사 제이월터톰슨(JWT) 연구팀은 미국의 인구 구성비와 동일하게 구성된 1001명을 대상으로 정치, 미디어, 브랜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78%는 사회가 처한 주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고 답했고, 88%는 기업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SNS에 올라온 정치적인 내용에 관해서도, 정치인(41%)이나 유명인(45%)이 주장하는 것보다 브랜드(60%)가 주장하는 것에 믿음이 간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는 오늘날 브랜드가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도덕적 의사 표현을 해야 할 필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출처: flickr
2011년 펩시가 출시한 다이어트 콜라 '스키니 캔'의 광고 포스터. 펩시는 뉴욕 패션위크가 열리는 때에 맞춰 길고 날씬한 디자인의 스키니 캔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는 '마른 몸이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을 만든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펩시는 몇 달 후 짧고 통통한 디자인으로 수정된 콜라를 재출시했다.

사람들이 마케팅에 기대하는 것이 옳은 이야기(도덕)라는 사실은 7년 전 다이어트 펩시 마케팅팀이 겪었던 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2011년 2월, 펩시는 뉴욕 패션위크에 맞춰 다이어트 콜라 '스키니 캔'을 선보였다. 펩시는 아름답고 자신감 있는 여성을 상징하기 위해 더 크고 대담한 디자인을 입혔다고 홍보했다. 당시 펩시의 최고마케팅담당자(CMO)인 질 베라드(Jill Beraud)는 "새로운 캔이 보여주는 날씬하고 매력적인 모습이 오늘날의 스타일리시함과 완벽하게 들어맞으며 혁신적인 디자인이 사랑받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소개돼 영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롭게 공개된 펩시 제품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전미섭식협회(National Eating Disorders Association)는 캔의 명칭에서 삐쩍 마른(skinny) 모습이 좋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이 생겨난다고 주장하면서 펩시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에 대해 펩시는 "다이어트 펩시의 새로운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대응했다. 하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펩시는 몇 달 후 키가 작고 뚱뚱한 형태의 다이어트 콜라를 새로 출시했다.

출처: 동아일보
지난 2016년 12월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출산 지도'. 시도별로 가임기 여성 수를 집계해 지도를 제작했다. 공개 직후 행정안전부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이트(birth.korea.go.kr)를 폐쇄했다

소비자들은 도덕성이 결부된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국내 마케터들은 깊게 고민한 후 조심스럽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고 단순히 "좋아요"를 모으거나 상위 부서에 보고하기 위해 급조한 캠페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가 발표했다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던 '가임 여성 인구수가 표시된 대한민국 출산 지도'다. 이제 기업들은 그들이 말하려는 메시지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확인해 민감하고 똑똑해진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표지 이미지 출처: 플리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23호
필자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비즈 최예지, 이방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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