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세계 최악의 도시" 여행안내서 평가 반박한 '이 회사'

조회수 2019. 10. 1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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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 영혼도 마음도 없는 지겨운 단조로움

세계적인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이 2009년 서울을 세계 최악의 도시 중 한 곳으로 뽑으면서 내린 평가다. 외부인의 시각이지만 이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 중 상당수는 베드타운과 직장만을 힘없이 오간다. 자신이 사는 도시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다. 막상 돌아보면 내가 사는 동네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뭐 있나 싶다. 매번 열리는 지역 행사는 단조롭고,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도 느낄 수 없다.

출처: 어반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37)가 안타까워한 지점이 여기다. 모두들 자신이 사는 동네엔 별 볼 일 없다고 느끼지만, 사실 어느 도시든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속살이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한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는 철물점과 미용실엔 수많은 삶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쌓아나가고 있다. 2013년 시작한 어반플레이는 도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집해서 책을 만들고 그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한 행사를 기획한다. 도시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다.

이게 과연 사업이 되는 걸까? 지역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다양한 기관에서 투자를 받은 점이 우선 눈에 띈다. 2017년 서울산업진흥원과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엔 한국벤처투자 등에서 26억 원 자금을 유치했다. 연간 매출은 25억 원 수준에 직원 30명 수준으로 규모가 커졌다. 최근 도시재생과 관련한 컨퍼런스 등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단체들과 협업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처음엔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스토리가 높이는 지역의 가치

어반플레이는 어떻게 시작한 회사일까. 홍 대표는 한양대 건축학과를 다니며 공간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던 대학생이었다. 건축학도라면 보통 디자인이나 외관에 더 관심을 가질 텐데, 그는 특이하게 콘텐츠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건물 디자인이나 공간 디자인이나 그 안에 어떤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갖추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안그래도 영상이나 이야기 수집에 관심이 많아서, 콘텐츠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던걸요"

그는 단순히 하나의 건물 외관에 그치지 않고, 공간을 규정하는 문화를 더 주목했다. 건물을 바꾸는 디자인을 넘어 콘텐츠가 어떻게 공간을 바꾸는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예컨대 조명 하나를 달더라도 거기엔 사용자 경험(UX)과 동선을 어떻게 짜느냐를 고민하게 되잖아요. 노인시설이나 도서관 등은 그런 UX가 분명한 편이죠. 하지만 일반적인 건물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공간 디자인과 콘텐츠를 연결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이 끊임없이 있었죠."

출처: 어반플레이 유튜브 채널

시작은 건축학도다운 발상이었지만, 이러한 구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점차 확장됐다. 어떤 공간도 외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공간, 사람과 연결되면서 의미가 온전해진다. 각각 숨어있는 콘텐츠들을 연결해주고, 기획할 때 라이프스타일이 드러난다. 도시의 문화 콘텐츠로 관심이 옮겨갔다. 그는 공간기획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2013년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무슨 회사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콘텐츠로 지역을 바꾸는 사업이라는 개념이 와닿지 않은 듯했어요. 그래도 저희는 확신이 있었어요. 도시엔 콘텐츠가 필요하고, 정체성이 필요해진다는 점이요. 그걸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요."

어반플레이는 콘텐츠로 지역의 정체성을 발굴하는 회사다. 이전에도 자자체 차원에서 이런 작업은 늘 있어왔다. 그러나 상당수 일회성 행사를 위해서 부랴부랴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쌓이지도 않고 금방 증발했다. 어반플레이는 동네의 이야기를 쌓아나간다는 점에서 여느 일회성 공공 프로젝트와 차별화됐다. 어반플레이는 이야기를 품은 작은 가게들을 취재해서 매거진 '아는 동네'를 출판하면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마을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점을 알렸고, 이러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기업이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짜고있다. 지역 기업을 만나서 협업 구조를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지역과의 소통과 상생을 이끌어낸다.

최근 어반플레이를 찾는 기업과 지자체가 적지 않다. 네이버만 하더라도 지역내 숨은 가게를 찾는 프로젝트 꽃의 콘텐츠를 어반플레이를 통해 만들어가고 있다. 도시 서비스의 무게중심이 작은 공간과 개개인의 스토리로 옮겨가는 흐름을 대표한다. 어반플레이는 연남장이라는 문화공간 겸 카페를 운영하면서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공간 임대료는 개별 프로젝트를 후원할 수 있는 기업에게 받고 크리에이터에게 내주는 방식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상 중예요"

많은 이들이 어반플레이가 콘텐츠를 통해서 도시재생을 일궈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2015년부터 시작한 '연희 걷다' 행사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됐다. 연희동의 작은 가게를 엮어 문화적 콘텐츠로 만들어냈다. 참여하는 지역 가게만 50여 개에 이른다.

로컬 크리에이터 플랫폼화가 다음 목표

개성 있는 도시 콘텐츠가 자생할 수 있는 운영체계(OS)가 필요하다

어반플레이가 밝히는 슬로건이다.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홍 대표는 지역에서 이야기를 가진 이들을 엮어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지역 콘텐츠의 프랜차이즈화나 플랫폼화를 지향한다. 홍 대표는 "콘텐츠를 가진 지역에 얼마나 사람들이 몰릴 수 있는지를 비즈니스적으로 실험하고 이게 얼마나 유효한지 탐색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현재 이들은 연남장을 통해 공간 비즈니스도 실험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고, 여기에서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엮는다. 또 다양한 스타트업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코워킹, 코리빙과 같은 공유 공간 서비스 등이 붙은 모델이다.

"여기에 지역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공유주방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지역 상점을 만들어갈 거예요. 앞으로 운영공간을 9개로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공간 비즈니스를 통해 일종의 살롱 커뮤니티로 지역을 확장해나가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러한 공간들을 엮어 커뮤니티 멤버십을 제공한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이젠 단순히 물건을 사는 거라면 온라인에서 사면 되잖아요. 오프라인 공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할 거 같아요.

철물점만 하더라도 이젠 철물만 사는 게 아니라 건축과 집수리 컨시어지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죠. 커뮤니티에서 가치를 가져야지만 오프라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가게를 엮어 커뮤니티 가치를 높인다는 생각예요. 연남동에서 시작하는 모델인데, 확장해나갈 수 있죠.

홍 대표가 구상하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일. 실제 공간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커뮤니티의 기능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동네 비즈니스가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한다는 게 어반플레이의 포부다.

어반플레이는 연남동 외에도 이미 을지로와 성수동 등 이른바 핫한 동네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렇게 커뮤니티 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했다. 각 지역별로 좋은 콘텐츠를 찾아내고, 새로운 지역에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해서 협력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출처: 연남장 인스타그램

"흔히 오해하는 게 해당 지역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만 로컬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지역 안에서 창조적인 작업으로 임팩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 로컬 크리에이터죠. 로컬 콘텐츠라는 게 한 지역 안에 있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연결할 때 나오는 가치거든요. 동네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그런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 지는 세상에 살고 싶네요."

그는 흥미로운 사람과 이야기는 어디에든 있고, 그게 로컬 비즈니스가 뜨는 이유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터비즈 임현석 신혜원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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