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픽(Pick)' 이 가방, 올해 매출 '30억원' 돌파하나?

조회수 2019. 9. 2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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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것도 안 사는데 쓰레기로 만든 걸 누가 사

버려진 자동차 시트로 가방을 만들겠다는 새내기 사업가에게 창업 멘토들의 모진 말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가방을 한 개라도 파는지 두고 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주변 친구들 반응도 뜨뜻미지근했다. '이미 프라이탁*이 있는데, 왜 또?'라는 식이었다. 그는 부정적인 피드백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LG가 TV를 만든다고 삼성이 만들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재활용 소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겠다 다짐했다.


2016년, 모어댄의 가방이 세상에 나왔다. 한 개만 팔아보자고 시작했는데, 준비한 제품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2017년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랩몬스터(RM)가 메고 나와 주목을 받았고, 다음 해엔 김동연 당시 부총리가 구매한 사실이 알려져 구매 문의가 빗발쳤다. 올 6월엔 문재인 대통령 스웨덴 순방에 동행해 스웨덴 국왕 앞에서 모어댄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부정적 말들을 떨쳐내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온 결과, 지난해 매출 1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30억 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모어댄 최이현 대표를 만나 'Useless를 Useful하게 바꾼다'는 신념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들어봤다.



*방수 기능이 있는 트럭 덮개천, 안전벨트 등으로 가방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출처: 인터비즈
모어댄 최이현 대표

폐차하다 떠오른 아이디어

Q) 자동차 가죽 시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영국 유학 때 타고 다니던 중고차가 있었어요. 아끼던 차였는데 주차해놓은 걸 누가 들이받고 도망가는 바람에 폐차를 하게 됐죠. 가져가니 의자 가죽이 좋다는 얘길 많이 하더라고요. 근데 시트 가죽은 재활용이 안 된다는거예요. 자동차의 다른 부품들은 재활용이 되는데 에어백, 의자 가죽, 안전벨트 등은 다 매립해 버린다고 들었어요. 그때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의자 가죽이 차지하는 면적이 상당한데 그대로 버리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게 2012년이었고, 다음 해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Q)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것도 있을 텐데, 왜 가방을 택하셨나요?


A) 가방이 가장 잘 보이니까요. 자원 순환은 혼자 힘으론 부족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려면 인식을 공유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늘 인지할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가방을 많이 메고 다니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가방이 눈에 잘 띄잖아요?

출처: 인터비즈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모어댄 매장

소재 구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쳐

Q) 쓸모없는 가죽을 가져가 준다고 하면 좋아했을 것 같은데...


A) 쉽지 않았습니다. 소재를 구하기 위해 1년 동안 폐차장 여러 곳을 돌아다녔어요. 반기는 곳이 하나도 없었죠. 낯선 사람이 돌아다니니까 싫어하더라고요. 그래도 자주 얼굴을 비추니 마음을 여는 곳이 생겼어요. 그 덕분에 제품을 만들 수 있었죠. 요즘엔 폐차에서 나오는 가죽뿐 아니라 자동차 시트를 제작하면서 나오는 자투리 가죽을 주는 곳들도 있어서 그것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재활용을 하려면 세척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처음엔 겉면만 닦고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자동차 가죽은 때가 잘 타지 않으니까요. 오산이었죠. 시제품을 만들어 지인에게 줬는데 주변 사람들이 자꾸 그 사람에게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하더래요. 비흡연자인데 말이죠. 범인은 가방이었어요. 차 주인이 흡연자라 담배 냄새가 시트에 다 밴 거죠.


그때부터 향균 처리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가죽이 갈라지지 않게 적정 습도에 말리는 방법도 고민했죠. 현재 7단계에 걸쳐 가죽 오염을 제거하고 세탁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재활용 가방이지만 품이 많이 들어간 제품이에요. 개발비에만 1000만 원이 들었어요.

출처: 인터비즈
모어댄 가방

Q) 소비자에게 소구하려면 가방 디자인도 중요할 것 같은데...


재활용 제품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저희 가방을 보면 가방 중간에 바느질 선이 들어가 있는 게 많아요. 조각난 가죽들로 가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저희는 소비자들이 봤을 때 조각을 이어붙인 게 아니라 원래 디자인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저희 가방을 제작해줄 공장을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자동차 가죽도 낯선데 자투리 가죽을 들고 가니 만들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죠. 그렇다고 아무 데서나 만들 순 없었어요. 여러 번 문을 두드린 끝에 MCM 그리고 금강제화 공장에서 가방을 만들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톱에 속하는 곳이라 임가공비가 1.7~1.8배 비싸지만 고품질로 만들고 싶었어요.

사업 초기, 최 대표 옆엔 난관을 함께 헤쳐나갈 세 명의 동료들이 있었다. 처음 만난 건 현대차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었다. 창업 관련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합숙 프로그램에서 만났는데, 최 대표는 그에게 한 달만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자동차 가죽을 다루는덴 패션 디자이너보다 산업 디자이너가 더 유용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디자이너의 소개로 현대차에서 일했던 연구원이 합류해 소재 세척 방법을 연구했다. 가방 기획은 MCM에서 상품 기획 업무를 하다 아이 때문에 잠시 쉬고 있던 최 대표 지인이 맡았다. 그녀의 인맥 덕분에 MCM이 사용하는 공장도 뚫을 수 있었다. 최 대표는 "명확한 분업화 덕분에 가장 힘들다는 창업 초기 3년을 잘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지금까지 모어댄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공방 운영 말고 '사업'을 하자

Q) 원래 해외 진출을 먼저 고려했다고 들었어요.


A) 2015년 회사를 설립하고 우연한 기회에 인터뷰를 했어요. 기사가 네이버에 올라갔는데, 댓글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요. 아직 한국 시장에선 우리 제품이 설 자리 없다고 생각해 해외 진출 준비를 했어요. 그러던 차에 카카오에서 메이커스 입점 제의를 받았어요. '낭비 없는 생산'이라는 목표가 우리와 일치해 제안을 받아들였죠.


잘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루에 1개만 팔자고 생각해 목표 수량을 100개로 잡았어요. 그런데 사흘 만에 품절된 거예요. 앵콜 요청이 왔는데, 준비된 가죽 소재가 없어 대신 지갑을 선보였어요. 목표 수량 200개가 하루 만에 팔려 나가는 걸 보면서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국내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출처: 카카오 메이커스
모어댄의 가방 브랜드 컨티뉴 카카오 메이커스 주문 페이지 소개글.

Q) 성공 가능성을 본 것 같은데 제품 런칭은 한참 뒤에 이뤄졌더라고요, 이유가 있을까요?


A) 카카오 메이커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게 2016년 2~4월이에요. 가능성은 봤지만 거기서 만족하면 사업이 아니라 공방에 머물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죠. 그래서 2017년 9월에 정식 런칭하게 된 겁니다.


Q) 모어댄 얘기가 나올 때마다 SK가 자주 언급되는데, 이때 인연이 닿은 건가요?


A) 초기 자본금 2억 8000만 원이 필요했어요. 1억 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을 받았고, 1억은 SK에서 지원을 받았어요. 자금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SK이노베이션에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지원하게 됐죠.


SK의 자금 지원은 끝났지만 지원은 계속되고 있어요. 브랜딩과 홍보 분야에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투자만으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어요. 기업이 성장하는 데 단계별로 필요한 게 있으니까요. 소재 개발, 제품 디자인 등은 어차피 저희의 몫이고 그 밖에 모어댄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해보니 '홍보'란 결론이 나왔어요. SK 측에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렸고, 도움을 많이 받았죠. 모어댄이 좋은 사례로 꼽혀 여러 곳에 소개될 수 있었던 건 대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다면적으로 오랜 기간 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출처: SK
지난해 3월 SK그룹 본사를 찾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왼쪽)에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모어댄의 가방을 건네고 있다.

재활용한다고 다 의미 있는 건 아니야

Q) 업사이클링을 하면서 세척 등의 과정에서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A) 먼저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데 업사이클링을 하는 게 환경적인 메시지를 가질 수 있는 건지. 현재로선 자동차 시트는 매립 말곤 다른 활용 방안이 없으니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인터비즈
최이현 대표

지난해 모어댄에서 수거한 폐시트, 가죽 자투리량은 104톤, 업사이클링에 활용한 가죽은 68톤에 이릅니다. 가죽 재사용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가죽 재처리 과정에 절약한 물 양 등을 다른 수치로 환산해보면, 30년생 소나무 1만 5705그루를 심고, 소 5060마리를 덜 도축한 셈이 돼요.


수거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파주에 오픈 팩토리를 짓고 있는데, 빗물과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려고 해요. 또 세척 과정에서 물로만 세척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에요. 또 환경적 가치 외에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경단녀(경력단절 여성)와 탈북민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어요.


Q) 울릉도에 매장을 낸 게 특이했어요.


A) 폐기물 연구를 하기 위해 울릉도에 진출했어요. 섬이다 보니 반입되는 물건은 많은데 폐기물 반출은 잘 이뤄지지 않더라고요. 울릉도 원시 자연을 보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 차원에서 울릉도에 갔죠. 여기서 나오는 폐기물로 기념품 등을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울릉도에 패션 스토어가 들어온 건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데, 서울 매장 매출만큼 울릉도에서 나와 깜짝 놀랐죠.

출처: SK이노베이션
울릉도 매장

가방 만드는 회사에 머물지 않을 겁니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A)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진행해보려 해요. 준비는 다 되었는데 올해 울릉도 매장에 집중하느라 진행을 못했어요. 한국에서 됐으면 외국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반응을 얻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해외 전시회에 나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고.


궁극적인 목표는 가죽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이 되는 겁니다. 폐 자동차 가죽을 얻는 게 쉽지 않다 보니 가방을 만드는 걸로 시작했지만, 앞으론 저희가 수거해 가공한 재생 가죽을 샘소나이트 등에 팔아 저희가 원하는 환경적 가치를 만들고 싶어요. 가방 판매보단 더 큰 기업을 고객사로 삼아 그들에게 소재를 파는 게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현재는 그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인터비즈 박은애 김아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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