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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몽골의 공통점은 '이것'?

조회수 2019. 9. 1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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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전 세계적으로 3만 개가량의 매장을 갖고 있는 세계 1위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와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한 나라인 몽골제국.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 둘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둘은 신기술을 내재화하는 능력'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몽골군은 기존의 기마전술 외에 적군의 순도 높은 군사 기술을 모두 흡수해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원두 구매부터 고객에게 커피 한 잔을 제공하기까지 전 과정에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했다. 그리고 단순히 기술을 채택하는 수준을 넘어 그들만의 노하우로 '내재화'함으로써 클라우드 시대의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DBR 280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기업들이 과거 몽골 제국에게 배울점..'테크 인텐서티'?

몽골군은 유목민답게 말 위에서 빠르게 활을 쏘고 빠지는 ‘히트 앤드 런(hit and run)’전술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술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송나라를 공략하면서 중국의 선진적인 화약무기와 투석기를 받아들였고, 이후에는 ‘회회포'라는 신형 투석기를 받아들이며 남송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적군의 기술이라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채택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내재화’가 있었기에 몽골제국이 있었다.

출처: pixabay

이러한 몽골제국의 '기술 내재화'는 현대 사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 사회가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하며 기술의 사이클 자체가 무척 짧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인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작년 연례 콘퍼런스인 이그나이트(Ignite)에서 '테크 인텐서티(Tech Intensity)​'라는 개념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를 하나의 공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Tech intensity
=(Tech adoption × Tech capability)Trust
·Tech adoption : 최고의 기술을 최대한 빠르게 도입
·Tech capability: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기업 고유의 역량을 개발해 내재화
·Trust : 이 모든 기술 도입과 개발은 기술 및 파트너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함

나델라가 이야기하는 ‘테크 인텐서티’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좀 더 강렬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기업 자체의 것으로 내재화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업 고유의 역량, 노하우로 승화시키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 외에도 블록체인과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 등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요소로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떠나 이를 기업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얘기다.

출처: flickr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전기를 처음으로 도입하던 시기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Ford)는 전기를 빨리 도입한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포드는 단지 전기를 사용한다는 데만 의미를 두지 않고 공장 라인에 전구를 설치하고, 전기로 자동차 시동을 거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전기를 활용한 포드만의 기술과 비즈니스 방식을 개발했다. 이러한 혁신이 있었기에 포드는 업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에 녹아 있는 기술..'스타벅스만의 커피 문화' 되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이런 '테크 인텐서티'가 담겨 있다는 걸 아는가?


전 세계적으로 3만 개가량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기업을 넘어 문화를 파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IT와 엔지니어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스타벅스의 수석 부사장 겸 CTO인 게리 마틴 플리킨저(Gerri Martin-Flickinger)는 한 인터뷰에서 “기술이 어떤 식으로 스타벅스에서 구현되는지 중시한다”면서 스타벅스가 IT 활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pixabay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경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최신 IT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커피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각종 커피 머신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면서 고객 경험을 극적으로 개선하려 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클라우드 전환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기업과 전략적으로 협업하면서 원두 구매부터 고객에게 커피 한 잔을 제공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이전에 없던 그들만의 노하우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


1. 블록체인 활용해 '빈 투 컵(Bean to cup)' 유통 과정 공개

스타벅스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해 제일 먼저 도입한 기술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커피 원두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데 적합하다. 판매되는 상품이 어디에서 생산돼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은 원두의 품질 관리와 소비자의 신뢰 확보에 꼭 필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원두 산지와 유통과정을 모두 기록하고 최종 포장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구성하는 '빈 투 컵(Bean to cup)'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출처: DBR

소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이용해 원두 포장에 부착된 마크를 인식하여 해당 원두의 생산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구매한 커피의 출처와 재배지, 나아가 해당 지역의 농부를 지원하기 위해 스타벅스가 하는 일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커피가 언제 로스팅 됐는지와 시음 후기를 기록한 테이스팅 노트 및 기타 세부 정보까지도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자 커피 산지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가 분명히 반영되기 시작했고, 스타벅스는 해당 산지에 대한 평판까지 추가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좋은 원두를 생산하는 농민들을 보호하고, 가격을 산정할 때 좋은 원두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어 원두의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커피 시장의 중요한 요소인 공정무역의 가치를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하고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스타벅스가 원래부터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블록체인을 처음부터 새로 구축하는 수고와 낭비를 피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애저의 블록체인 서비스(Azure Blockchain Service)를 사용했다. 즉, 이미 클라우드에 구축된 서비스를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스마트 계약과 인프라 등 기반 기술이 빠르게 해결됐으며 네트워크 트래픽과 같은 비교적 낮은 레벨의 기술적인 문제와 리스크들은 아예 신경 쓸 필요조차 없어졌다.


2. IOT로 전 세계 3만 개 매장의 레시피와 커피 머신 관리

스타벅스는 IoT 기술도 적극 도입했다. 전 세계 3만 개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커피 머신부터 그라인더와 믹서 등 12종 이상의 장비가 하루 16시간 이상 바쁘게 돌아간다. 이런 장비들의 예상하지 못한 고장은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수만 개 매장에서 추출한 커피가 똑같이 최상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는 해결을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IoT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IoT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장비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모든 장비가 클라우드와 연결돼 있으면서도 클라우드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했다. IoT의 핵심은 수많은 종류의 하드웨어를 통합해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연결에 필요한 통신 프로토콜이나 보안, 인증과 같은 다양한 문제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만 했다.

출처: DBR
핀셋으로 집은 것이 '애저 스피어'다

스타벅스는 고민 끝에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애저의 IoT 솔루션인 ‘애저 스피어(Azure Sphere)’를 활용했다. 애저 스피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증한 칩셋과 운영체계(OS), 운영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IoT 솔루션이다. 손톱만 한 칩셋 형태의 애저 스피어를 스타벅스 매장 내 커피 머신 등에 삽입하자 많은 고민거리가 해결됐다. 장비 교체 없이 기존의 장비들을 클라우드와 자동으로 연결할 수 있었고, 데이터를 가까운 커피 머신에서 바로 수집해서 처리하고 필요하다면 중앙 클라우드에 보낼 수도 있게 됐다.

출처: pixabay

덕분에 압력, 물의 양, 온도, 콩 종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기계 상태가 미묘하게 변화하는 순간까지 포착할 수 있게 되면서 프랜차이즈의 생명인 품질 관리가 이전보다 쉬워졌다. 아울러 새로운 커피 제조 레시피가 개발될 때마다 1년에 몇 번씩 USB 메모리 등 저장 장치를 현지에 직접 배송해 제조법을 업데이트하던 작업도 사라졌다. 메모리를 전 매장에 유통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배송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커피 머신들이 하나의 클라우드로 연결되면서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해진 것이다.


보안과 인증에 대한 염려도 해소됐다. 수많은 장비를 통합할 수 있도록 인증서 기반의 장비 간 통신과 업데이트 등을 지원하는 애저 스피어 시큐리티 서비스(Azure Sphere Security Service) 등 전용 서비스가 스타벅스의 장비들을 안전하게 연결해 줬다. 스타벅스 매장 안에 작은 보안 컴퓨팅 모듈을 둠으로써 데이터가 훼손되거나 노출될 것을 걱정할 필요 없이 커피 머신에 안전하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클라우드를 활용해 IoT 장비의 연결과 관리 부담을 해결하고, 실제 중요한 데이터 분석에 집중한다. 최근에는 애저 스피어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IoT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잠재적 사고나 장애를 사전 예측하는 모델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항공기 유지 보수에 적용하던 ‘예지 정비(Predictive maintenance)’ 기술을 커피 머신에도 적용한 것이다.


3. AI 기반의 '딥 브루(Deep Brew)'로 고객 맞춤형 메뉴 추천

마지막으로 스타벅스는 클라우드 기반 AI 기술을 도입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먼저 강화 학습 플랫폼이 사용자들의 주문들과 구매 이력을 분석한다. 여기에는 개인의 취향과 기호를 비롯해 날씨, 시간 등의 정보까지 모두 담겨 있다. AI는 이렇게 이전 주문 내용들을 참고해 사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메뉴를 정교하게 예측해 제안한다.

출처: DBR

스타벅스는 이렇게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뉴 추천 서비스를 ‘딥 브루(Deep Brew)’라고 이름 붙였다. 딥 브루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일반 매장은 물론, 이동 중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매장에서도 제공된다. 이는 자동차를 몰면서 제한된 화면 안에서 메뉴를 고르기가 힘들 수 있는 운전자들이 신속하면서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도록 도와준다.


커피를 만드는 회사가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다른 곳에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IoT, 블록체인, AI 등 전방위적으로 최신 IT를 도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기만의 비즈니스 특성과 노하우, 경험을 극대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타벅스가 세계 1위 커피 브랜드를 지키고, 경쟁사를 따돌릴 정도로 독보적인 ‘스타벅스식’ 경험과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유목 민족이자 부족사회의 전통을 고수했던 몽골이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한 몽골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타민족을 끌어안고, 정복한 국가의 실력과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인 관용이 있었다. 차세대 마켓 트렌드를 선도할 테크 인텐서티의 성패도 결국 AI, IoT, 빅데이터, 블록체인에 이르는 기술을 누가 더 기꺼이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지에 달렸다.


어떻게 회사 밖의 클라우드라는 강력한 힘을 활용해 이런 변화를 나만의 것으로 내재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위해 기업 내부 문화는 어떻게 바꿔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다. 확실한 것은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술이 기업과 유기적 화학반응을 일으켜 기업 안으로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시대의 경쟁력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0호

필자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에반젤리스트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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