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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양봉업자가 만든 '이것', "브랜드 가치 1조"?

조회수 2019. 9. 1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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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연상되는 노란색 용기.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 얼굴을 활용한 로고. 미국을 대표하는 친환경주의 화장품 '버츠비(Burt's Bees)'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립밤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스킨 케어와 토털 퍼스널케어 라인 등 200 여개 제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브랜드다. 버츠비는 일찌감치 친환경에 눈을 돌린 데 이어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 지속가능한 화장품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양봉업 하던 40대 남성이 밀랍 등 부산물로 화장품을 만들어 팔며 시작된 버츠비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출처: 버츠비 코리아 인스타그램

양봉업자를 사업가로 만든 히치하이커

창업주인 버트 샤비츠(Burt Shavitz·1935~2015)는 뉴욕에서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로 일했다. 타임(Time), 라이프(Life) 등에 사진을 찍어보내던 그는 TV가 확산되는 걸 보며 자신의 사진을 위한 시장이 없을 거라 판단했다.

이후 그는 양봉으로 눈을 돌렸다. 꿀을 얻기 위해 다른 걸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마음을 빼았겼다. 벌꿀 채취에 사용한 도구를 반복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인(Maine)주에 자리 잡은 뒤, 샤비츠는 도로 가에 차를 세워놓고 재배한 꿀을 팔기 시작했다.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어 가게를 낼 수 있었다. 그때 상호처럼 사용한 이름이 우리에게 익숙한 'Burt's Bees'다.

출처: 버츠비 홈페이지
양봉업자로 일하는 샤비츠의 모습

1984년, 10여 년 동안 양봉업자로 살던 49세의 샤비츠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한때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록산느 큄비(Roxanne Quimby)를 만난 것. 히치하이킹을 하는 큄비를 태워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 당시 33살의 큄비는 이혼 후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홀로 쌍둥이를 키우고 있었다.

큄비는 사업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재배한 꿀을 샤비츠의 얼굴을 로고로 만들어 붙인 병에 넣어 팔고, 수 년간 모아놓은 밀랍(beeswax)과 미트로우(꿀벌에서 얻은 천연 오일)로 양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해 11월 두 사람은 밀랍으로 만든 양초를 한 중학교의 크리스마스 바자회에서 선보였다. 하루 만에 200달러 매출을 올린 그들은 1년 만에 매출 2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후 그들은 양봉을 통해 얻은 천연 성분들로 화장품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출처: 버츠비 홈페이지
큄비(왼쪽)와 샤비츠(오른쪽)

처음부터 지금까지 버츠비는 천연을 고집한다. 페퍼민트, 아보카도, 코코넛, 아몬드와 같이 누구나 알 만한 천연 원료를 사용한다. 350여 개 되는 제품들 중 절반이 100% 천연이고 나머지 절반이 99% 천연이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방부제나 인공 색소 등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버츠비가 사용한 재료는 클레오파트라 때부터 활용될 정도로 새로운 건 아니었지만, 당시 오가닉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버츠비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출처: 버츠비 홈페이지
버츠비의 전 제품에는 천연성분이 95% 이상 함유된 제품에만 부여되는 전 세계 통용 마크 '내추럴 실(Natural seal)'이 부착된다

도매 납품으로 한 단계 도약

초기 4년 동안, 버츠비는 페어와 페스티벌을 찾아가 고객을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두 사람은 차에서 자고 때로 판매 부스에서 몰래 자는 등 예산을 아끼며 열심히 일했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1년 만에 매출 2만 달러를 넘겼고, 87년엔 8만 달러(9600만 원)를 벌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방식은 아니었다. 늘 일회성 고객만 만날 뿐이었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버츠비는 89년 매사추세츠에서 열린 도매쇼에 참여했다. 거기서 버츠비 제품을 본 뉴욕의 럭셔리 부티크인 조나(Zona)가 테디베어 캔들을 구매해 진열했는데,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이후 여러 곳에서 버츠비의 양초를 대량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출처: 버츠비 홈페이지
1989년 당시 버츠비의 테디베어 양초

몰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버츠비는 새로운 사무실을 얻었다. 직원도 40명까지 늘었다. 당시엔 모든 제품을 고용된 여성과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도매 주문 덕에 89년 버츠비 매출은 18만 달러(2억 원)로 증가했다. 91년엔 메가 히트작인 립밤을 개발했다. 덕분에 그해 버츠비는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출처: 버츠비 홈페이지
버츠비 대표 제품인 '립밤'은 1800년대 한 농부가 일기장에 남긴 레시피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메인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본사 이동

버츠비는 94년 본사를 메인주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전했다. 당시 메인 본사는 외진 곳에 있어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고, 세금도 비쌌다. 여러 곳을 알아보던 중 세금이 1/8 수준인 데다 바디샵(The Body Shop) 등 같은 화장품 브랜드가 있어 인재를 찾기도 용이한 노스캐롤라이나에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인건비가 굉장히 높다는 것. 시급이 5달러 수준에서 10달러로 껑충 뛰자 핸드메이드 제품에 주력하던 버츠비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버츠비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모두 단종시켰다. 당시 15억원의 매출을 포기하긴 쉽지 않았지만, 성장함에 따라 늘어나는 생산 인력 비용 부담을 계속 안고 갈 수 없었다. 대신 전문 인력 모집에 집중했다. 회사를 더 키워나가기 위해선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단 판단에서였다. 레블론(Revlon), 랑콤, 보그, 빅토리아 시크릿 등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 그리고 수많은 MBA 출신들이 버츠비에 모였다. 그 결과, 버츠비는 98년 820만 달러(98억 원)를 넘는 매출을 냈다.

출처: Alpha stock images

본사 이전이 버츠비에 좋은 결과만 가져온 건 아니다. 영화처럼 사랑에 빠졌던 두 창업자는 이 즈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두 사람은 99년 완전히 결별한 것으로 보인다. 샤비츠가 젊은 여직원과 바람난 사실이 드러나자 큄비는 샤비츠를 회사에서 쫓아냈다. 13만 달러 상당의 집과 땅을 제공하며 그가 갖고 있던 회사 지분(전체의 3분의 1)을 몽땅 사들였다. 그 때문인지 두 사람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큄비는 버츠비를 매각한 이후 400만 달러를 그에게 줬다고 한다.)

창업자는 떠났지만 이어지는 브랜드 철학

큄비는 2004년 투자회사 AEA인베스터즈사 지분 80%를 1억7300만 달러(약 2100억원)에 넘겼다. 3년 뒤엔 미국 생활용품 제조업체 클로락스(Clorox)가 투자회사 지분과 큄비가 가진 20%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당시 인수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주인이 바뀌면 브랜드 정체성도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버츠비처럼 창업자가 소신을 가지고 시작한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버츠비는 계속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100% 천연 성분을 사용하고 있고,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 더불어 환경보호를 위해 제품을 만들 때 친환경 용기를 사용한다. 일반 제품이 평균 25~35% 부분만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면, 버츠비의 메이크업 콤팩트 제품의 75%, 립밤 용기는 50%까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여기에 물과 전기를 아끼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전기 사용량을 21%나 감소시켰고, 70만 갤런의 물을 재활용했다. 제조과정에서는 그린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 중립(CarbonNeutral)' 공인을 받기도 했다.

꿀벌은 꿀을 채취할 때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지 않고, 오히려 꿀을 채취해간 자리는 이전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고 떠난다.
버츠비는 꿀벌처럼 매일 주변의 삶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출처: 버츠비 홈페이지

회사 지분은 없지만 샤비츠와 버츠비의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로고로 쓰였고 (여전히 쓰인다), 브랜드 홍보대사처럼 중요한 자리에도 참석했다. 2012년 버츠비 국내 매장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바 있다. 버츠비가 그의 처음 뜻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생전에 샤비츠는 스스로를 창업가보다는 '양봉가'라고 했다. 벌에게서 자신이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해온 그는 2008년엔 다큐멘터리 영화 <BEE Movie(PSA)>에 직접 출연해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의 심각성'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에 보조해 버츠비는 꿀벌을 보호하는 ‘와일드 포 비즈Wild for Bees’ 캠페인을 시작하고 비영리단체인 '버츠비 그레이터 굿 파운데이션(Burt’s Bees Greater Good Foundation)’을 설립해 꿀벌과 생물 다양성을 위한 기부를 진행했다.

출처: 버츠비 홈페이지

버츠비는 직원들에 대한 환경 교육과 장려도 아끼지 않는다. 직원들은 일회용 컵 쓰지 않기, 분리수거하기, 식물 기르기, 유기농 제품 먹기 등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소소한 습관들을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교육받는다. 2011년에는 생태계에 폐기물을 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제로 쓰레기 배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매월 4백여 개의 재활용 분리수거통과 휴지통을 뒤져 재활용하고, 퇴비로 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분리한 노력의 결과다.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inter-biz@naver.com

*표지 이미지 출처=버츠비 유튜브와 버츠비코리아 인스타그램

*이 글은 TRNDF뉴스 기사 버츠비 브랜드 스토리를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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