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마'의 변신, 연봉이 대기업급? 대체 어떻게?!

조회수 2019. 9. 1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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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인 7명이 구금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보이그룹 '워너원'의 팬미팅 장소 주변에서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굿즈(goods)'를 불법으로 판매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말레이시아는 관광비자로 입국한 경우 상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7명에게 탈세법과 이민법 등의 법적 적용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전원 석방 조치됐지만 이들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출처: 동아닷컴
홈마스터(홈마)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판매한 아이돌그룹 워너원 굿즈

이들이 현장에서 팔고 있던 것은 이른바 '비공식 굿즈'다. 굿즈는 소속사가 만든 공식 굿즈와 팬들이 직접 만든 비공식 굿즈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비공식 굿즈가 공식 굿즈보다 더 많이 팔리기도 하며 그 시장 규모는 한 해 1,000억 원에 이른다. 이렇듯 연예인의 상품을 파는 굿즈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개인이 제작해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판매하는 '홈마 시장' 역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홈마'의 변신...사진 공유하다 이제는 굿즈까지 제작하는 사업가로

홈마는 '홈페이지 마스터(Homepage Master)'의 줄임말이다. '대포카메라'로 불리는 고가의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연예인을 따라다니며 찍은 고퀄리티 사진과 동영상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열성팬을 의미한다.


홈마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음악 방송, 라디오 스케쥴, 콘서트, 팬미팅, 팬 사인회 등 다양한 스케쥴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공항 입출국도 따라다녀 '공출목(공항, 출퇴근, 목격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러한 일정은 주로 공식 팬클럽 혹은 소속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다.


이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서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음악방송 중 유일하게 출퇴근 통로가 공개되어 있는 KBS '뮤직뱅크'의 경우, 팬들은 방송 당일 새벽 2~3시부터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줄을 서며 밤을 지새운다. 또한 팬사인회는 앨범, 혹은 스타가 광고하는 제품을 구매해 응모권을 얻고 추첨하는 식인데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100만원 안팎의 비용을 들이기도 한다.


이렇게 따라다니며 찍은 사진은 소장하거나 무료로 공유하기도 하지만 판매하는 경우 5천원~3만원대의 가격으로 팔린다. 아이돌의 해외 공연 사진 혹은 사진 촬영이 금지된 장소에서 찍힌 사진의 가격은 최대 20~30만원까지 오르기도 한다.

출처: 동아일보

이전까지는 그저 사진을 보정, 편집해 공유하는 역할에 그쳤던 홈마는 이제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제품을 만드는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소비자)'가 되어가고 있다. 홈마들은 사진을 편집하고 제품 디자인 등 도안을 만드는 작업까지 관여한다. 제품은 팬덤, 홈마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포토북, 달력, 응원도구 등이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명 홈마가 판매하는 포토북은 수백권에서 많게는 천여 권까지 팔린다고 한다. 이에 이들은 다양한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팬들은 연예기획사에서 제작하는 공식 굿즈보다 2배 정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홈마가 제작한 비공식 굿즈를 선호한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비공식 굿즈 포토북이 3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식 굿즈 포토북이 같은 플랫폼에서 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출처: 중고거래플랫폼 '중고나라'

그럼에도 비공식 굿즈의 인기가 공식 굿즈를 앞서는데 공식 굿즈 판매점에서는 볼 수 없는 스타들의 희귀한 사진으로 제작되어 소장가치가 크고 제품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의 팔로워들을 보유하고 있는 홈마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모아 갤러리에서 전시회 혹은 극장에서 영상회를 열기도 한다. 실제로 남자 아이돌 그룹 '엑소' 팬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엑소 데뷔 6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입장권은 보통 만원대인데 대부분의 전시회에선 홈마들이 제작한 굿즈를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 비공식 굿즈 판매뿐 아니라 이렇게 전시회도 여는 유명 홈마들의 수익은 매년 수천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지는 홈마시장과 함께 늘어가는 부작용...저작권 침해, 탈세, 사기

그러나 커지는 홈마시장에 부작용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 초상권 침해다. 홈마가 제작하는 비공식 굿즈는 팬이 연예인을 쫓아다니면서 찍은 사진과 영상 등이 주를 이루는데 대다수가 초상권과 저작권을 위배하는 경우다. 굿즈에 자신들이 찍은 콘서트 현장 사진을 사용하는 것 역시 명백한 불법 행위다. 관객 유의 사항에는 '사진, 동영상 촬영 금지'가 명시되어있기도 하다.

출처: 예스24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행사장에서 불법 촬영하고 그것을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밝히며 "그것을 판매했다면 복제권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속사들은 이러한 비공식 굿즈의 판매를 눈 감아주고 있다. 홈마가 팬덤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력하기 때문에 이들이 만든 비공식 굿즈가 소속 스타들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작권 침해는 친고죄이므로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진행될 수 있지만 소속사가 방관하고 있어 비공식 굿즈 제작으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일각에선 수천만 원의 높은 수익을 올리는 유명 홈마들의 탈세 문제도 제기한다. 비공식 굿즈는 현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대다수라 세금을 내지 않는다. 연간 수입이 일정수준 이상이고 지속적으로 판매 활동을 하는 판매자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익명으로 활동하는 홈마들 대부분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다. 이는 명확히 탈세 범주에 해당한다.


또 비공식 굿즈의 '선입금, 후제작' 방식 때문에 사기도 빈번히 발생한다.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로 입금한 후물건은 받지 못하는, 이른바 '먹튀'에 당하는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은 쉽지 않은 편이다. 2~3만원의 소액 사기가 많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피해자가 다수이지 않은 이상 수사가 진행되긴 어렵다.


홈마가 프로슈머로서 팬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이에서 비롯되는 여러 법적 문제들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비공식 굿즈를 제작,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들이 많아 법적 대응 등 별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비즈 임현석 신혜원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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