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마트도 죽어난 중국시장, '이곳'은 살아남았다?

조회수 2019. 9. 12.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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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글로벌 유통기업의 무덤일까. 실제로 중국에 진출했던 아마존, 롯데, 이마트 등의 유통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철수했다. 최근엔 까르푸였다. 매출 부진에 시달려온 까르푸는 6월 23일, 중국 유통업체 쑤닝(苏宁)에게 까르푸 중국 법인 지분 80%를 매각했다. 까다로운 중국인의 생활 습관 등에 맞추지 못했고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통 강자들도 나가 떨어지는 글로벌 유통 시장 무덤이라는 악명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그런 중국시장에서 유독 약진하는 글로벌 기업이 있어 관심을 끈다. 바로 월마트다. 최근 월마트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올 2분기(4~6월) 중국 매출은 동기대비 4.7% 증가했다. 월마트 글로벌 사업(중국 외)의 매출이 291억 4000만 달러(약 4조 8838억 원)로 1.1% 감소한 반면 월마트 중국사업부는 약진했다. 월마트는 현재 중국에서 400여 개 매장을 운영한다. 향후 5년 안에 중국 광동성에만 100개의 매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 확장 의지도 내비쳤다.

월마트가 글로벌 유통 기업의 무덤에서 유독 선전하는 비결이 뭘까. 미국에서 아마존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던 월마트는 중국에선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IT 바람에 올라탔다.

월마트, 중국의 'IT공룡'들과 협업하다

월마트는 중국 소비시장의 지형을 잘 파악한 덕분에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인 월마트가 중국에선 이커머스와 배달 시스템과 빠르게 결합했다. 2016년 6월 월마트는 자사의 중국 이커머스 분야 자회사인 이하오띠엔(一号店)을 징둥닷컴에 넘겼다. 징둥닷컴은 중국 전자상거래시장 2위에 해당하는 유통공룡이다. 그 대가로 징둥 지분을 확보했고, 이후 징둥 지분을 10.1%까지 늘렸다.

월마트는 제휴 관계를 통해서 중국 곳곳에 혈관처럼 뻗어 있는 징둥의 배달 및 유통망을 활용했다. 중국 이커머스 배송 시스템은 하루 배송이 가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징둥닷컴과 함께 중국 식품 배달 플랫폼 다오지아에 5억 달러(5585억 원)을 투자하며 식품 배달 사업에 손을 뻗었다. 하루 배송과 당일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었다.

출처: Flickr

중국 선전을 시작으로 신선한 과일에서 해산물까지 8000개의 품목이 상점이 비축되고 징둥닷컴을 통해 온라인 주문도 가능해진다. 매장에서 반경 3km 안에 있는 고객들은 30분 안에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게 된다.  월마트의 자회사인 샘스클럽(Sam's club) 도 슈퍼마켓 모델로 중국시장에서 선전했다. 올 상반기 샘스클럽의 매출은 주로 신선식품, 건조식품에 의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신선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기에 신선식품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틈새시장'이다. 분명 오프라인 유통이 가진 장점이 존재하기에 온라인 유통에만 기댈 수 없는 형편이다. 월마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적절한 믹스를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월마트 X 텐센트 : 더욱 편리한 오프라인 쇼핑 환경을 제공하다

월마트는 우리에게 게임 유통사로 더 잘 알려진 IT기업 텐센트홀딩스와도 제휴를 맺었다. 텐센트는 중국 국민메신저 위챗(Wechat, 微信)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3월 윌마트는 스마트 매장을 열고 텐센트와 'QR 코드 스캔 구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계산을 위해 기다릴 필요 없이 휴대전화로 상품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셀프 결제가 되는 방식이었다.

이 QR 코드 스캔 쇼핑은 2개월 간의 테스트를 거친 후 전년 6월 중국 내 28개 도시의 월마트 매장으로 확대됐다. 신용카드 결제 보다 QR코드 결제가 더 익숙한 중국인들의 생활 패턴에 맞게끔 현지화를 시도한 점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글로벌 유통 업체들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온 것을 그대로 중국에도 같이 적용한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월마트가 징둥닷컴, 텐센트 제휴한 사례는 중국 특유의 '신유통'에 빠르게 녹아든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신유통이란 알리바바의 창립자 마윈(马云) 전 회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을 결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그는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개발자 대회에서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첨단 IT기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을 하나로 연결할 것이며, 지난 몇 년 동안 온라인이 성장한 것처럼 오프라인 유통의 중요성도 다시 강조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은 온라인 오프라인 결합 트렌드를 빠르게 읽은 기업들은 살아남는 추세다. 까르푸도 신유통 진영에 가담했지만 한 발 늦었다. 2016년 시작한 월마트와 달리 2018년에서야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게 화근이었다. 까르푸는 전년 1월에서야 텐센트와 제휴와 나섰다. 결과적으로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중국 유통시장, "공격이 최선의 방어"

월마트의 성공 사례를 보면 중국 유통 시장의 특징도 드러난다. 중국은 유통 시장도 IT기업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3대 IT공룡'에 속한 알리바바, 텐센트가 유통시장을 주도한다. 중국 매체 화얼제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올 1분기 394억 9800만 위안(약 6조 6266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1위'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징둥닷컴도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합류했다. 19.99%의 지분이 알리바바 소유인 이른바 '알리바바 진영' 쑤닝이 까르푸를 매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의 'IT공룡'들이 대형마트까지 먹어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대형마트 모델은 더이상 중국에서 승산이 없다고 지적한다. 월마트의 사례는 중국 현지 전자상거래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최고의 구매환경을 제공할 때만 살아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중국 유통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코스트코를 보는 시각이 교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처: 커먼스위키미디어
코스트코는 이달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개장했으며 손님이 너무 몰려 개장 4시간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코스트코는 이달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개장하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첫날부터 손님이 몰려 개장 4시간 만에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코스트코가 첫날 '대박 난' 원인을 중국의 식제품 가격의 상승에서 찾았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관세가 붙으며 미국산 식제품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8월 기준 1년새 39.1% 오른 미국산 과일 가격이 대표적 경우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중국의 식품 인플레 현상이 대두, 과일, 돼지고기 3가지에 의해 폭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속 코스트코는 '저가정책'를 내세웠다. 미국의 경우 60달러(7만 3000원)인 연회비도 299위안(약 5만 1000원)으로 낮추어 설정했다. 온라인 약진 속에 허를 찌르는 오프라인에서 대량 구매를 통한 가성비 모델이 통할 수 있다라는 희망섞인 전망과, 온라인과 결합이 안 되면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유보적인 시각으로 나뉘고 있다. 코스트코도 현지 IT기업과 결합한 신유통의 길을 걷게 될까. 아니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낼 수 있을까. 글로벌 유통시장 무덤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인터비즈 임현석, 이다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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