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페이스북, 중국의 '이것'처럼 변한다고?

조회수 2019. 8. 2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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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사업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소규모 그룹의 개인 메시지와 채팅 서비스 제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이 개척해온 사진ㆍ메시지 공유 모델과 이에 기반한 광고모델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럼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것일까. 페이스북은 메시지 서비스 내에 전자 결제 및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즉, 커머스를 통해 기존 광고 모델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추락한 페이스북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가짜뉴스, 광고성 정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페이스북의 위상이 이전같지 않아서다.

외신들은 페이스북이 기존 광고모델을 벗어나 중국의 메신저 플랫폼 위챗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두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방향을 돌리기엔 너무 큰 배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방향타를 크게 흔든 것으로 보인다.


"Future is private" , 페이스북의 위기 타개 방식

"Future is private" , 페이스북의 위기 타개 방식

출처: WIKIMEDIA COMMONS
기조연설 중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CEO

지금도 페이스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피드'다. 페이스북 유저들은 피드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친구들을 태그해 소통하며 활동했다. 광고 역시 피드를 통해 이루어졌다. 페이스북이 메신저를 강화한다는 의미는 개방형 뉴스피드를 벗어나겠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뜻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천명한 것이다. 올 3월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와 자신의 블로그에 페이스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계획을 잇따라 밝히면서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그는 "몇 년 내로 페이스북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의 주된 소통수단은 뉴스피드가 아니라 메신저와 왓츠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적인, 암호화된, 개인적인 메시징으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기겠다는 설명이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페이스북이 더욱 강화할 예정인 페이스북 메신저

그가 페이스북의 핵심 기능이자 회사의 주요 사업이었던 개방형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선언한 셈이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이러한 전환은 오래 준비한 정황이 있다. 메시징 앱인 왓츠앱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왔고 기능 등을 강화해오면서 페이스북의 주요 경쟁력으로 탄탄히 자라잡고 있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월간 활성자수를 자랑하는 메신저 앱이 왓츠앱(15억 명)이고 이 뒤를 잇는 게 바로 페이스북 메신저(13억 명)이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시장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기 보다는 기존에 강점을 지닌 필드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이를 저커버그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방향 전환이 이뤄지는 그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모델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광고수익이 매출을 견인하는 구조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했다. 사용자들이 피드에 올린 정보와 또 다른 사람들이 올린 정보에 반응하면서 쌓이게 된 데이터를 광고주에 팔아 수익을 창출해왔다. 따라서 개방형 피드가 아닌 폐쇄형 메신저 중심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위챗을 모델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놨다.

페이스북 2세대, 중국 위챗(Wechat) 모델 꿈꾸나?

전문가들이 중국 텐센트의 위챗(Wechat)모델이 페이스북 2세대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챗은 약 10억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로, 메신저 기능 외에도 모바일 페이와 연동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다. 기차, 항공편, 호텔 예약부터 쇼핑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위챗에 없는 서비스는 중국에 없는 서비스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위챗 자체 결제 시스템 (Wechat Pay)

위챗이 중국 내에서 대세 어플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위챗페이(Wechat Pay)라는 자체 결제시스템 덕분이었다. 어플 안에서의 어떤 기능을 사용하든 위챗페이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었고, 또 QR코드만 있다면 길거리 과일가게에서도 현금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이런 점에 착안해 자체 결제시스템과 연동해 앱 내에서 음식 주문, 쇼핑, 공과금 납무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처: 픽사베이
페이스북이 구상중인 암호화폐 리브라

자체 통화를 통해서 이러한 결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바로 자체 암호화폐인 리브라(Libra)다. 페이스북은 2020년 상반기에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리브라를 통해 '페이스북 월드'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F8'에서 발표된 페이스북 내에서의 쇼핑 기능강화를 암호화폐를 통해 가능케 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반 초국가기업들에게 암호화폐는 더 없이 좋은 기회로 보였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초국가기업인 페이스북, 구글, 애플 조차도 결제, 즉 가치교환이 필요한 순간에는 개별 국가의 법정화폐로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을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암호화폐를 통해 개별 국가에서의 금융규제와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도 지불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려 한다. 사실상의 '초국가 화폐'를 꿈꾸는 그림이다.

출처: 픽사베이

페이스북의 야심찬 발표와 달리 이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지난 2일 미 하원은 "의회와 규제당국이 '리브라'와 디지털 지갑 '칼리브라'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조사할 때까지 개발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암호화폐까 자금세탁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24억 명의 이용자수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암호화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 기존 화폐와 금융시장에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동안의 암호화폐 논의와 달리, 실제 사용계획과 로드맵이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느낀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주도권은 국가안보 문제"라며 정치권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려는 페이스북의 노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암호화폐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발행되어 상용화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페이스북 월드'로 광고 외의 수익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페이스북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변화 속도 내는 이유...이탈 현상 가속화

출처: 픽사베이
성장세 감소로 인해 페이스북에 빨간 불이 켜졌다

페이스북의 갑작스러운 승부수를 두고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업계선 페이스북의 성장세 둔화 탓이라고 지적한다.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에 한계를 보인 페이스북은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이용자들을 공략해야 했다. 그러나 2018년 2분기 유럽 이용자수는 2억 7900만명으로 1분기 대비 300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의 이용자수 감소 뿐만이 아니다. 충성고객으로 여겨졌던 1030세대가 페이스북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쟁자인 스냅챗으로 옮겨갔다. 이에 따라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레이의 설문조사 결과 미국 10대들의 스냅챗에 대한 선호도는 46%, 페이스북은 5%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국내도 페이스북 이용자 수의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2-30대 사용자층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시장 조사 기관 스마트포스팅의 한국 내 페이스북 월간 사용자 수(MAU) 분석 결과 2018년 10월 한 달 동안 약 740만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 중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17년 10월과 비교해 33%나 감소한 값이다. 그 중에서도 20대는 약 37%, 30대는 약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 기업에 있어 이용자 감소는 그 여느 기업보다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 확보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유입이 많아질수록 이용자간의 연결효과가 더 커지고 이를 통해 이용시간이 더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무엇보다 광고 효과가 극대화된다. 광고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페이스북에게 이용자 감소 현상은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출처: 와이어드
와이어드 올해 3월호 표지 이미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지고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 서면서 난타당하는 모습을 풍자했다. 당시엔 개별 이슈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악재가 누적된 결과, 실적 악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작년 12월 페이스북은 리서치 업체 톨루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IT기업 1위' 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같은 해 두 번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고를 겪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작년 3월 영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한 사실이 폭로되며 페이스북의 주가가 7% 이상 하락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작년 8월을 기점으로 12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반면 올해 초부터 5월까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페이스북의 승부수에 대한 기대감과, 그동안의 실적 하락에 대한 회의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 주가 폭락 이전 주가를 회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금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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