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치마킹"한 일본에 외국인 관광객 뺏겼다?

조회수 2019. 8. 19. 09: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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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지금은 돈이 없어서 일본 관광 갑니다. 나중에 부자 되면 평창이나 강릉을 가보고 싶습니다.

[인터비즈]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를 노린다는 기사엔 이와 같은 조롱조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여기엔 바가지 요금으로 대표되는 한국 관광산업 수준이 형편없다는 인식이 드러납니다. 여기에 우리의 관광산업 경쟁국인 일본과 대조하면 이와 같은 열악성이 더 두드러진다는 뜻입니다.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준비과정을 대조하면서 이와 같은 경쟁력 차이를 더 확연히 느끼는 듯합니다.


최근 올림픽 특수를 노리는 일부 숙박업소나 운송업체의 바가지 요금이 눈총을 받다보니, 네이버 검색창에 평창을 치면 '바가지'가 연관 검색어로 따라 붙을 정도입니다. 댓글은 이번 올림픽이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 논란 속에 국가이미지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자조성 한탄인 셈이죠. 한국이 세계적인 행사를 치를 만한 관광 인프라, 의식수준 모두 갖춰지지 않았다는 비판입니다. 

출처: 2017년 12월 6일자 채널A 방송 캡쳐.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강릉, 평창 등 올림픽 경기장 주변 숙소에서 바가지 요금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지자체 등의 자정요구에 따라 상식을 뛰어넘는 폭리는 사라졌으나 관광 인프라와 의식 수준 모두 뒤떨어진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반면 댓글조차 일본의 관광 인프라를 치켜세워 주는군요. 돈이 없어서 일본을 간다는 말 또한 묘합니다. 일본이 국내 보다 더 유력한 관광지로 떠올랐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인의 일본 사랑은 일본 관광산업을 떠받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11월 기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646만 명에 달합니다.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유커'수(679만 명)과 맞먹습니다.


국내 저가항공(LCC)들은 일본으로 가는 노선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LCC 맏형격인 '제주항공'은 2016년 196만6000석 수준이던 일본노선 공급석을 1년 만에 284만5500여석으로 44.7% 가량 늘렸습니다. 다른 저가항공들도 인기 노선인 인천-오사카, 인천-후쿠오카 라인을 경쟁젹으로 늘리면서 일본 관광 수요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찾은 일본은 한중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난해 제대로 관광 특수를 맞았습니다. 총 관광객수가 3000만 명을 바라보는 수준이 됐죠. 중국인 관광객 유커에만 매달려 있다가 사드 보복 여파로 관광객수가 급감한 한국의 상황과 대조적입니다.

최근 일본의 관광특수는 엔화 약세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을 다녀온 한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을 찾는 게 아닙니다. 바가지 요금이 거의 없고 지방 소도시까지 곳곳에 외국어 표지판이 설치된 외국인 친화적인 관광환경, 깨끗한 숙소, 지역마다 스토리텔링을 살린 관광 아이템이 풍부하고 식문화가 발달했다는 점 등 전반적인 관광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점을 꼽습니다. 국내 여행을 하느니 차라리 일본을 간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어서 더 선뜩합니다.


댓글만 봐도 우리의 인식 속에 알게 모르게 일본에 뒤처졌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오히려 일본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관광대국인 한국을 쫓아가야 한다는 인식마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광 인프라가 제자리에 머물 때 일본은 한국의 관광 마케팅과 고유의 문화를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관광대국으로 거듭났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동안 한국 관광산업은 한류 열풍을 바탕으로 한 유커 유입 효과에 취해 있었지만, 이게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사드 보복 논란 속에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게 대안은 있는 걸까요? 

일본 관광산업도 한때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12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외교 분쟁이 잇따라 터지면서입니다. 2010년만 해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수(약 879만 명)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던 일본 외국인 관광객수(약 861만 명)는 2011년 들어 600만 명대로 급감했습니다. 당시엔 한국과 일본의 관광 인프라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일본의 관광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도 2015년 일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던 게 눈에 띕니다. 일본은 중국과 영토분쟁 중이던 센카쿠 열도에 대해 2012년 9월 국유화 조치를 단행했고, 이를 계기로 중국은 단체 관광 금지 조치 등으로 보복에 나섰죠.


이때 일본은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13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5개국을 상대로 비자 면제 대상을 큰폭으로 확대했습니다. 관광수요 다변화에 나선 것이죠. 7월 비자 면제 혜택을 주자마자 동남아 지역 관광객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35%나 늘었습니다. 장기 체류나 복수 비자 도입도 도움이 됐습니다. 중국을 상대로도 비자 면제 등의 혜택을 꾸준히 늘려가며 변화에 대비했죠.

일본 후쿠오카 관광지. 인터비즈 촬영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과감히 규제를 푼 것도 눈길을 끕니다. 일본 관광객은 대형 잡화 유통점인 '돈키호테'를 다녀와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이런 매장에 대해서는 24시간 유통을 허용해주는 등 과감히 규제를 푼 것도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의 쇼핑수요는 홍콩이나 한국에 몰렸는데 이와 같은 수요를 일본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 것이죠.


한국의 사례를 본떠 면세점을 늘린 것도 주효했습니다. 한국은 시내 대형면세점을 통해 관광 수요를 끌어들였는데 이와 같은 대형면세점을 늘렸고, 사후면제점 규제도 대폭 풀어서 2012년 4000여 개에서 지난해 4만 여개까지 늘렸습니다. 문화체험에 그쳤던 일본 관광이 쇼핑관광으로 차츰 모습이 바뀌어 갔습니다. 

일본 오사카 시내에 위치한 대형 잡화 유통점 돈키호테 전경

또한 일본은 여관업법이 규정한 숙박업소의 최소객실수 조항(호텔 10실, 료칸 5실) 규제를 과감히 풀면서 관광산업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민박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전반적인 숙소 인프라도 재설계했습니다. 규제 해소 이후 지자체와 기업들이 돈을 풀어 숙박 시설을 지으면서 숙소 시설 수준도 높아졌고 가격은 떨어졌죠. 일본 아베 총리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입니다.


일본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강하게 관광산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면세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일본 재무성과 관광청은 외국인 관광객의 '일반품'과 '소모품' 구입액 합계가 5천엔(약 4만8000원)이 되면 면세 대상이 되도록 면세 범위 확대를 추진중입니다. 쇼핑객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빨아들이겠다는 것이죠.


관광입국이라는 목표를 세운 뒤엔 일본인들은 오모테나시로 불리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환대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국가별 관광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일본의 종합순위는 136개 평가대상 국가 중 4위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한국은 19위에 그쳤죠.


한류와 쇼핑이라는 키워드로 매달려온 한국 관광산업이 올림픽 이후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특수 이후에 우리에겐 무엇이 남겨져 있을까요? 한철 장사에만 매달려온 게 한국 관광의 전략은 아니었는지. 이젠 일본의 변화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할 때입니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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