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외면받은 김연아의 '이 광고', 왜?

조회수 2019. 8. 18. 18:4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한국’과 ‘동계올림픽’이라는 단어를 함께 두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피겨퀸’ 김연아일 겁니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계 메인 이벤트가 열리는 해만 되면 TV에서는 스포츠 마케팅 전쟁이 벌어집니다. 스포츠에 승자와 패자가 있듯 스포츠 마케팅 전쟁에서도 승패는 갈립니다. 어떤 기업은 광고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 또 어떤 기업은 돈만 쓰고 브랜드를 망치는 비극을 경험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 무렵으로 시계를 되돌려 스포츠 마케팅 필승법에 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똑같이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웠지만 누구는 성공했고, 누구는 실패했죠.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글입니다.

Scene #1 “실수 없이 잘할 거야…연아야 화이팅” -홈플러스

2010년 당시 김연아를 모델로 했던 많은 TV광고 중 유독 누리꾼들의 눈총을 받은 광고가 있다. ‘홈플러스 송’ 멜로디에 “…실수 없이 잘할 거야. 나는 나를 믿으니까… 연아야 파이팅!…”이라는 가사를 입혀 피겨스케이팅 경기 직전 방송한 광고. 그리고 김연아의 올림픽 메달 획득을 축하하며 홈플러스 ‘창립 11주년 기념 50% 할인 이벤트’를 매칭시킨 광고다.

첫 번째 광고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금메달 못 따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 만들어서 별로”, “홈플러스 좋게 봤는데 실망” 등 비호감이 많았다. 두 번째 광고에 이르자 반감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결국은 50% 대할인이 궁극의 목적인가? 김연아를 데리고 이런 CF를 찍다니…” 등 반발은 강했다.

Scene #2 “겨울소녀, 이번에도 함께할게!” -KB금융

얼음 위에서 연습에 매진하는 김연아의 모습과 이를 응원하는 가수 이승기의 사진이 흑백 화면을 채우고 “겨울소녀, 이번에도 우리가 함께할게!”라는 문구가 이어지는 간결한 광고. KB금융은 이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마케팅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다. 당시 김연아의 금메달 이후 KB금융의 주가가 한달 반 사이에 18.46% 급등하기도 했을 정도다.   

홈플러스와 KB금융의 사례는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주요 이슈들을 조명해볼 수 있는 좋은 비교 대상이다. 홈플러스 TV광고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게 된 표면적 이유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원인은 애초에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추구하려는 목적이 KB금융 등 타 기업과 차이가 있었고, 그에 따른 ‘스포츠 마케팅 믹스’의 한계와 미숙함이 드러난 데 있다.

기업 이미지 제고 vs. 매출 증대

KB금융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추구하려는 궁극적 목적은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였다. KB금융 관계자는 “대한민국 1등을 넘어 세계 1위를 향해 도전하는 스포츠 선수(김연아)를 통해 글로벌 금융사를 꿈꾸는 국민은행의 도전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게 주 목적”이라며 “어떠한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이 주 고객층인 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07년 1월 전파를 탄 김연아의 첫 TV광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목적이라면 지속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KB금융은 김연아가 아직 유망주였던 2006년 12월 단발(6개월) 계약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7년 6월 후원 계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계약을 갱신해오고 있다. 그동안 KB금융은 TV 광고뿐 아니라 유니폼 광고, 아이스쇼, 금융 상품 개발 등 다각도로 마케팅을 벌였다.


반면 당시 홈플러스의 목적은 단기적인 매출 증대였다. 홈플러스는 동계올림픽(2월 13일∼3월 1일)기간과 홈플러스 창립일(5월 15일) 전후로 ‘올림픽 특수 마케팅’, ‘스포츠 마케팅’, ‘스타 마케팅’, ‘(창립 기념) 이벤트 마케팅’ 등 1석 4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광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인지도 높은 스타를 단발로 기용해 매출액을 높인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다양한 마케팅 옵션에 대해 다각도로 고려하기가 어렵다. 대신 단기적이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전략의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실제 홈플러스는 가격 할인 정보를 주로 제공하는 전단지에 김연아의 이미지를 사용, 소비자들의 정서적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CSR 마케팅 vs. 스타 마케팅

출처: 동아일보DB
KB금융은 ‘금메달을 딴 스타’가 아닌 ‘스포츠 선수’ 김연아에 주목했다.

KB금융은 스포츠 마케팅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점에서 접근했다. KB국민은행 경영진들이 김연아와 후원 계약 당시 담당 부서에 “김연아 선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특별 주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담당 부서 관계자 역시 “첫 계약을 체결했을 때만 해도 김연아 선수는 장래가 유망한 운동 선수였지 스타 파워를 갖춘 건 아니었다”며 김연아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은 그때까지만 해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 스케이팅을 육성하겠다는 CSR 마케팅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김연아를 기용했다. 애초에 김연아를 스타 파워가 있는 연예인들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홈플러스의 김연아 이전 모델이 강호동, 이승기 등 인기 연예인이었다는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반면 국민은행이 2006년 김연아 직전에 발탁했던 광고 모델은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무명의 비보이였다. KB금융이 ‘스포츠 선수’로서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고 김연아와 계약을 맺었다면, 홈플러스는 강력한 인지도를 가진 ‘스타’ 김연아에게 돈을 지불했던 셈이다.

시너지 효과 vs. 고립 효과

‘김연아’로 시작해 ‘반값세일’로 끝난 홈플러스 TV 광고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사실 당시의 계약 방식이나 기간 측면에서 놓고 본다면 KB금융이나 홈플러스 모두 단발성이라는 점에선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결정적 차이는 KB금융이 피겨를 포함한 다양한 스포츠 종목 육성 및 후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이다.(골프 여제 박인비 역시 KB금융의 후원을 받으며 세계를 거머쥐었다) 단발성 광고라 해도 지속적이고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 전략과 연계된 덕분에 긍정적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있었다.


반면 홈플러스처럼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일관된 전략적 방향성이 없을 경우, 일회성 마케팅 활동으로 고립되기 쉽다. 이때 중요한 점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의 정교함이다. 지나치게 상술이 드러나면 소비자들의 심기를 건드릴 위험이 크다. 홈플러스의 첫 번째 TV 광고는 김연아에게 심적 부담감을 주는 메시지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반응을 낳았다. 두 번째 TV 광고 역시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가치 제안은 좋았지만, 전달 방식의 미숙함으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KB국민은행이 제작한 ‘겨울소녀’광고가 ‘이번에도 함께 할께’라는 메시지를 통해 김연아의 가장 오래된 후원자이자 파트너라는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 시너지를 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54호
필자 이방실

인터비즈 황지혜 정리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