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의 '무덤'이라는 이것은?

조회수 2019. 8. 1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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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에 편의점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편의점의 반발이 집중 조명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임금 노동을 기반으로 한 사업 특성 때문에 인상에 따른 타격이 유독 큰 탓이다. 최저시급도 주지 못하는 한계 사업을 퇴출하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편의점을 은퇴 후 생계 돌파구로 삼은 은퇴자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출처: GS리테일

"인테리어도 본사 부담" 쉬운 창업 때문에 은퇴자의 무덤으로...

전체 자영업자에서 흔히 은퇴자로 분류되는 50대 이상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59.6%에 이른다.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은퇴자는 자영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사회안전망은 취약한데 퇴직 후 일자리는 마땅치 않은 탓이다.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여전히 20%를 상회한다. 이 비율의 OECD전체 회원국 평균은 14%안팎이다. 자영업자의 증가와 50대 이상 창업의 증가, 여기에 국내 주요 편의점의 숫자까지 늘어나는 흐름까지 파악하면 은퇴자들이 편의점에 몰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퇴자들은 왜 편의점에 몰렸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업종에 비해 초기 창업비용이 적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하면 그대로 인건비가 굳는 형태도 시간이 남는 은퇴자들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편의점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즉 점주)의 사실상의 공동 경영 형태다. 본부의 역할은 브랜드 사용권리를 주고 인테리어를 담당한다. 대체적인 시설 투자와 경영 관리를 맡는 형태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점포를 차린 뒤, 점주가 운영을 맡아 운영수익을 가져가는 형태다. 이때 점주가 얼마나 투자했느냐에 따라 수익비율이 달라진다. 초기 창업비용에 따른 리스크를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서구식 프랜차이즈 모델은 본사가 점포를 차려주고 매뉴얼대로 움직이게끔 하고, 점주는 안에 들어가서 장사만 하고 자기 월급만 받아가는 형태다. 한국에선 편의점이 그나마 이에 가장 가까운 형태"라고 설명한다.


점주가 점포를 운영하며 가게 수익을 가져가고, 가맹본사는 인테리어와 레시피, 재료를 납품하는 역할로 나뉘는 외식업 프랜차이즈와는 다르다. 상당수 편의점 점주는 본사가 정해준 점포에서 장사를 하고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형태다. 같은 주인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사실상 본사와 공동경영...창업 안전지대라는 환상

편의점 가맹타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점주 입장에선 점포를 임대하느냐, 아니면 이 역시 본부가 임차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점주가 임차하는 경우엔 흔히 수익추구형이라고 부르고, 본부가 점포를 임차하는 경우엔 안정추구형이라고 밝힌다.


편의점 월 수익에서 가맹본부에 일정비율의 가맹수수료를 납부하는 구조인데, 점주가 얼마나 투자했느냐에 따라 수익배분이 달라진다. 점주가 점포를 임차한 경우엔 가맹수수료율이 30% 정도, 안정추구형의 경우엔 수수료율이 40%이상이다.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율이라는 지적이 일지만, 사실상의 공동 경영 형태에 초기 창업비용을 본사가 상당 부분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형성된 수수료율 구조다. 폭리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편의점 본사들은 자사의 영업이익률이 1~4%대에 불과하다며 항변한다. 

본사 부담 비중이 크고, 점주 입장에선 초기 투자에 따른 리스크 부담이 적다. 편의점은 인테리어 등을 본사에서 도맡아 하기 때문에 점주의 개개인의 노하우와 기술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국내 빅3 편의점 중 한 곳의 경우, 본사가 직접 점포 임차료를 내고, 설비까지 책임지는 경우 약 3200만 원 내외다. 이는 업체에 따라서 2200만 원 수준까지도 떨어진다. 창업비용 중엔 보증금 명목으로 3000~5000만 원을 맡겨야 하는데, 이 역시 현금이 아니라 담보물도 가능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편의점의 창업비용은 7000만 원 수준인데 이는 보증금까지 합친 금액이다. 이와 비교해 인테리어비 등이 들어가는 커피 전문점의 평균 창업비용은 1억2000만 원 정도다. 치킨 전문점은 워낙 차이가 크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점포를 중심으로 대체로 1억 5000만 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패스트푸드나 빵집 등은 3억 원 이상이 들어가기도 한다.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매장 면적도 작기 때문에 초기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관리도 더 용이하다. 최근엔 조리시설을 갖춘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조리시설이 필수인 요식업이나 패스트푸드 등에 비해선 훨씬 관리가 용이하다. 1인가구와 고령화에 따라 근거리 소비가 늘어난 점도 호재였다. 2010년대 중반부터 도시락 등의 매출이 늘면서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졌다. 노동력만 투입하면 돈이 벌리는 구조였다. 창업 안전지대라는 환상이 생긴 이유다. 

최저임금 상승에 취약한 구조가 문제...성장 둔화 맞물려 더 큰 타격으로

편의점은 그동안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 탔다. 대형마트 등이 재래시장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 덫에 빠질 때에도 편의점은 서민 창업 아이템이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갔다. 가이드라인 차원에서 같은 편의점 브랜드를 250m 이내에 출점하지 않기로 했으나 유명무실해졌다.



무엇보다 다른 브랜드 출점까지 강제할 방법 또한 없었다. 편의점들은 과도한 출점을 막기 위해 1994년 '동선거리로 80m 이내에는 타 브랜드 편의점도 출점하지 말자'는 자율규약을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 자율규약이 '자율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이라고 지적해 폐기됐다. 

그 결과, 점포수는 2013년과 비교해 무려 1만5000개나 더 늘어났다.올해 초엔 4만 개를 돌파했다. 최저임금 자체 보다도 편의점의 과도한 출점 탓에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2017년 편의점 시장은 전년도 대비 10.8% 성장한 반면, 점포수는 같은 기간 16.7%나 급증했다. 경쟁이 지나친 시장이 된 것이다.


사실 최저임금은 2017년 이전에도 연간 8% 수준으로 꾸준히 상승해오는 추세였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상승은 업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본사와 편의점주가 상생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입장인 반면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이 문제라는 주장이지만 사실 두가지 실마리로도 풀 수 없는 복잡한 함수다.


은퇴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자영업이 아닌 기업의 인력 수요를 늘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창업 지원 정책이 청년층에만 쏠린 정책 탓에 자영업 외엔 선택지가 없는 현실 등이 모두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기업 성장이 받쳐주지 못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어두운 그늘이 편의점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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