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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랗게 젊은 '32살 CEO', 위기의 버거킹 '41조' 기업으로

조회수 2019. 8. 1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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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와퍼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브랜드 버거킹(Burger king). 현재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약 18,00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프랜차이즈다. 2018년 기준 버거킹 단일 브랜드의 연 매출액은 16억 5천만 달러(1조 9천억 원)에 달하며, 식물성 고기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 반려견을 위해 출시한 '독퍼(dogpper)' 등 센스있는 신제품으로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7, 8년 전만 하더라도 버거킹의 상황은 지금과 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한 것. 2009년 25억 4천만 달러(약 3조 원)였던 버거킹의 연 매출은 2013년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억 5천만 달러(약 1조 4천억 원)로 떨어졌다. 회사가 위기를 겪자 소유주였던 TPG(Texas Pacific Group)와 베인캐피털, 골드만삭스는 2010년에 진작 버거킹을 사모펀드 3G 캐피털에 매각했다. 당시 버거킹의 부채는 7억 달러(약 8천억 원)가 넘는 상태였다.

새파랗게 젊은 32살 CEO의 등장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위기에 빠진 버거킹을 구하기 위해 한 인물이 등장한다. 2013년부터 2019년 초까지 버거킹의 CEO를 지낸 다니엘 슈워츠(Daniel Schwartz)다. 그가 처음 버거킹에 온 것은 2010년 버거킹이 막 인수됐을 때다. 3G캐피탈은 흔들리는 버거킹을 바로잡기 위해 월스트리트 출신 다니엘 슈워츠를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임명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29세. 슈워츠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두터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부족했던 버거킹의 경영실적은 하락세를 이어갔고, 결국 2013년 3G캐피털은 다니엘 슈워츠를 아예 CEO 자리에 앉히는 초강수를 둔다.

출처: 버거킹
다니엘 슈워츠

당시 그의 취임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나이는 겨우 32세에 불과했고 버거킹에 오기 전까지는 외식업 경험도 전무했다.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새파랗게 어리고 경험도 없는 CEO의 등장에 우려를 표했다. 당시 맥도날드를 매년 4%씩 성장시키고 있던 50세 관록의 CEO 돈 톰슨(Don Thompson)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니엘 슈워츠는 보란듯이 버거킹을 일으켜세웠다. 2012년 46억 달러였던 버거킹의 기업가치는 2014년 90억 달러로 커졌고, 하락하던 매출도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또 그가 2014년 버거킹과 캐나다의 커피 프랜차이즈 팀 홀튼(Tim hortons)를 합병한 후 출범시킨 모기업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 RBI)'은 기업가치 350억 달러(약 41조 원), 연매출 53억 5천7백만 달러(약 6조 원, 2018년)에 이르는 거대 기업으로 도약했다. 6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였다.

출처: 구글
버거킹의 모기업 RBI의 주가 추이

매장에서 패티 굽고, 화장실 청소까지 하는 이유?

외식업과 관련해서는 '초짜'나 다름없었던 다니엘 슈워츠가 버거킹의 재도약을 이끌어냈던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미국 언론사 블룸버그(Bloomberg)에서는 "어린이에 의해 운영되는 버거킹"이라는 기사를 통해 젊은 CEO가 가져온 변화를 조명했고, 투자자들은 그의 위기관리 능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떻게 버거킹을 부활시켰을까.

1. 불필요한 비용부터 차례로 줄여나간다

보통 악화되는 경영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이 꺼내드는 첫 번째 카드는 비용절감이다. 버거킹도 마찬가지였다. 부채를 해결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비용절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어떤 비용을 줄일 것인가'였다. 그는 우선 경영과 무관한 부분부터 줄여나갔다. 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전용기를 매각했고 매년 임원들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100만 달러짜리 파티를 없애버렸다. 그는 임직원에게 "회삿돈을 내 돈처럼 써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본인을 포함한 임직원에게 들어갔던 과도한 혜택을 차례차례 없애나갔다. 또 비용 부담이 큰 직영점을 대폭 줄이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확대했으며, 본부에 불필요한 사무인력을 줄이는 대신 고객 접점인 매장의 직원을 늘리는 등 버거킹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갔다.

출처: 네이버 영화(위대한 개츠비)

2.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태도

그는 자신이 외식업과 관련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버거킹 매장에서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슈워츠와 경영진은 '문제는 늘 현장에 있다'라는 생각으로 몇 달 동안 사무실과 매장을 오갔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꼭 유니폼을 입은 채 직접 햄버거를 만들거나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 일반 직원과 똑같은 업무를 했다. CEO로서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려고 했던 것이다.

출처: 버거킹
매장에서 교육받는 다니엘슈워츠(좌측)와 경영진

이 과정을 통해 그는 버거킹 매장의 문제점을 직접 파악할 수 있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너무 많아진 메뉴'였다. 맥도날드와 경쟁을 하면서 늘어난 수 십개의 메뉴는 매장마다 제각각이었고 직원들은 레시피를 외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러 메뉴를 준비하기 위해 사놓은 재료들은 한쪽에서 썩어났고, 손님들은 느린 서비스에 불만을 토로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그는 대표 메뉴 12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없애버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료비는 20% 줄고 서비스 속도는 18% 높아졌다. 또 간소해진 메뉴 덕분에 해외 점포 확장도 수월해졌다. 사라진 메뉴에 아쉬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한정판 메뉴'를 통해 과거 제품을 간간이 재출시했고, 그때마다 SNS에서 버거킹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다.

​3. 필요할 때 나오는 과감한 추진력

그는 젊은 CEO답게 버거킹이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소비 트렌드에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버거킹은 다른 브랜드에서 찾을 수 없는 과감한 메뉴들을 출시하기 시작한다. 2013년 건강한 식품을 찾는 이들을 위해 출시한 저칼로리 감자튀김은 버거킹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2016년 치토스(cheetos)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내놓은 시즌 메뉴 맥앤치토스는 인스타그램 인증 필수템으로 자리잡으며 빠르게 SNS상으로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비건 열풍에 힘입어 식물성 대체육을 넣은 임파서블 와퍼, 또 반려견을 위한 간식 '독퍼(dogpper)' 등 참신한 신제품을 추가하며 외식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까지 받는 중이다.

한편 슈워츠는 금융전문가다운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기업 규모를 대폭 확대해왔다. 버거킹의 체질 개선이 한창이던 2014년 다니엘 슈워츠는 캐나다 1위 커피 프랜차이즈 팀홀튼(Tim Horton's)과 버거킹의 합병을 추진하며 두 브랜드를 관리하는 모기업 'RBI'를 세웠다. 계약 금액은 110억 달러(약 12조 원). 그야말로 '빅딜'이었다. 이제 회복 중인 버거킹이 무리한 것 아니냐라는 평도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4년 11억 달러 안팎이던 RBI의 연매출은 2015년 40억 달러로 크게 상승했고, 이후 2017년 치킨 전문점 파파이스(Popeyes)까지 인수하며 현재는 기업가치 약 350억 달러의 글로벌 대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출처: RBI 홈페이지
출처: RBI 홈페이지

그는 올해 1월 CEO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RBI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을 맡고 있다. 30대의 나이에 외식업계의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그는 모든 인터뷰에서 항상 '겸손'이라는 덕목을 강조한다.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모든 성과의 시발점이라는 의미다.

세상에 잘난 리더는 많지만 잘났으면서도 겸손하고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리더는 많지 않다. 스스로 회사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매장에 나가 햄버거를 만들고 화장실을 청소할 수 있는 리더가 얼마나 될까. "왜 문제점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느냐"라고 소리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겸손하지 못한 리더는 조직원들과 소통할 수 없고, 이는 결국 조직의 위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새로 배우려는 태도에는 나이나 직함이 없어야 한다". 다니엘 슈워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새겨야할 메시지가 아닐까.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inter-biz@naver.com

Bloomberg, "Burger king is run by Children", 2014.07.25

BBC News, "Burger King sold to buy-out firm for $3.26bn", 2010.09.02 

Business Insider, "How a 36-year-old Wall Street Prodigy saved Burger King",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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