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하루에 134조 원 날린 이유는?

조회수 2019. 8. 16. 09: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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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신호탄일까. 이번엔 단순한 쇼크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26일 올해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이후, 하루만에 증발한 시가총액은 1197억 달러(약 134조 원)에 이른다. 나이키 규모(1275억 달러)의 기업가치가 순식간에 날아간 것이다. 미 증시 역사상 액수 규모로 역대 최대 하락이다. 최근 주가는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워낙 낙폭이 컸던 탓에 완전 회복까지 얼마나 걸릴지 전문가들도 쉽사리 예상하지 못한다.

출처: 플리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자사 개발자회의인 F8 2018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투자자들은 페이스북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기론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원히 성장할 것 같던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제국에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대수롭지 않은 악재? 사실은 쌓이고 있다...인터넷 기업의 교훈

그동안 페이스북은 온갖 부정적인 이슈에도 별 흔들림없이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예컨대 2016년 러시아 측에서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주가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올해 초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에 전달한 사실이 폭로되고, 이로 인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 불려갈 땐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을 경험했으나 이내 반등했다.


최근 실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32억3000만 달러(14조 8387억 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한 것이다. 하루 실 사용자수(DAUㆍDaily Active User)도 전년 동기 보다 11% 많은 14억7000만 명을 기록했다. 다른 기업 같으면 반색해야 할 실적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페이스북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당초 이번 분기 시장 전망치만 보면, 페이스북의 DAU는 14억 9000만 명을 넘어섰어야 한다. 특히 유럽 이용자수는 2억 7900만 명으로 전분기보다 300만 명 줄었다. 북미시장에서 성장은 한계에 부딪힌 만큼 신흥시장인 유럽 시장 등에서 성장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러한 흐름이 뚝 끊겼다. 아시아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마저도 예전 같지 않다. 중국 진출은 수년째 시도에만 그치고 있다. 지난달 말엔 실적 쇼크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자회사 설립 계획도 중국 정부가 반려하면서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진 탓에 앞으로도 당분간 중국 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출처: 와이어드
와이어드 올해 3월호 표지 이미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지고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 서면서 난타당하는 모습을 풍자했다. 당시엔 개별 이슈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악재가 누적된 결과, 실적 악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를 두고 "지난 2년간 온갖 부정적인 이슈에도 방탄조끼를 입은 것처럼 건재했던 페이스북조차 악재가 쌓이면서 상처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을 뿐, 명성과 평판에 조금씩 흠집이 났다. 악재에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누적되고 있었던 셈이다.


소셜미디어에 있어 성장세 둔화는 여느 기업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 확보를 통해서 기업의 지속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용자 유입이 많아질수록 이용자간의 연결효과가 더 커지고 이를 통해 이용시간이 더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광고 효과도 극대화한다. 가입자수와 이용자의 이용시간이 줄어들면 이런 연결가치가 급격히 무너진다는 얘기다. 성장세 둔화는 단순히 수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페이스북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내부의 활력 자체가 꺼져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젊은층의 이탈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페이스북 이용자 가운데 12~17세 연령층 수가 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24세 이하 이용자는280만 명이 줄었다. 이마케터는 2020년까지 이들 연령층의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들 연령대 페이스북 이용자수 중에서 2.0~6.5%는 매년 이탈할 것으로 전망한다.


외신들은 페이스북이 사실상 뉴스 플랫폼으로 변모하면서 소통을 중시하는 젊은층의 입맛에선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 층들은 자신들의 디지털 생활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특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플랫폼이라는 점은 젊은층 공략에 있어선 약점이 되고 있다. 채팅과 게임 등을 결합한 새로운 소셜미디어 등이 잇따라 출현하면서 빈틈을 속속 공략하지만, 페이스북 입장에선 대응이 쉽지 않다.


페이스북이 직접 성장 악화 우려 밝혀...비용 늘어나는 것도 숙제

같은 미국 IT기업인 구글과 아마존 등이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위기를 분산한 것과 달리, 페이스북은 인터넷 광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성장세 둔화에 따른 위기감이 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에게 이용시간 증가와 이용자 성장률 외에는 달리 어필할 요소도 많지 않다. 인터넷 기업은 성장도 빠른 만큼, 몰락도 순식간일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출처: 픽사베이

성장 둔화뿐만 아니라 비용까지 증가하는 추세여서 걱정은 더 커진다. 올해 2분기 비용은 74억 달러(8조 3000억 원)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와 감시 의무가 커지면서 관련 모니터링 및 개선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관련 규제는 더 엄격해지는 추세여서 해당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감시 요원을 늘리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개인정보 악용 등의 논란에 난타당한 페이스북은 향후 이용자들이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저하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우려를 직접 대놓고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데이비드 위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하반기에는 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 했다. 그의 메시지는 페이스북이 저성장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쯤에서 블룸버그통신의 진단이 의미심장하다. 페이스북 이용자수 정체 현상을 두고 블룸버그는 “쉽게 성장하던 시절은 끝났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기술주 불패신화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까지 나온다. 급격한 성장을 바탕으로 가치를 만들어온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어떻게 저성장 시대를 버티게 될까. 새로운 정보보호 규제엔 어떤 방식으로 적응할까. 거대 기업이 된 페이스북 앞에 또 다시 시험대가 놓인 것으로 보인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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