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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취임 후 시총 40배 넘게 불린 이 남자

조회수 2019. 7. 2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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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엘지생활건강(이하 엘지생건)의 리더십을 조명한 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그로잉 업>(북스톤, 2019)입니다. 이 책은 2005년 엘지생활건강에 부임한 차석용 부회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그가 무엇을 어떻게 바꿨고, 그 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차석용 이펙트’입니다.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빠르고 심플하게! 조직문화 리노베이션

엘지생건의 조직문화는 차석용 부회장이 부임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군살 빼기. 차 부회장은 무엇이든 단순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심플리피케이션을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의 회의를 없앴고, 전자결재도 간소화했다. 또 2013년 스마트 스테이션을 오픈하면서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모든 것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말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웬만한 사안은 보고하는 그 자리에서 결론이 났고, 차 부회장부터가 액션이 매우 빠른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출처: LG생활건강 공식 홈페이지

그러다 보니, 소통은 더 빨라져야 했다. 엘지생건은 철저히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했는데, 이것도 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차 부회장부터 그렇게 실천했다. 차 부회장은 오전 8~11시 그리고 오후 1~4시 부회장실을 열어 둔다고 한다. 누구든 사안이 있으면 직접 와서 회의를 할 수 있다. 예약할 필요 없이 대기했다가 차례로 들어간다. 하루에 찾아오는 구성원이 약 80명. 즉,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버리고 가장 빠른 소통의 문화를 선택했다.

보고를 간단하게 하는 것도 엘지생건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예컨대, 구구절절 장표를 만들지 말고 팩트만 말하라고 하는 것이다. 장표 만들면서 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래서 엘지생건의 보고서는 한 장으로 만든다. 한번은 보고가 1시간 30분쯤 계속되자 차 부회장이 도중에 나가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길게 할 보고라면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엘지생건에선 회사에 나쁜 소식이 있으면 업무 시간을 따지지 말고 즉시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차 부회장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조직에서는 아는 것을 안다고 그리고 모르는 것은 자신있게 모른다고 말한다. 아무튼 이런 조직문화가 새롭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엘지생건에서는 이를 이노베이션이라고 하지 않고, 리노베이션이라고 설명한다.

적자였던 코카콜라 인수해 흑자 전환

엘지생건이 코카콜라를 인수한 2007년 당시에도 이 뉴스는 굉장히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엘지생건이 코카콜라를 인수한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엘지생건 사업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생활용품, 화장품 그리고 음료다. 화장품은 현재 회사 차원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핵심사업이다. 그러나 역사가 오래된 강력한 기업이 많고, 성숙기산업인지라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다음으로 생활용품은 엘지생건의 모태나 다름없는 분야다. 하지만 이 부문은 전형적인 성숙기산업이어서 성장이 쉽지 않다. 굳이 순위를 매겨보자면 음료는 맨 마지막이다. 하지만 엘지생건은 식음료 사업에 손을 대기로 했다. 식품은 생활용품과 유통망이 동일하기 때문에 제품만 추가하면 될 줄 알았던 것이다.

출처: LG생활건강 공식 홈페이지

코카콜라 인수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그리고 고객의 삶에 활력을 더하겠다는 업의 본질과도 맞닿아있다. 엘지생건이 인수한 이후 적자였던 코카콜라는 흑자로 돌아섰다. 5000억 원대 국내 코카콜라 매출은 2018년 1조2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비결은 방만한 조직운영 정비에 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독특한 구조로 사업을 한다. 원액을 제공하는 회사가 있고, 생산과 유통 및 고객지원을 하는 회사가 있다. 전자를 CCKC(Coca-Cola Korea Company), 후자를 CCB(Coca-Cola Beverage)라고 하는데, 엘지생건이 인수한 것은 바로 CCB였다. 인수 전엔 CCKC와 협업이 잘 안됐지만 이후 관계가 개선됐다. 그리고 모든 공장을 현대화하면서 생산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또, 음료업계의 월말 매출쏠림 관행을 근절하면서 매출이 좋아졌다.

엘지생건의 화장품 브랜드 ‘후’

차 부회장이 엘지생건에 부임한 2005년 당시 화장품 매출은 아모레퍼시픽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3년 만든 '후'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힘을 쓰지 못하자, 차 부회장은 브랜드 컨셉을 한방에서 궁중으로 바꿨다. 한방은 저변에 깔리는 요소이지 차별화 컨셉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후는 중국과 한국에 모두 잘 어울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마케팅이었다. 럭셔리 시장으로 포지셔닝했는데, 아무리 품질이 좋다고 해도 마케팅이 안따라주면 안되는 일이다. 엘지생건은 조금은 다른 마케팅 전략을 설정했다. 홍보나 광고 커뮤니케이션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했다. 웨이보나 위챗에 팔로워를 몇 천만 명씩 확보한 셀럽을 섭외했다. 채널은 오로지 백화점에만 집중했다. 그것도 중국에서 최고급 백화점에만 입점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러한 전략이 적중해 100만원 대 화장품이 팔려나갔다. 뒤이어 내놓은 2000만~3000만원짜리 VIP 세트, 심지어 1억원짜리 세트도 그 자리에서 완판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화장품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궁중, 이른바 오리엔탈 컨셉은 글로벌 시장에서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엘지생건의 고가 브랜드는 후, 숨, 오휘, 빌리프 등인데, 이 중에서 엘지생건은 차세대 후로 점찍은 브랜드가 바로 ‘숨’이다. 이 브랜드는 2007년에 발효화장품으로 포지셔닝해 출시됐다. 발효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깨끗함과 고기능의 느낌을 어필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 판단되고 있다.

엘지생건은 중국만으로는 시장의 한계가 있다고 보고, 포스트 차이나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화장품 시장이 300조원 가량이고 그 중에서 엘지생건은 3조를 하고 있으니, 겨우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가 관건이다.

엘지생건 성장 요인

①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엘지생건 마케팅 의사결정의 기준은 소비자다. 지난 14년 동안 엘지생건이 성장한 밑바탕에는 소비자 중심주의가 있다. 소비자와 고객은 다르다. 주주, 협력업체 심지어 유통업체도 고객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엘지생건은 고객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즉 실용주의를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결정하고 나면 모든 선택은 쉬워진다.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만 기준을 맞추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공식을 버렸다. 빤한 이야기지만 마케팅 환경은 모바일시대가 되면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SNS, 인플루언서, 유튜브 그리고 온라인 구매와 해외직구로 인해 광고 시장은 그야말로 지형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비용 대비 효율은 필연적으로 낮아졌고,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광고를 믿지 않는다.

엘지생건은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고 이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대중광고를 줄이고 온라인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확대했다. 특히 럭셔리 제품은 TV광고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

출처: 코카콜라 공식 SNS 캡처

또 다른 특징은 '잽 마케팅'이다. 사실 엘지생건을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한 방이라는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곡선은 꾸준했다는 것이 놀라운 이야기다. 왜냐하면 엘지생건은 KO펀치가 아니라 잽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이다. 한 방에 되는 사업은 없기 때문에 작은 시도를 계속 해보고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많이 시도한다는 말이다. 이른바 잽 마케팅이다. 실제로 엘지생건은 신제품을 내는 주기가 매우 짧다. 치밀한 사전조사를 거쳐 내놓기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바로 출시해서 반응을 살핀다. 굳이 설명하자면 민첩함과 유연함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

② 인수합병 전략

기업의 성장동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조직 내부의 자생력에 기초한 유기적 성장과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한 비유기적 성장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엘지생건은 M&A를 많이, 그리고 성공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는 코카콜라 인수가 있는데, 그 외에도 40개가 넘는 회사를 인수했고, 그 중에서 성공한 경우가 남다르다.

엘지생건의 M&A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안정된 기반에서 해야 한다. 지금 하는 사업이 불안하거나 위험요소가 많다는 이유로 다른 회사를 M&A하면 안된다. 두 번째, '놀던 물' 근처에서 해야 한다. 엘지생건이 주력하는 분야는 생활용품, 화장품 그리고 음료 사업이다. 만약 엘지생건이 다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고 해도 기존 사업처럼 주기가 빠른 소비재를 다뤄야 한다. 태극제약 인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엘지생건 대표 상품으로 치약이 있다. 미국 런칭을 위해선 GMP인증을 받아야 하기에, 태극제약이 필요했다. 세 번째, 뛰어들기 전에 기준부터 정한다. 즉 얼마까지 줄 수 있는지 미리 정하고 난 뒤에 움직인다. 경쟁하다보면 좋지 않은 회사를 비싸게 사야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기준이 필요하다.

출처: LG생활건강 공식 홈페이지
태극제약

③ 엘지생건의 리더십 - 차석용 이펙트


2004년 엘지생건은 매출 1조에 영업이익은 600억 수준이었다. 차석용 부회장이 부임하고 나서 회사가 달라지더니 수치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8년 현재 매출은 6조 7475억 원, 이익은 1조 393억 원이었다. 시가총액은 4287억 원에서 17조 1956억 원으로 40배가 뛰었으니, 통상적으로 믿기어려운 숫자다. 따라서 그 기간에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리더십이다.


CEO 한 명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리더의 역할을 부정하기도 힘들어보인다. 우선 차 부회장은 다른 CEO들과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오전 8시까지는 혼자 시간을 보내지만, 11시까지는 사무실을 개방하고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만난다. 이후 식사하고 사무실에서 혼자 숙고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1시부터 4시까지는 다시 미팅과 면담 등을 한다. 퇴근은 4시다. 이후엔 회사 사람은 물론 업계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그 흔한 친목 모임도 갖지 않는다. 대신 어디든 돌아다닌다. 매장이든 백화점이든 길거리든 어디든 다니면서 둘러보고 아이디어를 찾는다. 또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잡지, TV 등도 꼼꼼히 챙긴다. 때문에 웬만한 젊은 세대보다 더 빨리 트렌드를 파악한다.

출처: LG생활건강 공식 홈페이지
차석용 부회장

'차석용 이펙트'가 많은 것을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 리더 스스로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임원이 바뀌고, 이어 모든 직급의 구성원들이 바뀐 것으로 판단된다. 또 그가 업무 처리를 너무 빨리 하기 때문에 소통이 정체되어 있는 현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회사는 하나를 크게 벌이기 보다는 작은 시도를 자꾸 하게 되었다. 대기업이지만, 마치 거대한 벤처기업처럼 움직인다.

세상에는 타고난 소질과 재능으로 성공의 계단을 오르는 천재형이 있다. 반면 매 순간 부단한 노력으로 한 걸음 씩 올라가는 노력형이 있다. 아무튼 엘지생건은 천재를 이기는 노력형 회사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 본 내용은 <그로잉 업>에서 발췌 정리했습니다.

필자 이동우 이동우콘텐츠연구소 대표
경제경영작가 / '이동우의 10분 독서' 제작자

'이동우의 10분 독서'는 매주 새로운 경제경영서를 직장인들을 위해 리뷰하고 있다.

인터비즈 정리 / 미표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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