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이 브랜드' 선택한 이유는?

조회수 2019. 7. 20. 11: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2017년 10월 27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래와 같은 헤드라인의 기사를 내보냈다.

밀레니얼 세대가 구찌와 사랑에 빠졌다 (Millennials Have Fallen in Love with Gucci, for Now)

이 기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BTS(방탄소년단은)는 2017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이어 2018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레드카펫에서도 구찌로 온몸을 감싸고 등장했다. 세계적 보이밴드로 불리는 BTS는 왜 2년 연속 구찌라는 브랜드를 선택했을까?

출처: 방탄소년단 공식 인스타그램 ​
2018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레드카펫 행사에서 구찌 제품으로 풀장착한 방탄소년단

촌스러운 브랜드란 비아냥과 함께 내리막길을 걷던 구찌의 재도약은 2015년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총괄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시작되었는데, 구찌의 인기행진은 뉴스나 연예인 관련 가십으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성장률과 모기업인 케어링(Kering)의 주가 상승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까지도 반신반의하던 시장은 2017년 제대로 반응해 주었다. 매출은 62억 유로(약 8조 2300억)로 전년대비 45% 증가하였고 케어링그룹 주가는 1년간 3.7배 상승하여 루이비통으로 대표되는 LVMH의 주가를 넘어섰다.

출처: BOF(Business of Fashion) 공식홈페이지
구찌(Gucci)와 케어링(Kering)그룹의 주가 상승

이러한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소비자의 ‘경험(Experience)’과 ‘연결(Connectivity)’전략을 ‘애자일(Agile)’하게 풀어내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위에 언급한 키워드들이 한두 해 언급된 것도 아니니 구찌의 반등을 설명할 특별한 용어들이라 할 순 없다. 그러나 특별하지 않은 저 키워드들 안에 중요한 핵심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요즘 럭셔리 브랜드들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밀레니얼의 선택을 받으려면 핵심 타깃이 열광할 만한 경험, 즉 무엇(What)을 체험하게 해줘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이러한 경험을 어떻게(How) 전달하고 나누게 할 것인가 생각하고, 모바일 시대인 만큼 얼마나 민첩하게 실행하고 피드백을 새롭게 반영할 수 있는지 실행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들 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다만,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요즘처럼 성공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점점 의미 없는 시대라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사례에는 공통적인 분모가 들어있어서 벤치마킹이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전략 등으로 비슷한 사례를 만들 수도 있었으나 이제는 Ctrl+C, Ctrl+V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럭셔리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위 세가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1.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경험(Experience)이 최우선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밀레니얼 세대가 구찌를 선택했다는 말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타깃이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 <Generations: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란 책에서 처음 언급되었는데 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이들로 IT에 능하며 자존감을 중시하고 자기만족이 선택의 기준인 세대)란 뜻이다. 과거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 여력이 풍부한 중년이상의 상류층이 핵심 타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럭셔리 브랜드 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 시장에서 구매력, 시장 영향력 등 다른 세대를 앞서는 핵심 타깃은 밀레니얼 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세대가 소비시장의 핵심으로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자. 이들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는 시대적 변화를 어려서부터 체험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특징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첫 세대이다.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저성장 속에서 ‘나의 이익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채 미래보다는 현재의 생활에 더 만족감을 느끼면서 저축보다는 소비에 방점을 찍는 소비 주도층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디지털로 무장한 이들은 취향과 관심을 SNS와 모바일 세계에 퍼트리며 구매의사결정의 헬퍼(Helper)이자 트렌드 선도자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며 현재 소비 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 말은 럭셔리 브랜드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이고 밀레니얼 세대에게 선택받지 못한 브랜드는 ‘힙하지’ 않다로 해석된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럭셔리 브랜드가 고가라는 장벽을 가지고 명품이라는 타이틀로 신분과시적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새로운 경험과 취향을 제공하는 힙한 브랜드란 타이틀로 취향과시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스트리트 패션의 선두주자인 슈프림(Supreme)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명품 브랜드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파격적인 콜라보를 시도했다는 사실 외에도, 루이비통이 전통적 구매 주력층이 아닌 밀레니얼 세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루이비통의 이러한 시도는 기존 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이를 하나의 놀이 형태로 받아들였고 그들에게 가장 힙한 브랜드인 슈프림이 루이비통과 재미있는 놀이를 했다는 사실에 더욱 열광했다. X세대나 Y세대도 그 전 세대보다는 이런 흐름을 이해하는 편이었지만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방점을 두는 밀레니얼 세대보다는 파괴력이 적었다. 구매력만큼 브랜드에게 매력적인 것은 없지 않은가?

공급과잉의 시대를 맞아 상품의 질은 상향평준화 되었다. 이는 상품 소비에 있어 상품 자체의 기능이나 품질보다는 상품이 보여주는 코드나 기호가 중요해졌다는 의미이다. 이는 럭셔리 상품군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인데 럭셔리 상품이 어떤 기호나 코드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느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럭셔리 상품의 소비도 Fun(재미)이라는 코드가 있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Show Off(과시) 할 것인지 상품 기획에서 같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구찌는 자신들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상품 기획에서부터 고민하고 있다.

2. 경험을 전달하는 방법도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구찌는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도 철저하게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하였다.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은 밀레니얼이 원하는 재미를 자신들과 연결된 네트워크에 어떻게 과시할 것인가에 최적화된 어플리케이션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구찌는 인스타그램을 디지털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날로그 기반의 창작물을 자신들의 상품에 녹이고,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결시키며 구찌가 보여주고 싶고, 공유하고 싶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영감들을 밀레니얼 세대들로 하여금 놀이처럼 즐기게 하고 있다.

출처: 구찌 공식 홈페이지
#GucciGram

구찌는 2015년 #구찌그램 (#GucciGram)을 시작으로 디지털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지속시켜오고 있다. 구찌그램은 인스타그램의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한 캠페인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이는 인스타그램에 공유될 수 있는 재미와 화제성을 가지면서도 구찌가 가진 패션에 대한 열정을 반영하고 있다.


#구찌그램은 이 모든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 총괄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기획한 디지털 협업 프로젝트로, 전 세계 예술가들이 구찌의 고유 아이콘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면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서 공개하는 프로젝트다. 2015년 첫 프로젝트에서는 구찌 문양에서 영감 받은 작품을 선보였고 2016년에는 중국어로 하늘을 의미하는 '티엔(Tian)'을 테마로 10세기 중국 화조화 화법의 아름다움을 형상화 하기도 했다.

구찌는 2018년에는 ‘GucciGeek(구찌괴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안젤리카 힉스(Algelica Hicks)와 함께 작업한 티셔츠 프로젝트로 이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고 오프라인에도 소개하여 밀레니얼들이 열광하게 만들었다. 구찌는 뉴욕과 밀라노 빌딩들에 이 프로젝트 이미지를 그려서 사진을 찍고 공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2018년에는 스페인 출신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이 작업한 캠페인을 3D 형태로 선보이는 등 럭셔리 브랜드 중 밀레니얼과 디지털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통해 그들과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연결은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로 진화할수록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구찌의 재도약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경험을 상품과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기획하고 이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묶어 그들의 생활 속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하는 그들의 전략이 깊게 배어있다.

이러한 구찌의 연결(Connectivity) 전략이 매우 성공적이라는 결과로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2017 년 영국의 리스트(Lyst)가 Business of Fashion(BoF)과 함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검색 엔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브랜드 역시 구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이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Luxe Digital에 의하면 2016년부터 구찌의 검색량은 다른 브랜드를 월등하게 뛰어넘고 있다.

3. 밀레니얼 세대는 실시간으로 산다.

앞에서 살펴본 경험(Experience)전략과 연결(Connectivity)전략은 모든 비즈니스나 브랜드에서 모르고 있는 비밀병기 같은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전략을 남들보다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획으로 재탄생 시켜 시장에 내어놓느냐가 관건이다. 디지털이라는 속도가 세상을 잡아먹기 전에는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실행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충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어제의 일도 오늘에는 잊혀지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기업들이 현재의 비즈니스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에서 실패하는 것은 새로운 전략의 부재의 탓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전략을 보여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서 재미와 감동이 없고 공유할 거리를 보여주지 못하면 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데,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다가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과거 패션쇼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브랜드의 위상을 보여주던 럭셔리 브랜드의 배타성과 화려함은 이제 실시간 공유와 구매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구찌가 다른 브랜드보다 민첩한 이유는 SNS를 Agile(애자일) 전략의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찌는 2017년 밀라노 패션위크를 SNS의 최전선으로 활용하였는데 기존의 패션쇼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배타성의 상징이던 패션쇼 1열을 패션블로거나 인플루언서에게 내주었고 과거에는 보여주는 것을 상상할 수 없던 무대 뒷모습까지 공개하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등 새로운 디지털 친화적 패션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이러한 전략은 다양한 오픈 소스를 활용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기존의 럭셔리 브랜드가 사용하는 관습적인 포맷을 뛰어넘는 실시간 미디어 전략을 통해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Show Off(과시)하게 만들며 메시지나 콘텐츠의 도달률을 높이고 있다. 구찌의 스타일과 이미지 창출 그리고 SNS 활용은 고객 중심(Customer Centric)의 디지털 시대에 럭셔리 브랜드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선구적 사례라 하겠다. 

몰락해가던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밀레니얼 대표 보이밴드 방탄소년단의 선택을 받은 건 우연이 아님을 몇 가지 사례와 분석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물론 구찌의 성공의 배경에는 98년이라는 나이를 잊게 만드는 지속적인 변화시도와 장인정신을 담은 창의와 전통 그리고 명품 브랜드만 가지는 레거시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지원하는 의사결정권자들과 뛰어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능력도 재도약의 발판임은 자명하다. 또한 역사는 반복되는 것처럼 구찌의 구식처럼 보이던 스타일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새로운 타입의 스타일로 보이는 뉴트로(New Retro :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형)였을지도 모른다. 운7기3이건 운7복3이건 구찌의 재도약에는 여러 이유들이 넘쳐난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인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단지 연령으로 나눈 세대가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글로벌 시대에는 얼마나 긴 시간을 살았는지 얼마나 많은 재화를 가졌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얼마나 많은 이들과 공유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한마디로 다시 정리하자면 고객경험이 최우선 시대라는 뜻이고 밀레니얼 세대가 이 시대의 경험과 연결의 주도자들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조명광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