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에 350원"이라는 식당의 비밀

조회수 2019. 6. 23. 11: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일본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일본 내 전체 쓰레기 배출량은 4317만톤으로 국민 1인당 하루 925그램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모든 일본인이 하루에 1kg 가량의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일본 내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사람들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소식이다.

버려지던 음식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식품 손실 막는 앱 'Reduce GO'

전 세계적으로 식품 손실(Food loss)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식품 손실은 섭취 가능한 상태의 식품이 소비되지 못한 채 그대로 버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한 음식이나 과일 껍질 등 과 같이 폐기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일본 내 식품 손실은 681만 톤에 달했다. 이는 모든 일본인이 매일 밥 한 그릇 분량(136g)을 버리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이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120만 톤의 식품 손실은 외식 업체에서 발생했다. 많은 업체들이 팔다 남은 음식이나 대량 구매로 인해 발생하는 잉여 식재료를 폐기 비용을 들여가며 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출처: 구글 플레이 스토어

식품 손실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도쿄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 SHIFFT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인 '리듀스 고(Reduce GO·リデュースゴー)'를 내놓아 업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2018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리듀스 고는 매일 발생하는 잉여 식품을 판매하고 싶은 음식점과 이를 구입해 식비를 줄이고 싶은 사용자를 매칭해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월 이용료 1980엔(한화 약 2만원)을 지불하면 앱 상에 등록된 가맹점에서 내놓은 여분의 음식을 예약 주문 후 수령할 수 있다. 이용 조건은 하루에 두번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매일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앱을 최대 활용할 경우 한 끼를 33엔(한화 약 350원)에 해결할 수 있다.

비용을 들여가며 잉여 식품을 폐기해야하는 음식점들도 새로운 수익원을 반기는 눈치다. 리듀스 고의 수익 분배 기준은 다음과 같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SHIFFT가 수익의 39%를 가져가고 59%는 가맹점에 배분한다. 제품 등록 횟수를 기준으로 수익을 배분하여 음식점이 여분의 음식을 많이 내놓을수록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나머지 2%는 민간 비영리 단체 등에 기부되고 있다. 여기에 서비스 이용으로 가게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가 다시 방문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가맹점의 신규 고객 확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버려지던 나뭇잎 연 매출 27억 내는
효자 상품으로 태어났다

가미카쓰(上勝)정은 도쿠시마현 산간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가미카쓰정의 인구는 1577명으로 그중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이 52%에 달한다. 현 내에서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마을이다. 앞서 제시한 수치만 놓고 보았을 때 고령화가 심각한 여느 시골 마을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마을의 노인들이 꾸려가고 있는 '나뭇잎 비즈니스'가 연간 2억 5000만 엔(한화 약 27억)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나뭇잎 비즈니스는 말 그대로 나뭇잎을 따다 판매하는 것으로 현지에서는 이로도리(Irodori)라고 불린다. 일본 요리에서 음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곁들이는 쯔마모노(요리 장식으로 쓰이는 잎사귀나 꽃 등)를 생산하는 농업 비즈니스 모델이다. 가미카쓰정 면적의 86%는 산림 지형으로 단풍 나뭇잎, 은행 나뭇잎, 연잎 등 320종의 이상의 각양각색 제철 잎사귀를 재배해 일본 각지의 고급 음식점으로 납품하고 있다. 현재 일본 쯔마모노 시장에서 가미카쓰정의 이로도리사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미카쓰정의 나뭇잎 비즈니스는 1986년에 시작됐다. 이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귤 농사를 주로 지었다. 그런데 1981년에 혹독한 한파가 가미카쓰정을 덮쳤다. 귤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마을의 주요 산업이 쇠퇴일로를 걸었다. 지역 청년인구 유출로 마을의 고령화가 가속화됐다. 이에 1986년 외지 출신 농협 직원이었던 요코이시 토모지가 노인도 활약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요코이시 토모지는 오사카 출장 중에 우연찮게 들렀던 초밥집에서 여성 고객들이 장식용 단풍 나뭇잎을 좋아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그리고 지역 자원인 잎을 팔아야겠다는 묘안을 떠올리게 됐다. 그렇게 마을로 돌아온 그는 마을 주민들을 꾸준히 설득한 끝에 가마카쓰의 버려지는 나뭇잎을 쯔마모노로 상품화 하는 데에 성공했다.

가미카쓰정과 이로도리사는 나뭇잎 생산·판매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로도리사는 '가미카쓰 정보 네트워크'를 운영해 농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가미카쓰정의 노인들은 매일 아침 8시 경 PC나 태블릿을 이용해 네트워크에 접속한다. 이를 이용해 시장 동향, 매출, 단가 등을 확인하고 출하량을 자율적으로 조정한다. 이로도리사는 2016년부터 메신저 라인(LINE)도 활용하고 있다. 라인을 통해 지역 농가에 상품 주문량, 출하량, 결품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이로도리 인턴십'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후계 육성에도 힘쓰고있다.

"날짜 지난 신문지 구합니다"
페신문지 찾는 사람 부쩍 늘었다

출처: 네이버 쇼핑 캡처
(생활 속에서 신문지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하면서 종이 신문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그런데 '신문'이 아닌 '신문지' 자체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깨끗한 신문지를 구매하고 있다. 이들은 종이 신문지를 파지묶음으로 구매해 제품 포장을 위한 완충재로 이용하거나 신발장 및 옷장의 습기를 제거하고 유리창 청소에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름부터 아마존을 통해 폐신문지를 판매하는 업체가 부쩍 많아졌다. 일본 아마존에서 폐신문지는 다양한 무게로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10kg에 1597엔(한화 약 2만원) 정도다. 지난해 일본 전역에 지진피해가 발생하고 초강력 태풍이 연달아 상륙하면서다. 재난 상황에서 신문지가 요긴하게 사용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폐신문지를 찾는 사람이 늘고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BBmvjAOkSo
(신문지로 만든 간이 변기)

신문은 일반 용지와 달리 표면에 코팅이 되어있지 않아 흡수성과 방취성에 뛰어나다. 재해 시에 화장실 사용이 어려울 때에 신문지를 이용해 간이 화장실을 만들거나 사용한 기저귀를 감싸는 등 냄새가 발생할 우려를 덜 수 있다. 또 방수포 아래에 신문지를 깔아두면 바닥의 습기를 제거할 수 있다. 외에도 피난 생활 중에 신문지를 배에 감아 체온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인터비즈 이슬지., 임현석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