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글로벌 대기업은 왜 '무지개'를 응원하는가

조회수 2019. 6. 2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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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부터 20일간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매년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는 퀴어축제지만, 올해는 특히 한 브랜드의 행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바로 오비맥주의 '카스'다. 카스는 지난 6월 1일 퀴어퍼레이드를 앞두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퀴어축제를 응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맥주 사진과 함께 "올해로 스무 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너의 색깔을 응원해, YASS!"라는 문구가 올라왔다. 찬반 여론이 나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댓글은 "맛은 없지만 멋은 있다", "무조건 카스 먹겠다"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였다.

출처: 카스 공식 페이스북
(카스의 퀴어 축제 응원 게시물)
'무지개 응원' 외치는 글로벌 대기업들

사실 기업 입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굳이 비즈니스와 관련 없는 정치적 주제를 건드렸다가 다수의 소비자들을 잃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기업들이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었고, 덕분에 올해 카스의 게시물이 유독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사뭇 다르다. 적극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외치는 대기업들이 많다. 그중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물론 코카콜라, 스타벅스, 이케아까지 글로벌 대기업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매년 6월 성소수자 보호의 달(Pride Month)마다 퀴어 축제에 함께하거나 한정판 제품, 광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CEO인 팀쿡(Tim Cook) 스스로도 성소수자임을 밝힌 바 있으며, 임직원들은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한다. 2016년에는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맞아 직원들에게 무지개색 한정판 애플 워치 밴드를 선물해 화제를 모았다. 선물과 함께 들어있는 메모에는 "이 한정판 밴드는 성 평등에 대한 애플의 헌신을 나타내는 상징이며, 우리는 여러분이 이걸 프라이드와 함께 착용하길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2017년부터는 소비자들을 위해 무지개 밴드를 판매도 하고 있으며, 매년 조금씩 디자인을 바꿔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출처: 팀쿡 트위터, 애플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한 애플 직원들(좌), 직원들에게 선물했던 애플 워치 밴드(우))

영국의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는 가장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 중 하나다. 2015년에 진행했던 #GayIsOK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러쉬는 성소수자 단체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해 GayIsOk라고 적힌 만든 금빛 비누를 판매하는 캠페인 펼쳤다. 6~7월 두 달간 전 세계 800여 개의 매장에서 총 10만 7479개의 비누를 판매했으며, 그 결과 약 27만 5955파운드(약 4억 6천만 원)를 모금할 수 있었다.

이들은 성소수자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러쉬 코리아는 2016년과 2017년 퀴어 축제에서 '핑크 이력서'를 통해 매장 직원을 채용했다. 이력서 양식 위에 퀴어 축제에서 찍은 사진, 닉네임, 이메일, 주소를 적어 축제 현장에서 또는 온라인으로 내면 면접을 볼 수 있는 제도다. 이는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을 채용해 차별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러쉬코리아 페이스북
(GayIsOk 캠페인(좌), 핑크이력서(우))

성소수자 이슈로 인해 기업의 투자 계획이 철회되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은 2016년 4월 5일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360만 달러(약 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철회했다. 2주 전,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가 통과시킨 '공공시설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에 관한 법률'이 그 원인이었다. 해당 법률은 일부 시(市)에서 자체적으로 트랜스젠더에게 화장실 선택권을 허용하는 등 성소수자 보호 조치를 이행하자 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페이팔의 댄 슐먼 CEO는 "구성원들이 법적으로 동등하지 못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고용주가 될 수 없다"라며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CNN비즈니스 등 언론에서는 "해당 법률로 인해 4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라고 보도했다.

성과에도 도움이 된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자를 위한 캠페인을 펼치는 것보다는 다수의 대중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굳이 소수자들을 위한 정치적인 견해를 꾸준히, 그리고 과감하게 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출처: 이케아, 나이키
(올해 6월을 맞아 이케아(좌)와 나이키(우)가 출시한 제품)

혁신은 다양성에서 온다

구글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17년 당시 구글 아시아태평양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이사를 맡고 있던 팀 채트윈(Tim Chatwin)은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글이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유용하게 쓸 서비스를 만들려면 직원 구성부터 다양해져야 하고, 그들이 사내·외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이것은 구글의 핵심 가치다. 직원들이 어느 나라에 있든 지역사회에서, 또 직장 내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도록 하는 게 구글의 목표다"

실제로 구글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혁신은 다양성에서 온다"라는 철학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들은 매년 고용 다양성 보고서를 만들어 구성원의 인종, 성별 다양성이 어떻게 되는지 공개하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두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 기업에게 성소수자는 사회적 약자인 동시에 사내 구성원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캠페인을 통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은 곧 다양성을 지향하는 조직문화의 발현이자 조직관리의 일환이다.

출처: 구글
(2017년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한 구글 직원들)

브랜드 이미지 제고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품질, 가격을 따지는 것을 넘어 해당 브랜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본다. 그래서 기업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가', 또는 제품에 '어떤 사회적 가치가 담겨있는가'에 대해 관심이 높은 편이다.

성소수자 이슈는 다양성이나 평등과 같은 윤리적 가치와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성소수자의 평등권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소비자 입장에서는 성소수자의 권리 옹호를 외치는 기업을 '착한' 또는 '쿨한' 기업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는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유대감과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대의적인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매거진 더 뉴요커(The New Yorker)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똑똑한 비즈니스 방법이라는 것을 기업들이 깨닫기 시작했다."라고 분석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기업들의 목소리는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얼마든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때문에 제시한 외국 사례를 국내 기업과 동등한 관점에서 비교하고, '지금 우리나라 기업도 어떻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다만 국내에서도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수의 글로벌 대기업이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는 분명 있어 보인다.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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