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부터 의정부고 포카리남까지.. 마케팅 맛집이라는 이 회사

조회수 2019. 6. 2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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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 팬클럽 모임이라는데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드레스코드에 맞춰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도대체 누구의 팬일까 궁금한 순간, 사회자가 무대 위에 올라온 탄산 드링크 '오로나민C'를 경건하게 집어 들더니 팬들에게 원샷을 권한다. 이어 오로나민C를 먹고 생기를 찾았다는 간증이 이어진다. 업계 최초로 만들어진 팬클럽 '오로나민C 볼단'의 창단식 모습이다.

팬클럽 외에도 '의정부고 김소현 군을 찾습니다'란 페이스북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공포 체험 이벤트를 열어 2030 눈길을 사로잡은 마케팅을 기획한 동아오츠카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 김아련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팬클럽, 공포 체험.. 디지털 마케터가 자꾸 일을 벌이는 이유는...

(질문에 답하고 있는 동아오츠카 김아련 과장)

Q) 음료 회사에서 팬클럽은 왜 만든 건가요?


A) 시작은 감사 인사였어요. 오로나민C 출시 후 전현무 씨가 모델을 했는데, 광고 속 춤이 굉장히 화제가 됐어요. 춤을 따라 추고 영상을 찍어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이게 온라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큰 광고 효과를 얻게 됐어요. 오로나민C가 2015년에 출시됐는데, 나오자마자 호재를 만난 셈이죠.


(동아오츠카는 동아쏘시오그룹의 자회사로 일본 오츠카제약과 자본·기술을 합작해 생긴 음료 전문 기업이다. 한국 오로나민C는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로나민C를 들여와 성분을 조금씩 달리해 만들고 있다.)

출처: 동아오츠카(위), 유튜브 캡처(아래)
화제가 된 광고 속 춤(위)과 소비자들의 패러디 영상(아래)

사장님이 영상을 올려준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상패를 만들어 보내자고 하셨어요. 근데 그건 인싸들이 전혀 좋아할 것 같지 않았어요(웃음).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오로나민C 볼단’을 생각하게 됐어요. 게임처럼 풀어보고 싶었거든요.


<드래곤볼>에서 구슬을 다 모으면 신룡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잖아요? 그것처럼 저희도 오.로.나.민.C. 5개의 공을 모으면 선물을 준다는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그래서 영상 올려주신 200여 분께 사전 고지 없이 공과 미션 안내서를 보냈어요. 무시해버린 분들도 있지만 끝까지 미션을 수행해주신 분들 4분이 있었어요. 선물로 스메그 냉장고를 드리고 광고 촬영장에도 초대했죠.

출처: 동아오츠카 페이스북
(이벤트에 사용한 오로나민C 공)

2015~16년, 2년 동안 진행했는데,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고 우리만의 행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떠올린 게 ‘팬클럽’이었어요. 온라인에서 오로나민C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한 번쯤 만날 때가 되었다, 생각한 거죠. 120명을 모집했는데 1500명이 몰려서 경쟁률이 12:1에 달했어요.


Q) 기업에서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팬클럽은 무엇이 다른가요?


A) 리워드와 자발성에서 서포터즈와 팬클럽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서포터즈는 리워드를 원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팬들은 뭔가를 원하고 하는 게 아니에요. 아이돌 팬덤도 보면 좋아하는 가수에게 뭘 바라지 않잖아요? 이미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패러디 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며 오로나민C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저희가 모은 것뿐이에요.

물론 아이돌 팬덤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그래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에요. 팬클럽 분들 중에는 오로나민C 글에 악플이 달리면 반박 댓글을 달아주거나, 누가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면 저한테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예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 주시기도 합니다. SNS 홍보에 활용하라고.

출처: 동아오츠카
(오로나민C 팬미팅에 참여해 춤을 추는 사람들)

그분들 중에는 음료의 맛도 좋아하지만 오로나민C가 주는 ‘생기발랄’이란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저희가 준비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생기발랄한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또 그런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분들이요. 재미있는 이벤트를 통해 저도 그런 점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Q) 호러나민C 페스티발도 그래서 계획한 건가요?

A) 오로나민C는 소비자가 키워준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패러디 영상 때문에 잘 됐기 때문에. 그래서 앞으로도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놀 거리, 볼거리를 만드는 게 저희 일이라 생각해요. 초기엔 이런 활동을 내부에서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잘되다 보니 예산도 많이 늘었어요. 덕분에 공포 체험 행사까지 진행하게 된 거죠.

출처: 동아오츠카
(오는 6월 21일~22일 양일간 진행되는 호러나민C 페스티발)

공포라는 테마가 ‘생기발랄 탄산 드링크’를 표방하는 오로나민C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젊은 친구들을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들을 관찰해 보니 공포감에서 생기, 활력 같은 걸 느끼더라고요.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을 재미로 받아들이는 것처럼요.

사실 이런 오프라인 행사는 디지털 마케팅의 영역은 아니에요. 하지만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어요. 오프라인에서 만난 이후에 팬분들이 다시 온라인에서 활동을 할 때는 그 강도가 확실히 달라져요. 결국 온라인에서 화제를 만들기 위해 오프라인 행사도 하는 거죠.

잘하는 디지털 마케팅이란?

Q) 의정부고 포카리스웨트 패러디를 활용한 마케팅이 화제였는데,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A) 그때만 해도 혼자 SNS를 담당하고 있을 때였는데,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실검에 오르면서 계속 화제였어요. ‘의정부고 포카리남’이라고. 당연히 이걸 활용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했죠. 어떻게 하면 화제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죠.

출처: 동아오츠카 페이스북
(동아오츠카로부터 음료 선물을 받은 의정부고 학생이 업로드한 인증 사진)

"감사하다"라는 말로는 화제가 안 되니 ‘의정부고의 김소현 군을 찾습니다’란 글을 올렸어요. 글이 널리 퍼져 나갔어요. 글을 올린 지 1-2시간 만에 해당 학생에게 연락이 왔고요. 선물을 받은 학생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또 한 번 바이럴이 됐어요. 안티가 없는 바이럴이라 사내에서 평가도 좋았어요. 동아오츠카도 함께 실검에 올랐죠. 지금 생각해도 그때 잘했다고 생각해요(웃음).

Q) 가끔 무리한 마케팅으로 빈축을 사는 경우가 있는데, 디지털 마케팅을 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개인적으로 젠더 이슈, 정치 이슈는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해요. 뉴스를 챙겨보는 건 물론이고, 각 진영의 논리/용어 등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된 사람들의 SNS를 챙겨봐요. 의도치 않게 단어 하나 때문에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늘 공부하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 모든 이들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신경 씁니다.

빠르게 피드백하는 것도 중요해요. 요즘 고객들은 SNS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품 자체에 대한 불만은 마케팅 영역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빠르게 파악해서 CS 쪽에 알려주면 대응이 훨씬 빠르죠.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것도 막을 수 있고요.

꼰대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팀 사람들에게 ‘우리 업무 채팅방은 24시간 돌아간다’고 말해놨어요. SNS 관리자들은 퇴근했다고 업무 끝이라고 할 수 없어요. 상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빠져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게 안 맞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에요.


Q) 디지털 마케팅을 잘한다는 건 뭘까요?


A) 트렌드를 잘 읽고 센스 있게 글을 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품이 각인되도록 하는 거예요. 트렌드를 좇아 관련 콘텐츠만 올리다 보면 다른 곳과의 차별성, 제품과의 연결성을 잃게 돼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사실상 콘텐츠 게재 1시간 안에 성패가 결정되니 좋아요, 댓글 등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도 해요. 저도 계속 고민하며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제품과 연관성 있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터비즈 박은애, 임혜민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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