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한산해도 고객 줄세우는 명품 매장 "대체 왜?"

조회수 2019. 6. 2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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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진 임박입니다.
지금이 구매하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홈쇼핑 쇼호스트의 단골 멘트다.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불안해진다. 마치 남들이 다 인정하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만 같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진 소비자는 결국 제품을 주문하게 되고, 나중에 스스로를 '호갱님'이라 부르며 자책한다. 하지만 심리학계에서는 스스로를 탓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DBR 115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원문 기사 더보기

왜 마지막 초콜릿이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가

사람들은 더 이상 어떤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되거나 위협당하면, 잃어버린 선택권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진다. 이는 대상의 가치를 이전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강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형태로 보통 나타난다. 이를 '심리적 반향(Psychological reactance)'이라고 한다.

2012년 진행된 에드 오브라이언(E. O'Brien)과 피비 엘스워스(P.Ellsworth)의 흥미로운 실험은 전형적인 심리적 반향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은 모두 52명의 피험자를 모집해 두 개의 집단(A집단, B집단)으로 나누었다. 실험은 피험자들이 밀크, 다크, 크림, 캐러멜, 아몬드 등 5가지 종류의 초콜릿을 차례로 맛본 후 선호도(0~10점)를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두 집단 모두 사전에 몇 개가 주어지는지 알 수 없었고, 한 개씩 맛보자마자 바로 평가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코리아

두 집단의 차이점은 초콜릿을 줄 때 하는 멘트였다. A집단에게는 1~5번 초콜릿까지 모두 "이것은 당신에게 드리는 '다음(Next Condition)' 초콜릿입니다."라고 말하며 초콜릿을 주었다. 반면 B집단에게는 1~4번 초콜릿까지는 A집단과 똑같이 말하되, 5번 초콜릿을 줄 때에는 "당신에게 드리는 '마지막(Last Condition)' 초콜릿입니다."라고 말했다.

평가 결과는 어땠을까. 1번부터 4번 초콜릿까지는 A집단과 B집단 평가의 평균값이 6~7점 사이에 머물렀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멘트를 다르게 한 5번 초콜릿에서는 평균값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A집단은 6.26점에 불과했지만 B집단은 8.18점으로 거의 2점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A집단의 경우 '5번 초콜릿이 가장 맛있었다'라고 대답한 비율이 22%에 불과했던 반면 B집단은 64%로 5번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다. '초콜릿을 맛보고 평가하는 것을 더 이상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라는 사실 하나로 인해 피험자들의 선호 체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마지막'이라는 단어나 기회가 제한되는 대상에 더 긍정적인 평가를 주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마음껏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지각이 발생해 이를 회복하려는 심리적 반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의식이나 판단과도 무관하다. 심리학자 잭 브렘은 심리적 반향 효과에 대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상관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무엇인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발생하면 이를 회복하려는 심리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라고 설명했다.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하라. 욕망이 더 커질 것이다

심리적 반향의 개념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소비자의 구매 기회가 제한되는 순간 구매 욕구는 더 커진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중요한 교훈을 준다. 품질, 가격, 디자인과 함께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무기로 '구매 제한'이라는 옵션이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반향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한정판 마케팅'이다. 한정판 제품은 제한된 수량만을 생산함으로써 '언제든지 품절될 수 있으며 당신은 돈이 있어도 이것을 구매하기 어렵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다. 인기가 있는 한정판의 경우 순식간에 매진되는 것은 물론, 나이키의 한정판 신발이나 모나미의 한정판 '153볼펜'처럼 정가의 몇 배를 넘는 가격에 중고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미국 '인앤아웃' 햄버거의 뜨거운 인기도 한정판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인앤아웃은 5월 22일 서울 강남구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조건은 간단했다. "11시부터 2시까지, 250개 한정판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지만 SNS를 통해 순식간에 입소문이 났고, 당일에는 오픈 4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대기자가 너무 많이 늘어나자 결국 예정보다 이른 9시 반부터 판매가 시작됐으며 250개 수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돈 주고도 못 먹는' 한정판 햄버거의 성과는 엄청났다. 햄버거 조기 매진은 물론 각종 언론과 SNS 상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며 큰 홍보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출처: 동아일보
(인앤아웃 햄버거를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명품 매장의 '출입 고객 수 제한' 전략도 마찬가지다. 고객 한 명의 구매금액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매장에서는 모든 고객을 최대한 편하게 모시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백화점의 명품 매장을 둘러보면 고객들이 문 앞에 줄을 선 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매장 내에 들어오는 고객을 아주 적은 숫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안이 전혀 혼잡하지 않은 데도 일부러 기다리게 하고, 기다리지 않으면 둘러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장 측에서는 '점원이 일대일 응대를 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사실 이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입장 제한은 '적어도 이 정도는 기다려야 우리 매장에 들어올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져 소비자의 쇼핑할 자유를 제한한다. 심리적 반향 효과에 따르면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오히려 제품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큰 구매욕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은 '도 넘은 줄 세우기'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출입 고객 수 제한'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출처: 주간동아
(홍콩 루이비통 매장 앞에 줄 서있는 고객들)

심리적 반향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를 '안달나게' 만드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구매의 자유를 제한하는 순간, 소비자들은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제품에 대한 더 큰 구매욕, 소장욕을 느끼게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어야 심리적 반향을 활용한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앤아웃, 나이키, 루이비통 등 심리적 반향 효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브랜드는 모두 제품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여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정판으로 낸다고 해서, 구매 기회를 제한한다고 해서 전혀 매력적이지도 않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구입하지는 않는다. '구매 제한'은 어디까지나 구매욕을 추가로 증폭시키기 위한 추가 옵션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15호
필자 신병철 중간계 캠퍼스 대표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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