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깊어가는 고민 "애플은 성공했는데"

조회수 2019. 6. 21. 1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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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는 해외 반도체 생산공장이 소비하고 있는 전력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보다 4개월 먼저 삼성전자도 미국, 유럽, 중국 내 사업장을 2020년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겠다고 나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도대체 왜 세계 반도체 업계의 양대 산맥인 두 기업이 잇달아 이런 전략적 결단을 내린 걸까. DBR 272호에 소개된 내용을 요약한다.☞원문 기사 더보기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두 회사의 최대 고객인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방침이 달라지고 있고, 이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다. 이미 애플과 구글은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모든 전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하는 데 성공하며 다른 기업들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삼성전자의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가 애플의 거래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애플이 7년 연속 이 회사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런 애플이 ‘클린 에너지 프로그램(Clean Energy Program)’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200개가 넘는 납품업체들에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부품만 납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2020년까지 공급사슬 전체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세우고 기업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2018년 10월 기준 현재 부품업체 29개가 애플의 거래 조건대로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결정하고 대열에 합류했다.

100% 달성 어떻게... 삼성전자의 고민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가 연간 소비한 전력은 총 1만8450GWh 에 달한다. 아이슬란드의 2016년 전력 소비량이 총 1만8549GWh 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1개국이 한 해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양이다. 과연 삼성전자가 이 많은 양의 전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할 수 있을까?

아예 비현실적 목표는 아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성공했는데 삼성전자라고 안 될 것도 없다. 그러나 국가별 전력시장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라는 특수성이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조달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100% 재생가능에너지 목표 달성 여부는 기술이 아니라 전력 시장 정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조달 방법은? 아직 제도가 시장 뒷받침 못해

현재 우리나라 정책 환경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위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자가발전뿐이다. 자가발전 외에도 인증서 구매, 녹색요금제, 직접 구매계약 체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외국과는 다르다. 제도적 한계 때문에 삼성 역시 2020년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사업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국내 사업장은 포함할 수 없었다. 해외 사업장에서는 가능한 일이 한국 사업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가발전만으로는 비용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사업장 인근에 있는 민간 발전소와의 직거래를 가장 선호한다. 기업 PPA(Corporate Power Purchasing Agreement)로도 불리는 이 직거래 방식을 활용하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와 10∼20년간 장기 계약을 체결한 뒤 해당 기간 동안 고정된 가격에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소재단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패널)

지난해 말 기준 35개 국가가 PPA 방식을 허용하고 있으며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 기업들은 PPA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 발전소와 재생가능에너지를 직거래하는 방식이 막혀 있어 기업들이 자가발전에만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8년 수원, 화성, 평택 등 사업장 내 유휴 부지에 태양광, 지열 등 발전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자가발전을 위해서다.

삼성전자처럼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기업의 경우 자가발전만으로 필요한 모든 전력을 충당하려면 감당하기 힘든 비용을 치러야 한다. 결국 국내에서 PPA 체결을 허용하는 법규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해외 기업들은 지역 발전소와 PPA를 체결해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 미국, 유럽, 멕시코 등 기업 PPA 전력 시장이 형성된 곳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평균 전기요금은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의 절반(1㎾h당 67원)에 불과하다. 가장 싸게 거래된 재생가능에너지 전기는 1㎾h당 28원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AZ 솔라1 태양광발전소가 민간 기업에 공급한 전기료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이 방식을 채택하면 비용 지출의 예측 가능성도 커진다. 기업들은 발전 사업자와 10∼20년간 계약을 맺으면 처음 계약 체결 당시 합의한 전기요금이 계약기간 내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전기료가 오르지 않고,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연료를 수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제 에너지원의 가격 변동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하루빨리 국내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직접 살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2호
필자 이유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인터비즈 이슬지,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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