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모텔 청소 상태.. 이거 하나면 끝

조회수 2019. 6. 1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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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하얏트호텔은 디자인 컨설팅 회사 IDEO와 함께 뷔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국 플로리다에서 매년 5위 안에 들던 올랜도 하얏트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했을까.

먼저 접시 색을 바꿨다. ‘색상 대비 이론’을 이용해 어두운 색상의 요리 근처엔 밝은 접시를, 밝은색 요리 옆엔 어두운 접시를 비치했다. 대비되는 색상의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양이 부각돼 보인다. 이 때문에 실제보다 많이 담았다고 느끼게 돼 평소보다 덜 담게 된다. 접시 크기도 지름 24㎝에서 21㎝로 줄였다. 접시를 치우는 종업원 수도 줄였다. 치우는 속도를 늦춰 남긴 음식에 대한 죄책감이 빨리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한 장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코넬대 식품브랜드 연구소 브라이언 윙싱크 박사는 음식 색깔과 대조적인 색깔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0% 정도 음식을 덜 먹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디자인 회사와의 협업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 주목받으면서 디자인 회사와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얏트와 협업한 IDEO는 디자인 싱킹으로 유명한 회사다. 일부 컨설팅 회사들은 아예 디자인 회사를 인수하기도 한다. 2015년엔 맥킨지&컴퍼니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디자인 회사 중 하나인 루나를 인수했다.

디자인 싱킹은 디자인 업계가 일하는 방식으로 사고해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통상 공감(empathize), 문제 정의(define), 아이디어 내기(ideate), 시제품만들기(prototype), 검증(test) 등 5단계로 이뤄진다. 즉, 사용자 관점에서 상황을 관찰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핵심 문제를 정의해 여러 아이디어를 모은 뒤 이를 실제로 구체화(또는 시각화)해 사용자 입장에서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사용자 중심적 사고’와 ‘신속한 시제품 제작 및 반복’이다.

기업에서는 디자인 싱킹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최근 디자인 싱킹을 통해 중소형 숙박 업소의 청소 문제 개선에 나선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의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이용자들이 가장 원하는 '청결'을 보장하라

야놀자는 서비스 개선을 위해 앱 내 고객 후기 60만 건을 무작위로 골라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소형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청결’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깨끗(34.8%), 친절(32.8%), 냄새(6.9%), 청결(6.5%) 등의 순이었다. 카테고리로 묶어보면 청결과 관련된 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그동안 가맹점에 청소 매뉴얼을 배포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등 청소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청소 노동자의 역량이나 노하우에 따라 청소의 질이 달라지는 걸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했다. 야놀자 앱을 통해 예약한 숙소의 청결 문제는 해당 업소뿐만 아니라 고스란히 야놀자 평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를 위해 야놀자는 지난해 5월 디자인 스튜디오 SWNA*와 손잡고 디자인 싱킹을 통한 청소 시스템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SWNA 이석우 대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을 디자인해 화제를 모은 디자이너다. 삼성전자, 디자인 컨설팅회사 퓨즈프로젝트 등을 거쳐 모토로라 글로벌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1) 공감하기

공감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선 ‘관찰’ ‘인터뷰’ ‘체험’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프로젝트 팀은 먼저 현장으로 나가 청소 과정을 관찰했다. 객실수, 매출 등을 고려해 선정된 3개 중소형 호텔에 나가 청소 카트 이동, 객실 청소 동선, 청소 도구와 방식 등을 면밀히 살폈다. 또 인터뷰를 통해 근무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관찰 결과, 중소형 숙박업소 만의 특징이 나타났다. 특급 호텔의 경우 한 객실을 직원 한 명이 청소한다. 평균 청소 시간은 40-50분이다. 반면 중소형 숙박업소는 2인 1조로 움직인다. 한 명은 침대 시트를 바꾸고 린넨류를 수거하는 배딩 업무를, 다른 한명은 청소와 비품을 정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대실 등 때문에 수시로 짧은 시간 안에 청소를 끝내야 해 업무를 나눠 진행한다.

또 복도 폭이 좁다. 청소 카트를 끌고 지나가거나 객실 청소를 위해 문 앞에 세워 둘 경우, 고객 통행에 불편을 초래했다. 대부분의 호텔 복도 양 옆에는 카트를 끌고 지나가다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청소 도구들이 노출된 청소 카트는 호텔에 너저분한 인상을 남겼다.

출처: 야놀자
(중소형 숙박 업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청소 및 비품/배딩용 카트)

체계적인 청소 매뉴얼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있다 해도 매뉴얼 교육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력자들이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졌다. 규격화된 청소 도구도 없었다. 각자가 자신의 필요와 스타일에 맞게 청소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특히 청소 카트의 경우, 음식점 서빙 카트나 장바구니 카트 등을 사서 입맛에 맞게 고쳐 쓰고 있었다.

2) 문제 정의하기

다음으로는 현장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정의를 내려야 한다. 디자인 싱킹 전문가 크리스토퍼 한 SAP코리아 전무는 KBS <명견만리> 강연에서 ‘Real’ ‘Valuable’ ‘Inspiring’을 문제 정의 시 필요한 세 가지 요소로 꼽았다.

진짜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지, 문제 해결을 통해 가치 창출이 가능한지, 해결책 제공자에게 영감을 주는지 등을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뿐 아니라 제품/서비스를 기획하는 제공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영감을 줄 수 있는 활동이라야 도중에 어려움이 닥쳐도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놀자 프로젝트 팀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청소 용품 개선’이라고 파악했다. 가맹점에 적용하기 쉬운 프로세스 개발과 교육 개선 등도 고려했으나 중소형 숙박 현실상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좀 더 편리하고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 도구가 개발된다면 노동 강도를 낮춤과 동시에 청소의 질을 높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3) 아이디어 내기


그렇다면 어떤 청소 도구가 필요할까. 세번째 단계에선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현 가능성 등을 재단하지 말고 던지듯이 여러 아이디어를 수집한다. 이 단계에선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에 집중한다.

아이디어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 좋다. 방식은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맵, 바디스토밍(bodystorming∙몸을 활용해 아이디어 제안) 등 무엇이라도 상관 없다.

프로젝트 팀은 다양한 청소 용품 아이디어를 내놨다. 1) 야놀자 홈페이지에서 도면을 다운받아 3D 프린터로 인쇄한 뒤 조립해 카트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종이 박스 2) 모텔 특성을 반영해 폭을 좁게 하고, 한쪽 면은 막아 청소도구 등이 보이지 않도록 한 카트 3) 손잡이에 쓰레기 봉투를 끼워 넣고 세워 지저분한 모습을 가림과 동시에 ‘청소중’임을 알리는 안내판으로 쓸 수 있는 제품 4) 머리카락을 잘 보고 청소할 수 있도록 조명을 단 밀대 걸레 청소도구 5) 허리 보조 벨트 6) 쿨링 조끼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출처: 야놀자
(아이디어 바탕으로 만든 시제품들)

4) 시제품 만들기

적합한 아이디어가 도출되면 시제품으로 만들어봐야 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빠르고 싸게’다. 완성도는 낮아도 상관 없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할 수만 있으면 된다. 빠르게 만들어 사용할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 문제점을 보완∙수정한다.

앞서 언급한 아이디어들은 모두 시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 결과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해 보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이 ‘스르륵(SRRG) 카트’다. 360도 회전하는 바퀴를 장착해 손쉽게 밀리고, 좁은 객실 내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반영한 이름이다. 특급 호텔과 달리 복도 폭, 엘리베이터 등의 환경이 제각각인 중소형 숙박업소의 특징을 고려해 만들었다.

출처: 야놀자
(스르륵 카트)
출처: 야놀자
(든든벨트)

우선 카트 폭을 줄였다. 특급 호텔은 카트에 청소 도구와 함께 교체할 린넨을 함께 가지고 다녀 큰 카트가 있어야 하지만 중소형 호텔에선 배딩과 청소 작업이 따로 이뤄지기 때문에 청소 도구를 넣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면 충분하다. 크면 복도가 좁아 오히려 고객 통행에 방해가 되고, 끌기만 힘들 뿐이다.

세부 구조도 청소하기 편하게 바꿨다. 필요한 비품이나 청소 도구를 구분해 담기 위해 카트에 탈부착 가능한 바구니를 여러 개 달았다. 화장실 청소를 할 경우, 필요한 도구가 담긴 바구니를 떼 가면 되기 때문에 청소 도구를 가지러 여러 번 이동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바구니는 기울여 달아 허리를 굽히지 않고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했다.

출처: 야놀자

객실이 좁아 카트를 문 앞에 세워두고 청소할 경우, 청소 도구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쪽 면을 막는 디자인을 택했다.  카트와 함께 허리를 보호해줄 벨트도 만들었다. 침구류 교체를 위해 무거운 침대를 수시로 들어야 하는 배딩 업무 담당자를 위한 것이다. 허리 보호대에는 주머니를 달아 마스터키나 면봉 등 작은 비품을 수납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물품을 가지러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출처: 야놀자
(작업 중 든든 밸트 수납 주머니를 사용하는 모습.)

5) 시험하기



시제품이 나오면 현장에서 직접 테스트해봐야 한다. 직접 사용하며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만약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이유를 파악한 뒤 2~4단계 가운데 필요한 단계로 되돌아가 다시 과정을 진행하면 된다.

스르륵 카트 역시 중소형 호텔 세 곳에서 필드 테스트를 거쳤다. 청소하는 데 얼마나 편해졌는지 비교분석을 위해 기존 방식으로 청소하는 경우와 스스륵 카트를 활용해 야놀자 매뉴얼대로 청소하는 경우 평균 시간과 카트까지의 이동 횟수를 측정했다.

출처: 야놀자
(테스트 현장 모습)

​기존 방식의 경우 청소 시간은 11분, 2명의 직원(청소와 배딩)이 청소하면서 문 밖에 세워둔 카트에 오간 횟수는 총 19회였다. 스르륵 카트를 활용한 경우 시간은 12분, 횟수는 7회로 측정됐다. 청소 구역별로 세제와 도구를 달리해야 하는, 단계가 세분화된 매뉴얼에 따라 청소했음에도 청소 시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카트 내 수납함을 분리해 객실 안까지 가지고 들어갈 수게 함으로써 이동 횟수가 확연히 준 덕분이다.

즉, 중소형숙박 업소에 특화된 카트를 활용해 청소의 질은 높이고 현장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는 낮출 수 있다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야놀자는 가맹점 30곳에 스르륵 카트와 든든벨트를 배포해 한번 더 테스트를 거친 뒤, 객실 정비 표준화 매뉴얼을 확립하고 더 많은 중소형 호텔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터비즈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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