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1박에 70만 원인데 손님 쉴새없이 몰리는 민박의 비밀

조회수 2019. 6. 12. 22:2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일본에서 ‘빈집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이 846만 채(지난해 10월 1일 기준 · 일본 총무성의 주택·토지통계 조사 결과)로 집계됐다. 전체 주택은 6천242만 채로 이 중 빈집이 13.6%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최다 수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빈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노무라 연구소는 2030년까지 일본 내에 약 2000만 호의 빈집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거품 경제 시기였던 1980, 90년대에 주택 가격이 급등해 신축 주택이 과잉 공급됐다. 그러나 세금 등을 이유로 부모의 집을 상속받지 않으려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빈집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본정부는 2014년 ‘빈집 대책 특별 조치법을 제정했다. 강제 철거·세제 혜택·공사 지원금 등의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지역 골칫거리가 된 '빈집'... 이를 비즈니스 기회로!

빈집이 늘어나면 지역 발전에 해가 된다. 경관 악화 등으로 토지 및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뿐만 아니라 치안 및 방범, 도시 위생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초래한다. 지역사회의 골칫거리란 의미다. 그런데 일본 내에서 '빈집'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빈집 문제 해결에 공헌 하고 있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이 내놓은 묘안을 살펴보자.

#1 "오늘은 어디서 살아볼까?"  

출처: 어드레스 공식 사이트
(사이트 내에 'Live wherever you love'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출처: 어드레스 공식 사이트

일본의 부동산 계열의 스타트업 '어드레스(ADDress)'는 빈집이나 지역의 특색이 묻어있는 오래된 민가를 매입한다. 이후 이를 새롭게 리모델링해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코리빙(Co-Living) 플랫폼 사업이라는 것이다. 매월 일정액을 지불하면 전국 곳곳의 빈집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월간 회원의 경우 5만엔(한화 약 55만 원), 연간 회원의 경우 48만엔(한화 약 520만 원)이다. 현재 어드레스는 도쿄, 후쿠이, 도쿠시마 등 일본 전역에서 총 11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차차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일본 항공과도 협의를 마쳐 지역 거점 숙소간의 이동성도 확보했다. 이용자에게 월 1회 왕복티켓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한곳에 머물지 않고 시간과 장소 구애 받지 않고 일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갖춘 사람을)'를 위한 공간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취업과 노동 형태가 변화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거에 대한 수요가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도레스호퍼(address hopp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수개월을 주기로 주소를 바꿔가면서 사는 사람을 뜻한다. 어드레스의 신 개념 거주 서비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빈집 문제 해결에 공헌하고 있다. 서비스 개시 첫날부터 약 1100건의 문의가 쏟아질 정도로 일본 청년층과 각 지방자치체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의 코리빙 플랫폼이 궁금하다면?)

#2 별볼일 없는데?" 소리듣던 빈집,

특급 호텔로 다시 태어났다!

출처: 아고다
(노트가 운영하고 있는 닛포니아 사사야마 캐슬 타운 호텔의 사진)

숙박업소 '노트(NOTE)'는 방치된 민가를 임대·매입해 내부 수리를 거쳐 숙박 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예컨대 약 130년 전에 지어져 양잠용 누에를 치던 목조 주택을 개조해 민박집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시골 마을 전체를 호텔로 만들기도 했다. 간사이 지방의 효고현에 위치한 '사사야마'라는 마을의 이야기다. 노트는 사사야마 마을 내 오래된 민가 20채를 재생시켜 '닛포니아'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 했다. 수 십 년 방치되어 있던 빈집을 각각 호텔, 레스토랑, 골동품 가게 등으로 개조했다. 여기에 사사야마 마을 내에서 호텔 카운터와 7개 동의 객실을 거리를 두고(최대 2.2km)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동네를 거닐도록 했다.

출처: 아고다

노트의 사업은 지역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노트가 일본 25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1만엔~7만엔(한화 약 11만 원~77만 원)으로 특급호텔 가격 수준이다. 다소 높은 숙박비에도 오래된 민가에 투숙하며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려는 관광객들이 각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프론트 업무·객실 청소·이불 빨래 등의 시설 관리를 위해 지역민을 대거 고용하고 있다. 노트의 빈집을 활용한 사업이 일본 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이를 벤치마킹 하기 위해 호텔을 찾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후문이다.

#3 "집을 공짜로 드립니다"

출처: 아키야 뱅크 공식 사이트
(아키야 뱅크 사이트에 접속하면 빈집의 외관, 내부, 면적 등의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속 빈집은 나가사키현에 위치해 있다.)

각 지자체들도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일본 지방정부는 빈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체 지자체의 64%(2018년 기준)가 '아키야 뱅크(빈집 은행)'를 운영하고 있다. 아키야 뱅크는 일본 전역의 빈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다. 사이트 상에 등재된 빈집의 가격은 대략 50만엔(한화 약 550만 원)에서 2000만엔(한화 약 2억 2천만 원)선이다. 오래된 건물은 0엔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 경우 세금과 부동산 거래 수수료만 지불하면 된다.

#4 청춘, 빈집에서 꿈을 펼치다

일본 이바라키 현 히타치(日立) 시는 이바라키 대학과 함께 '빈집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학이 빈집을 찾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시가 자금을 대는 식이다. '대학생 셰어하우스'가 첫번째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오래된 민가를 수리해 히타치 시 대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이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기 위해서 5년 계약을 기본으로 월 3만 2000엔(한화 약 35만 원)의 임대료를 내야한다. 월세를 네명이 함께 부담하기 때문에 한명당 8000엔(한화 약 9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바라키 대학의 도시 공학과 학생들이 리모델링 공사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 상하수도와 등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공사는 지역의 리모델링 전문 업체가 시공을 맡았다. 외에 대부분의 작업은 이바라키 대학생들의 힘으로 일궈냈다. 도시 공학과 학생들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자기계발의 기회를 얻었고, 히타치 시도 대학생들의 참여로 리모델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히타치 시는 "앞으로도 지역 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사업을 통해 빈집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빈집 공포' 이웃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못지않은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도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국내 일부 지역의 빈집 비율은 일본의 전국 평균 빈집 비율(13.6%)을 넘어섰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지자체와 민간업체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아야 할 때다.

인터비즈 이슬지, 임현석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