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써서 광고해봐야 'SKIP' 누르는 시청자들..

조회수 2019. 5. 30. 0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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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프로축구의 광팬인 당신.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집어 들고 어젯밤에 놓친 유럽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클릭하는 순간, 정작 등장하는 것은 손흥민이 아니라 뜬금없이 시끄러운 광고다. 짜증이 솟으려는 찰나 구세주 같은 '5초 후 skip'사인이 등장한다. 당신의 손은 어느새 '스킵(skip)'이라는 단어 위에 가 있고 채 5초가 지나기 전부터 'skip'을 마구 눌러댄다. 마치 광고를 끝까지 보면 큰일 날 것처럼 말이다.

출처: 네이버스포츠
(동영상을 시청하기 전에 등장하는 15초 광고)

동영상 플랫폼에 등장하는 광고는 플랫폼 공급업자나 광고주들에게는 중요한 존재겠지만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귀찮고 불편한 존재다. 이는 유튜브, 네이버TV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하려는 기업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광고가 시청자들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어도 괜찮은가?"

범퍼광고로 '6초' 안에 끝낸다

모바일로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시청하느라 보내는 15초는 너무 길다. 유튜브 5초 skip 버튼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광고를 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초기 광고 건너 띄기를 허용하지 않던 네이버 TV도 15초 광고가 불편하다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5월 6일부터 주요 방송사 콘텐츠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5초 skip 광고로 전환했다.

이처럼 광고를 감상하는 데 5~6초 이상 투자하지 않는 시청자들을 고려해 만든 광고 방식이 바로 '범퍼 광고(Bumper Ads)'다. 범퍼 광고는 2016년 4월 유튜브가 처음 선보인 개념으로 광고가 6초 미만으로 짧다. skip 버튼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금방 광고가 끝나고 실제로 skip 버튼도 없다. 또 범퍼 광고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기-승-전-결' 구조 대신 직관적인 메시지를 바로 전달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광고 효과를 위해 보통 단발성 광고보다는 비슷한 테마의 여러 광고가 시리즈로 만들어진다.

출처: 구글 편집

길이가 짧은 범퍼 광고는 그만큼 광고 단가도 낮아 광고주인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광고 효과가 낮은 것도 아니다. 구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5 건의 범퍼 광고 중 90%는 시청자들이 광고를 더 잘 기억하도록 했으며, 489건의 범퍼 광고 중 61%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했다. 이는 스킵이 자유로운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5~6초 안에 끝낸다는 생각으로 만든 인상적인 광고가 오히려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출처: 코카콜라 공식 유튜브
(미닛메이드 스파클링의 범퍼 광고)

범퍼 광고가 인기를 얻자 최근 유튜브 측은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긴 광고를 범퍼 광고로 자동변환시켜주는 '범퍼 머신(Bumper Machine)' 툴을 준비 중이다. 범퍼 머신은 새로 광고를 찍거나 만들 필요 없이 기존 광고만으로도 범퍼 광고를 만들 수 있어 효율적이다. 범퍼 머신이 아직 알파테스트 중이긴 하지만 범퍼 광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벌써부터 광고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고인가..드라마인가..안 볼 수 없는 '브랜디드 콘텐츠'

범퍼 광고와 반대로 길이를 늘리고 광고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는 전략도 있다. 바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다. 이는 짧은 드라마처럼 만들어진 콘텐츠 안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메시지를 녹여 만든다. 시청자들이 광고 skip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광고에 몰입하게 만든 뒤, 질 높은 콘텐츠로 자연스러운 웃음·감동을 유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9 뉴욕 페스티벌(New York Festival Advertising Awards)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마트의 'Wine is normal' 광고다. 'Wine is normal'은 중저가에 다양한 와인을 판매하는 이마트의 '와인장터'를 홍보하기 위한 콘텐츠다. 농촌 시골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통해 누구나 와인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길이가 2분 54초에 달하는 광고지만 "스킵은 커녕 들어와서 보게 만든다"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2018년 10월 유튜브에 게시된 이마트 계정의 해당 영상만을 보기 위한 조회수가 이미 86만을 넘겼을 정도다.

출처: 이마트 공식 유튜브
(와인 이즈 노말 광고 일부)

브랜디드 콘텐츠는 일반 광고 콘텐츠의 형태 외에도 웹드라마, 뮤직비디오,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기존의 동영상 플랫폼 광고의 틀을 벗어나기도 한다. 특히 2014년 개봉한 '레고무비'는 레고 캐릭터들을 이용해 만든 100분짜리 영화로 실제 극장에서 크게 인기를 끈 케이스다. 레고 측은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영화를 제작하되 레고 '덕후'들과 제작사를 연결해 브랜드 정체성이 영화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레고 무비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4억 5천만 달러(약 5천억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이에 힘입어 레고그룹은 2014년 말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달성할 수 있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레고무비 포스터)

주의해야 할 점은 브랜디드 콘텐츠가 기존의 광고보다 길고 내용이 풍부한 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상 기획 단계부터 실질적인 제품 홍보 효과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애매한 PPL 수준의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광고 비용을 낭비하는 셈이다. 콘텐츠의 흐름, 홍보하고자 하는 제품의 성격, 브랜드 이미지 등이 하나로 자연스럽게 합쳐질 때 브랜디드 콘텐츠는 원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의 시청자들은 흥미 없는 광고를 15초, 30초 이상 보면서 기다려 주지 않는다. 빠르게 5초 skip 버튼을 찾아 건너뛰어 버리는 경우가 많고, skip 버튼을 없애 억지로 광고를 보게 만들 경우 반감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PC나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범퍼 광고나 브랜디드 콘텐츠처럼 기존 광고의 틀을 깬 새로운 시도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들이 광고의 목적대로 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이목을 끌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신선한 형태의 광고가 필요한 시대다. 이를 위한 광고업계의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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