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40만 원인데 예약 못해 난리라는 '이곳'은 어디?

조회수 2019. 5. 2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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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초밥을 좋아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고른 만찬 장소는 도쿄 긴자에 있는 한 초밥집. 좌석이 10개뿐이고 화장실도 가게 안에 없어 건물 공용을 사용해야 하는 작은 가게다. 가게 규모만 놓고 보면 정상들의 식사 장소로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가게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바로 만찬 장소인 '스키야바시 지로'의 창업자이자 '스시 장인'이라 불리는 오노 지로(小野二郎)다.

출처: flickr https://www.flickr.com/photos/obamawhitehouse/14145480569

오노 지로(1925~)는 7살 때부터 식당에서 더부살이하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밥 일을 시작한 건 26살. 그때 이후로 70년 가까이 초밥을 만들고 있다. 그의 일생은 2011년 다큐멘터리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먹을 때마다 놀라워
평점 별 셋을 받아 마땅한 유일한 식당이다.

1965년 문을 연 스키야바시 지로는 ‘미슐랭 가이드 도쿄’가 처음 발간된 2008년부터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3스타는 가장 높은 등급의 평가로, “이 식당에 가기 위해 그 나라에 갈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스키야바시 지로는 ‘오마카세’ 방식(별도의 메뉴판 없이 주인이 만들어주는 대로 식사함)으로 운영되고 매일 재료에 따라 메뉴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식사에는 20~4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약 20점 내외의 초밥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1인당 3만 8000엔(약 40만 원) 이상이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예약이 쉽지 않다. 일본 총리 관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접대를 위해 일주일 전에 예약 전화를 걸었을 때도 "두 달 전에 예약이 모두 끝났다"며 거절당했을 정도다. 결국 예약 손님을 모두 응대한 뒤에야 두 정상을 맞이했다.

출처: flickr https://www.flickr.com/photos/cityfoodsters/11555554413
(스키야바시 지로 외관)

같은 일을 반복하며 발전할 뿐, 정상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에 이곳에서 수습생으로 있던 미즈타니 씨는 영화(<스시 장인: 지로의 꿈>) 인터뷰에서 오노 지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유명해지기 전에도 언제나 무척 열심히 일했다. 매일 쉬지 않고 그저 일을 했다. 그런 분이 장인이다. 장인은 매일 똑같은 일을 해 숙련된 사람이다. 구태여 특별해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스키야바시 지로에서 요리를 배우려면 똑같은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수습생 나카자와씨는 약 반 년의 시간 동안 똑같은 달걀 요리를 200여 번 만들었다. 마침내 오노 지로로부터 "이제 됐다"는 평을 받았을 때 그는 기쁘다 못해 눈물이 났다고 말한다. 오노 지로의 뒤를 이을 장남 요시카즈는 "우리 식당에서 특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매일 노력하고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라고 말한다. 오노 지로는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노력을 중요시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 포스터)

오노 지로는 초밥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릴 정도의 실력과 명성을 얻게 되었지만, 자신의 기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정상이 어딘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매일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과거엔 새우를 아침에 미리 익혀 냉장고에 두었다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님이 오면 새우를 익힌다. 문어 요리 방식도 질감과 향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이렇게 기술을 발전시킨 것은 그의 나이 80살이 넘은 때였다. 오노 지로는 수십 년간 같은 일을 했고, 자신이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기술을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손님에게 우리 집 최고의 맛을 드린다

오노 지로는 명성에 기대지 않는다. '손님에게 최고의 맛을 드린다'는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사명을 위해 매일 노력한다. 가게 문을 열기 전 수습생들이 준비해놓은 재료의 맛을 보고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오노 지로가 만족하지 않은 재료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 그는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출처: EBS 다큐 유튜브
(오노 지로의 장남 요시카즈가 숯불에 김을 굽는 모습)
출처: EBS 다큐 유튜브
(쌀 볏짚에 다랑어를 굽는 모습)

또한 불편하더라도 재료의 맛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요리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다랑어를 구울 때는 가스 불이 아닌 쌀 볏짚을 태워 요리한다. 김을 구울 때도 마찬가지다. 가게 한쪽에 숯불을 피워놓고 김을 굽는다. 여름에는 온몸이 땀으로 젖고, 준비하기도 번거롭다. 하지만 볏짚을 이용해 훈제하면 다랑어의 비린내를 잡을 수 있고, 숯불에 구워야만 김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 이는 에도 시대부터 전해지는 요리법이다. 오노 지로가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이 전통이어서가 아니다. 이것이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노 지로는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면 그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눈길이 닿는 만큼만 손님을 모신다

출처: flickr https://www.flickr.com/photos/cityfoodsters/11557082593
(스키야바시 지로 내부)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장을 확장할 법도 한데, 스키야바시 지로의 좌석은 10개뿐이다. 오노 지로는 “나의 눈길이 가지 않는 곳에 손님을 모시면 제대로 신경 쓸 수가 없다”며 자신의 눈길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장인은 돈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소신처럼, 많은 손님을 받아 수익을 올리기보다 장인으로서 최선의 음식을 제공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오노 지로는 손님 모두에게 눈길을 주며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하게 신경 쓴다. 예를 들어 손님이 왼손잡이라면 초밥을 왼쪽 방향으로 낸다. 방향을 잘못 낸 경우에는 초밥을 잠시 덜어 두고 접시를 닦는다. 그리곤 손님에게 맞는 방향으로 다시 내준다.

손님의 식사 속도도 고려한다. 먹는 양이 적거나 속도가 느린 고객에게는 초밥을 조금 작게 만들어준다. 일행과 식사 속도를 맞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먹거나 식사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아 앉아있는 손님의 성별을 순서대로 외워 초밥을 만든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 스틸컷
(오노 지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일에 반해야 합니다.

이게 안 돼 저게 안 돼 하면 평생을 한들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기술을 익히겠다고 생각했다면 평생 노력하며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

그게 성공의 비결이죠. 또한 길이길이 남들로부터 존경받는 비결이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2011, 데이빗 겔브 감독)>, EBS 다큐 <직업의 세계 일인자 - 일본 초밥 명인 오노 지로>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인터비즈 임혜민,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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