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으로 최연소 억만장자 된 미국판 금수저

조회수 2019. 5. 1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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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챗은 페이스북의 주 무대인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국내 이용자는 적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입지다.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를 위협하는 남자, 스냅챗을 이끄는 에반 스피겔이 CEO 열전 주인공이다.


창업가가 아니라 '셀럽'이라 불러다오

에반 스피겔(Evan Thomas Spiegel)은 이러한 스냅챗의 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다. 그는 흔하디 흔한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이 아니다. 자신의 화려한 삶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셀럽(유명인)'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스피겔은 2015년 '세계에서 제일 어린 억만장자'란 타이틀을 닉 우드먼 고프로 최고경영자로부터 뺏어왔다. 그는 1990년 생이다. 지금도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로 31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스피겔의 자산 대부분은 그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스냅챗의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피겔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의 부모는 모두 변호사였고, 캘리포니아 해변가에 200만 달러 상당의 저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피겔은 이러한 부모 밑에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유복한 유년 시기를 보냈다. 여름에는 서핑을 겨울에는 스노우보드를 타러 다녔으며, 헬기를 타고 캐나다에 방문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출처: 포브스 홈페이지 캡처
(2014년 1월 포브스의 표지를 장식한 에반 스피겔.)

전 세계에서 손 꼽히는 명문인 스탠퍼드 대학교에 진학한 후 카파 시그마 사교클럽에서 훗날 함께 사업을 하게 될 바비 머피와 레지 브라운을 알게 되었다. 스피겔은 디자인을 공부하던 어린 시절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레드불, 인튜이트 등에서 유급 인턴으로 일하며 언젠가 자신만의 사업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스피겔에게 레지 브라운이 접근했다. 브라운은 사진이나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뒤 이것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휘발성 모바일 메신저다. 왓츠앱 등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 메신저는 대화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었는데, 휘발성 모바일 메신저는 이러한 위험을 없애주기 때문에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브라운은 스피겔이 사업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둘은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춘 바비 머피를 사업으로 끌어들였다.


디자인을 전공한 스피겔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메신저의 사용자 환경(UI)을 디자인했고, 머피는 프로그래밍 지식을 토대로 메신저를 설계하고 만들어 냈다. 둘의 노력으로 2011년 7월 마침내 '피카부(Picaboo)'라는 프로토타입 서비스가 세상에 출시되었다.


피카부를 만들면서 스피겔과 머피는 불만을 가지게 된다. 아이디어를 낸 것은 브라운이었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만든 것은 스피겔과 머피였기 때문이다. 둘은 브라운을 내보내고 새로 서비스를 출시하자고 합의했다. 그리하여 2011년 9월 피카부는 스냅챗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회사에서 축출당한 브라운은 당연히 가만있지 않았다. 2012년 5월 자신이 스냅챗에 정당한 지분이 있으며, 스피겔과 머피가 스냅챗의 아이디어를 자신들이 낸 것처럼 포장하는 등 사기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피겔과 머피는 브라운이 단순히 고용된 인턴 직원에 불과하며 실제로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2년 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스피겔과 머피는 브라운에게 1억 5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브라운을 스냅챗의 원작자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이 합의를 통해 스냅챗은 브라운이 디자인한 유령 마스코트(Ghostface Chillah)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피겔은 그보다 앞서 소셜 서비스 시장을 개척한 마크 저커버그와 비슷한 길을 밟고 있다.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난 점, 하버드와 스탠퍼드라는 명문대에 진학해 졸업도 하지 않고 창업에 나선 점, 창업 아이디어를 두고 구설수에 휘말린 점 등이 닮았다.

출처: 미란다 커 인스타그램
(에반 스피겔과 아내이자 유명 모델인 미란다 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중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면, 스피겔은 자신의 화려한 삶을 공개해 대중에게 셀럽으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스냅챗의 성공으로 스피겔은 2014년 타임지가 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2015년에는 미모의 모델인 미란다 커와 열애설이 터졌다. 스피겔은 이를 인정하고 이혼녀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며 7살 연상인 미란다 커와 결혼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17년 5월 지인들만 초대해 비공개 결혼식을 가졌다. 둘의 신혼여행은 그 호화로움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레드불의 공동 창업자인 디트리히 마테슈츠가 보유한 리조트 섬에서 허니문을 즐겼는데, 이 리조트 섬의 하루 숙박료는 최대 6만 달러에 이른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리조트로 유명한 장소다. 방마다 수영장이 딸려있으며 리조트내에서 골프, 서핑, 승마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린 억만장자와 세계적인 여배우의 신혼생활은 미국의 연예지를 통해 매일 널리 알려지고 있다. 

10~20대 공략이 바로 스냅챗의 성공 비결

페이스북과 저커버그는 지금 큰 고민에 빠져있다. 회사의 매출과 사용자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10~20대(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라는 특정 연령의 사용자층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10~20대가 페이스북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자신들만의 세상이라고 여겼던 소셜 서비스에 부모 세대들이 들어오면서 과거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는 10~20대들에게 페이스북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낡고 지루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10~20대들은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탈해 이를 대신할 새로운 소셜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스냅챗과 스피겔은 바로 이러한 10~20대 사용자들을 집중 공략했다. 10~20대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적극 채용함으로써 페이스북 이탈자들을 스냅챗의 사용자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스냅챗은 두 가지 무기를 토대로 10~20대를 공략했다. 첫 번째 무기는 스냅챗의 근간인 '휘발성 메시지'다. 스냅챗은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으면 10초내로 내용이 자동으로 삭제된다. 때문에 스냅챗으로 메시지를 전달받는 상대방은 무슨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다른 메신저와 달리 내용에 집중해야만 한다. 이러한 차별점이 새로운 것을 찾는 10~20대들에게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성공했다.


두 번째 무기는 '필터'다. 스피겔은 10~20대들이 글자보다 사진과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들의 의사를 주고받는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러한 10~20대를 공략하기 위해 스냅챗에 사진, 동영상 등을 꾸밀 수 있는 필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오필터(Geofilter)'라는 이름의 이 기능은 현재 사용자의 위치를 토대로 개인마다 다른 수십 개의 필터를 제공한다. 이 필터를 활용해 10~20대들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스냅챗이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저커버그는 초기 소셜 서비스였던 마이스페이스가 허무하게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사용자층의 이탈이 소셜 서비스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의존하지 않고 페이스북을 대체할 수 있는 소셜 서비스를 키우는데 많은 투자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0~2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던 소셜 서비스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2013년, 저커버그는 스피겔에게도 10억 달러에 스냅챗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무료 앱인데다가,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없었던 서비스에게 한 것치곤 파격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스피겔은 더 큰 야심이 있었다. 바로 스냅챗이 페이스북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사용자층을 지속적으로 흡수해 페이스북의 기반을 무너뜨리면 페이스북이 가진 모든 것이 스피겔과 스냅챗의 것이 될텐데 그깟 10억 달러에 혹하겠는가. 스피겔은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구글의 30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도 거부하는 등 자신의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커버그의 제안을 거절한 후 스피겔은 스냅챗이 독자적인 서비스로서 생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오필터에서 기업이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했고,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처럼 스냅챗에서도 새로운 소식이 유통되고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디스커버'라는 신규 서비스를 추가했다. 스냅챗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도 출시하고, 스냅챗과 연동해 사진과 동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해서 친구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스마트 선글라스 '스펙터클스'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 끝에 마침내 스피겔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다. 2017년 3월 2일, 스피겔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스냅챗을 상장했다. 상장 첫날 스냅챗의 주식은 공모가 17 달러보다 44% 비싼 주당 24.4 달러에 거래되었다. 시가총액 330억 달러에 이르는 또 하나의 소셜 서비스 업계 거물이 등장한 것이다. 최고경영자인 스피겔과 최고기술책임자인 머피는 주주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전체 의결권의 70%, 전체 주식의 18%를 보유한 진정한 의미에서 억만장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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