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기업 안받겠다"는 31세 중국 최고 금수저

조회수 2019. 4. 29. 1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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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짜리 기업을 왜 안 받겠단거냐?", "관심 없는데요?" 승계난 겪는 중국 기업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중국 기업인들이 대거 은퇴할 시기가 왔지만 자녀들이 승계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콩 중문대 경제금융센터의 공동 설립자 조셉 판은 중국 기업 창립자의 자녀 10명 중 6명 이상은 부모의 기업체를 상속받지 않으려 한다고 추산했다. 10년 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인은 300만 명을 넘어선다. 중국엔 가족 경영 기업이 많아 '승계 거부'가 중대한 경영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DBR 252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중국 가족기업들의 승계는 어쩌다 구조적 리스크가 되었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 늦어진 승계 작업

중국 민간기업(2160만 개) 가운데 90%가량이 가족경영 기업이다. 중국 GDP에서 가족경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추산될 정도다. 이중 대부분은 1980년대 초반 덩샤오핑의 경제개혁 이후 설립됐다.



그 결과 1세대 경영인들이 한꺼번에 은퇴를 맞이하게 된 상황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모든 걸 손수 일궈낸 이들 기업인 대부분은 경영권을 내놓는 데 상당히 주저하는 성향을 보인다. 컨설팅업체 코너스톤(Cornerstone Strategic Partners)의 패트릭 트레이너(Patrick Trainor) 이사는 “중국 기업인 1세대가 이제 70~80대로 고령에 접어들었지만 이들은 경영 승계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승계 작업이 미뤄진 점을 지적했다. 승계를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승계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2) '한 자녀 정책'이라는 함정

승계자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다는 것도 리스크 중 하나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기업을 물려줄 수 있는 자식이 하나 뿐이지만, 창업자의 기업 경영 능력을 후대가 항상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인물이 없을 경우엔 승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 승계를 거부할 경우에도 난감해진다.



중국 부호 순위 1~2위를 다투는 왕지안린(王健林)의 완다그룹조차 그렇다. 완다그룹의 기업가치는 약 100조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는데, 외아들 왕쓰총이 아버지의 회사를 경영하는 데 관심이 없어 은퇴 후 전문경영진에게 사업을 맡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출처 중국 방송국 'CCTV' 인터뷰 캡처
(완다그룹 왕지안린 회장의 외아들 왕쓰총)

3) 어린 승계자들의 부족한 '관시(關係)'

‘관시’ 문제도 있다. 연줄을 뜻하는 관시는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업인 자녀들 가운데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한 이들에겐 네트워크 부족이 회사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서두에 소개한 쉬지아 역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녀는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방향도 생각해봤지만 창업 환경이 너무 복잡하다. 사업적 관계를 맺어야 하고, 불공정한 경쟁도 견뎌야 한다. 반면 영국의 창조 산업은 매우 발달했고, 동시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4) 중국 특유의 봉건적 문화

중국 기업 고유의 봉건적 문화가 갖는 문제도 있다. 전임자의 강한 권위 때문에 이전 세대가 은퇴 연령이 지날 때까지 사내 권력을 유지하고 있어 젊은 리더들이 더욱 그늘에 가려지기 쉬운 구조다. 홍콩과기대의 펑 부원장은 “아들이나 딸의 나이가 40~50세가 됐는데도 소유주(부모)가 물러나지 않고 사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위계질서 속에서 부모를 존경하고 따라야 하는 이들에게 부모에게 맞서는 일은 엄두가 안 날 것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5) 세대에 따른 문화 차이

CKGSB(중국 장강경영대학원)의 텅빙셩 전략경영학 교수는 “이들(승계자)은 대체로 서구에서 교육을 받았다. 서구와 중국은 사업을 진행하는 규칙이나 방식이 상당히 다른 편이다. 일부는 중국으로 돌아와 역으로 문화 충격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해외 유학을 하지 않은 이들도 부모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가족 문화 문제로 인해 승계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유대인처럼 가족 내에 토론 문화가 잡혀 있는 경우는 위계질서가 그다지 엄격하지 않아 악영향 또한 적게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의 30년 압축성장이 낳은 세대 차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승계를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 중 특히 중국의 밀레니얼세대와 부모 세대 간의 세대 차이 문제가 크게 나타난다. 중국의 밀레니얼세대는 30년 만에 극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부모들은 꿈도 꾸지 못하던 교육 및 문화생활의 기회를 누리게 된 30세 미만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누린 기회만큼이나 커리어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크며 성공적인 커리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즉, 이들 세대는 기업가적인 열정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본인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기 때문에 사업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청년들은 누구나 한 번쯤 제2의 텐센트나 알리바바를 꿈꾼다. '20대에 사장이 되지 못하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표현이 공공연히 돌아다닐뿐만 아니라 중국 청년의 40%가 창업을 고려한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KOTRA의 자료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도 중국에서 3.5일에 하나 꼴로 탄생했다. 이런 사례들은 중국 창업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되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 



트레이너 이사도 비슷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예전엔 중국인들이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가거나, 전통적인 직업을 갖거나, 군대에 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다르다. 창립자 세대는 기업가의 자녀로 자라지 않았다. 그들의 자녀 또한 ‘우리는 부모 세대와 다를 바 없다. 나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살펴보며 ‘이거 재미있겠는데. 나만의 아이디어가 있는데 해봐야겠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출처: 출처 Youtube 채널 'OPLOLReplay'
(프로게이머로 경기에 출전한 왕쓰총 캡처)

앞서 언급한 완다그룹 왕지안린 회장의 외아들 왕쓰총의 경우가 그렇다. 아버지의 사업을 이을 것을 거부한 그는 투자업체 '프로메테우스캐피탈'을 이끌고 있는데 주로 게임,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다. 



그가 투자한 게임 동영상 사이트 '판다TV'는 투자를 통해 업계 2위로 올라섰으며, 최근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선정되며 게임 시장도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부호연구기관 후룬 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왕쓰총의 재산규모는 63억위안으로, 단 5년 만에 재산이 12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가 오지에 있을 수록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선호 차이로 인한 문제가 더 부각된다. 젊은 세대들은 도시에서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25세의 장보웨이가 딱 그런 경우다. 장은 칭하이성 티베트 고원지대 시닝(西宁) 시에서 자랐다. 그가 태어났을 무렵 조부와 아버지는 자동차 부품 가게를 열어 직원을 몇 거느릴 만큼 사업체를 키워냈다. 




윗세대의 성공 덕분에 장은 눈을 넓게 돌려 영국 셰필드대에서 재무와 회계를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장은 “시닝은 좋은 곳이지만 너무 좁다”고 말한다. 장은 물론, 해외 경험이 있는 비슷한 세대의 많은 이는 내륙에 위치한 한 성(省)의 수도보다 상하이처럼 해안가에 위치한 국제적 도시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오히려 산업 구조조정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족 기업들이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이를 국가 위기라고 쉽게 단정 지을수는 없다. 중국 1세대 창업자의 대다수는 자본집약적이며 미래의 성장 전망이 제한적인 화학, 섬유, 저가 제조업과 같은 사양 산업에 종사해왔다. 반면 자녀세대는 금융, 첨단기술, 혹은 크리에이티브 산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기회를 추구한다. 



이 때문에 자녀 세대의 창업이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에 더 많이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텅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그들에게 익숙하며 전망도 좋다고 보는 새로운 분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성공률이 높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들 중 몇몇이 틈새를 통해 진로를 개척하는 한 결과적으로 경제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중국 밀레니얼세대의 기업 승계 거부는 반드시 걱정해야 할 일만은 아니다. 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분야에서의 성장을 촉진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젊은 인재들이 더 나은 생산적 목표를 위해 능력을 펼쳐나갈 경우, 가족 사업 승계의 위기는 결과적으로 위협이라기보다는 기회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2호
필자 알렌 영 CKGSB 전문 칼럼니스트
인터비즈 오종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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