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거 아니야?"소리 듣던 헤드가 둔 신의 한수

조회수 2019. 4. 1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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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눈에띄는 활약을 보이는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있다. 바로 '헤드(HEAD)'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의 스포츠브랜드 헤드의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중 10대 비중이 1500% 급증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잊혀진 브랜드'였던 헤드(HEAD)가 젊은 소비자층에게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출처: 헤드 공식샵 코오롱몰
(헤드는 10·20세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가수 선미를 모델로 기용했다.)

젊은 소비자 잡기 위해 백화점 매장까지 전면 철수한 '헤드'

헤드는 10·20대 소비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들이 기능성을 강조했다면 현재는 큰 로고, 화려한 색상 등의 레트로풍 디자인의 상품을 앞세우고 있다. 주요 소비자층이 상품 가격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상품 가격 또한 기존 상품 대비 30% 낮췄다.


여기에 지난해 전국 백화점에 입점해있던 헤드 매장을 전면 철수했다. 자사 온라인 몰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거듭났다. 코오롱FnC 측에서는 "10·20대를 주요 타겟층으로 삼아 디자인을 재정비했고, 이에 맞춰 유통망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고 설명했다.

출처: 코오롱몰 공식 유튜브
(헤드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로맨틱 크라운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기존의 뉴트로 무드를 기본으로 로맨틱 크라운과의 협업을 통해 스트릿 분위기를 연출했다.)

앞서 휠라(FlLA)가 비슷한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 헤드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본보기가 된 모양새다. 죽어가던 브랜드였던 휠라. 휠라가 어떤 전략으로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됐는지 다시금 짚어봐야 하는 대목이다.

"한물갔다"라는 비아냥까지 듣던 휠라, 현재는 주가 레벨 업!

22600원 → 74700원. 4월 9일 기준 휠라코리아의 최근 1년간 주가 변화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 9614억원. 영업이익은 357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휠라코리아의 주가는 그야말로 고공행진 중이다.

출처: 동아일보
(FILA 2014 봄 시즌 화보)

휠라는 국내 진출 초기인 1990년대, 젊은 이미지의 프리미엄 스포츠 제품, 그것도 잘나가는 해외 브랜드로 인식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고루한 이미지가 더해지고 주 고객층이 중장년층으로 바뀌는가 하면 주력하던 아웃도어 관련 시장의 쇠락까지 겹치면서 2013년부터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 모두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쇠락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던 휠라가 갑자기 2016년부터 중고생을 비롯한 젊은 고객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화제의 브랜드가 됐다.

▶ 젊은 층의 핵심 소비 가치인 '가성비'로 소비자 사로잡았다

출처: 에이비씨마트코리아 공식 페이스북
(테니스화를 테마로 한 '코트디럭스' 운동화. 한때 일부 학교에선 이 운동화가 '국민 신발'로 불리기도 했다.)

테니스화를 재해석한 ‘코트디럭스’란 운동화는 중고생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10만 켤레만 팔아도 ‘대박’이라는 국내 운동화 업계에서 출시 1년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족을 돌파했다.


패션계에 부는 복고열풍에 젊은 감각을 더했다. 여기에 운동화의 평균 판매 가격은 10만 원대를 상회하던 것이 6만, 7만 원대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이에 높은 가격과 올드한 이미지 탓에 발길이 뜸했던 10대, 20대 초반 고객들이 매장에 제 발로 찾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델 역시도 당시 10대였던 배우 김유정 양을 기용했다.

▶ 1020세대의 '잇템'으로 떠오르다

출처: 휠라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기용해 젊은 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번 봄 시즌 역시 레트로 감성을 앞세우고 있다.)

휠라가 10대 사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그들이 ‘잇(it)’ 한 아이템으로 이 브랜드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휠라가 10대에게 접근한 방식을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휠라가 정교하게 10대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코드를 만들어내고,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채널들을 통해 활발하게 마케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명품 브랜드 펜디를 비롯해 펩시, 마운틴듀, 아이스크림 메로나, 포켓몬, 베네피트 등 분야를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이 대표적 사례다. 다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활동을 할 때도 평소 10대들이 친근하게 생각하는 브랜드를 엄선했다.

출처: 휠라 공식 사이트
(FILA X WooWakGood 8월의 크리스마스)

최근에는 10대들이 선호하는 유명 스트리머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기 게임 스트리머 '우왁굳(WOOWAKGOOD)'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우왁굳의 시그니처 캐릭터는 물론 '제니훈(제발 네 인생에 훈수하세요)', 'Pay back angle(환불각)' 등의 용어를 녹여낸 콜라보 에디션이었다.

출처: 동아일보
(인천 ABC마트 간석점 앞에 '휠라x우왁굳 에디션 시즌2' 구입을 위해 줄을 선 고객들)

지난 8월 출시 당일 휠라 공식몰이 일시적으로 마비됐고 오프라인에서는 소비자들이 콜라보 에디션을 손에 넣기 위해 밤샘 노숙을 하는 등의 진풍경이 펼쳐졌다. '휠라X우왁굳 콜라보 에디션 시즌2'도 완판 신화를 세우며 휠라를 젊은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렸다. 지난달에는 유튜버 '조매력'과의 공식 콜라보를 발표했다. 기존의 굿즈를 판매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7080 해외 팝 레트로 장르의 음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포츠웨어 브랜드에 휠라가 있다면 명품업계에는 구찌가 있다

구찌는 2014년까지만 해도 5년째 매출이 매년 20%씩 줄어드는 등 큰 위기를 겪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9년 현재, 구찌는 거의 모든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올드 패션 브랜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2017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각각 44.5%, 27.4% 올랐다.

출처: 동아일보
(2018 구찌 봄/여름 컬렉션 의상과 악세서리를 착용한 가수 겸 배우 설현 )

2017년 기준 18세에서 35세에 해당하는 이들에서 매출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딜로이트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구찌 총 매출의 55%는 35세 이하의 소비자로부터 나왔고, 이런 현상은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더욱 강화돼 총 매출의 62%를 35세 이하 소비자가 책임졌다.


구찌가 완벽하게 ‘젊은 명품 브랜드’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2015년 구찌 최고경영자가 된 마르코 비자리는 무명에 가까웠던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발탁해 자신의 브랜드의 주 고객을 2030세대로 재규정했다. 비자리 CEO는 이들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30세 이하 직원들이 모이는 그림자위원회를 만들어 임원회의가 끝나면 임원회의에서 나왔던 주제를 그림자위원회에서 다시 토론하도록 했다. 이렇게 ‘젊은 감각’에 맞게 회사의 내·외부 정책과 전략, 마케팅 방식이 바뀌어갔다.

출처: 동아일보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구찌가 ‘이니셜 각인 서비스’를 내놓았다.)

젊은 세대가 특히 사랑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매장을 밝게 꾸미고 신규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으며,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등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의 대대적인 성공에 더해 ‘공정한 무역’이나 ‘사회적으로 올바른 소비’ 등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의 가치를 중시하는 ‘모피제품 생산 중단’ 선언 등도 구찌를 ‘힙’한 브랜드로 변모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 중 상당수는 그림자위원회에서 나왔다.


여러 명품 브랜드들은 구찌를 벤치마킹 하기에 바쁘다. 발렌시아가와 생로랑은 구찌와 비슷한 전략을 취해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다. 버버리는 예스러운 로고 디자인을 20년만에 바꾸고 상징적이었던 체크 문양 대신 사슬 형태의 화려한 문양을 내세웠다. 루이비통은 뉴욕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39)를 남성복 디자이너 책임자로 영입했다.

인터비즈 이슬지, 임현석
inter-biz@naver.com
이 글은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의 기사를 발췌, 정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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