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직장 구글 뺨친다? "제발 놀라"는 한국 기업들

조회수 2019. 4. 15. 17: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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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잘 노는 것도 일’이라며 휴식을 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같은 단순한 ‘휴식’과는 개념이 다르다. 직원들이 업무적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놀이와 창의적 휴식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이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 '갓 기업'으로 꼽히는 엘앤피코스메틱

출처: 메디힐 공식 쇼핑몰
(엘앤피코스메틱 메디힐의 모델 방탄소년단)

글로벌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비롯해 색조 브랜드 ‘메이크힐’을 보유한 엘앤피(L&P)코스메틱이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를 넘어 업무의 자율성을 가진 직원들이 최상의 기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앨엔피코스메틱은 2009년 창립 이래 2018년까지 마스크팩 누적판매량이 14억장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국내에서 여섯 번째로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앨엔피코스메틱은 직원들이 집중력 높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율적인 시간관리를 하도록 권장한다. 언제든지 1층 사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옥상 정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회사 내에서 직원들의 모든 활동에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

출처: 엘앤피코스메틱 공식 사이트
(엘앤피코스메틱 사옥 피트니스센터 근무 중 PT를 받는 직원의 사진(좌), 스크린 골프까지 있다(우))

심지어 엘앤피코스메틱 사옥 내에는 피트니스 센터부터 스크린 골프 연습실, 사우나실, 물리치료실, 수면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퇴근 후에 사용할 수 있는 복지 시설이 아닌 근무 시간 중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엘앤피의 직원들은 근무시간에 몸이 불편할 때 사내의 물리치료실을 찾거나 농구나 골프 등 운동을 하고 싶을 때에 피트니스센터를 찾는다. 창업주인 권오섭(60) 회장은 “사람이 하루에 집중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2~3시간 정도다. 그 시간 동안이라도 일을 전념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기업이 성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최초로 자율근무 제도 도입한 현대백화점의 오피스 프리 데이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이 직원을 대상으로 ‘오피스 프리 데이(office free day)’ 운영을 시작했다. 사무실 근무가 아닌 밖에서 체험 활동을 하도록 장려하는 일종의 ‘자율 근무’ 제도다. 직원들은 한달에 한번 날짜를 지정해 개인이 희망하는 콘텐츠를 경험하면 된다. 별다른 사전 보고나 사후 보고 등의 형식적 절차도 필요 없다. 대상자는 임원을 제외한 사원에서 부장급 직원 1460명이다.

출처: 현대백화점 공식 블로그
(현대백화점 김유승 바이어 사진 (본문과는 직접적 관계 없음))

지난해 사원∙대리 등의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이 제도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이 제도를 활용해 지난해 여름 홍콩 여행을 떠났던 20대 사원은 여행 중 유명 디저트를 맛본 후 두 달 뒤 현대백화점 식품관에 매장을 실제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제도의 실효성을 확인한 현대백화점은 이달 초부터 부장급 직원에게도 확대 적용했다. 


이 제도는 별도의 개인 연차나 휴무일 소진 없이 사용이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오피스 프리 데이 제도를 한달에 한번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해 운영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출처: 동아일보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직원들)

4월부터는 사원 이상을 대상으로 ‘청춘투어’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직원이 자율적으로 여행 코스를 직접 설계하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투어 당 최대 6명이 참여할 수 있으며 현대백화점은 코스별로 최대 300만 원의 여행경비를 지급한다. 지난 15일 사내 모집을 마감한 가운데 직원들은 ‘특색 있는 일본 음식점 8곳을 방문해 운영 노하우 알아보기’ ‘일본 우동 고향 사누키 지역 체험 여행’ 등의 투어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현대백화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에서 직원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인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업무를 주도하고 몰입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회사가 성장한다”며 “직원들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과 창의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놀이문화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기업 제일기획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은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 1층 로비에 '제일오락실'을 만들었다. '지나친 오락은 창의에 좋다'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일기획 임직원들은 회사 로비에서 문방구 오락기, 인형 뽑기, 두더지 잡기 등의 전통 오락 기기를 즐길 수 있었다.

출처: 제일기획 매거진
(사내 발명 아이디어 공모전 <발명생활>의 수상작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1회용품의 명칭을 '2회용'으로 변경해 재활용을 유도한 아이디어 2)공중화장실 이용 시 예상 소요시간을 표시하는 장치 3)3D 프린터를 활용해 자녀의 손 모양으로 제작한 효자손 4)자세 교정을 유도하는 허리쿠션 최고 상금은 1000만원이었다.)

올해는 사내 발명 아이디어 공모전인 '발명생활'을 개최했다. 임직원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끌어올리는 발명대회를 진행해 재미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한편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올해 1월과 2월 두 달 동안 업무와 무관하게 진행한 이 공모전은 본사 직원 수(1300여 명)의 1/3에 달하는 412건의 발명아이디어가 접수될 만큼 임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제일기획 유정근 사장(56)은 "제일기획 비즈니스의 핵심은 매체나 현장에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인데, 현재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실현하는 훈련이 필요해졌다"며 "발명생활 공모전처럼 직원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제일기획은 직원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기상천외한 발명 아이디어를 <발명광산> 이라는 사내 책자로 발간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전부터 근무 시간 중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구글을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Sergey Mikhaylovich Brin·45)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45)는 임직원들이 그들의 주 5일 업무 시간 중 20%를 자율적으로 쓰도록 장려했다. 이른바 구글의 '20% 타임제'다. 이 제도는 구글의 지메일(Gmail)과 구글 지도(Google Maps)등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출처: 3M 공식 사이트
('포스트잇 노트'와 '포트스잇 플래그')

대표상품인 '스카치 테이프'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3M은 '15% 룰'이라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3M 산하의 연구원들이 연구 시간의 15%를 업무와 관계없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성패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 제도를 운영해 '포스트잇(Post-it) 등의 혁신적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인터비즈 이슬지,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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