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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한물갔다'는 이것, 해외서 '대박 조짐'

조회수 2019. 4. 1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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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처음 등장한 과일소주는 그야말로 '대박상품'이었다. 순하리를 시작으로 과일소주 시리즈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때 과일소주의 국내 주류시장 점유율이 15%에 육박하기도 했다. 과일소주로 대표되는 '리큐르' 출고량은 2014년 284 kl(킬로리터)에서 2015년 당시 약 3만 kl로 증가하며 100배가 넘게 출고량이 늘었다. 


마치 '참이슬 후레시'와 '처음처럼' 위주의 국내 소주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러나 과일소주의 폭발적인 인기는 바로 다음 해부터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2016년 리큐르 출고량은 1만 4천 kl로 반 토막이 났고, 2017년에는 그 절반 이하인 5천6백 kl로 또다시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과일소주의 주류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되는 미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과일소주는 이처럼 국내에서는 '한물갔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 해외에서 유명세를 치르면서 수출 효자상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과 미국에서는 두 자릿수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에 주류업체들은 작년부터 '자두에 이슬', '순하리 딸기' 등 수출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해외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출 효자상품으로 거듭나는 '과일소주'

일단 성과 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에 이슬' 시리즈를 앞세워 해외 수출량을 2016년 217만 병에서 2017년 490만 병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도 과일소주를 앞세운 마케팅을 선보이며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26.9%의 성장세를 보였다. 동남아 지역 전체 소주 수출액에서 과일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0%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1월 동남아를 시작으로 전세계 20여개국에 출시된 '자두에 이슬'의 경우 6개월 만에 150만 병이 판매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가 현재 소주를 수출하는 국가가 80여 개국에 달하는 만큼 과일소주 수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하이트진로 공식 홈페이지

가장 처음 과일소주 시장에 발을 들였던 롯데주류도 '순하리'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순하리 시리즈는 2015년 첫 수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36개국에서 롯데주류의 수출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시했던 '순하리 딸기'는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순하리 딸기가 고급 주류 취급을 받으면서 결혼 답례품으로 쓰이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롯데주류는 '순하리 블루베리', '순하리 요구르트' 등 해외에 수출 전용 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으며, 올해에는 순하리 복숭아 미국 전용 750ml 패키지를 출시한다.

출처: 롯데주류 홈페이지 ​
(해외 수출 전용 순하리와 순하리 복숭아 미국 패키지(가장 우측))

무학 역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무학의 좋은데이는 최근 국내에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경쟁사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만큼은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좋은데이는 현재 20여 개 국가에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를 수출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수출 전용 제품(딸기, 수박, 체리)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무학은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과일소주가 일반 소주보다 2배 이상 많을 정도로 과일소주 수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일소주는 교민보다 현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주류업체들은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랩핑버스를 활용한 홍보투어를 펼치거나 아예 현지에 '진로포차'나 'K-pub 처음처럼'과 같은 현지 매장을 운영하면서 자사의 과일소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수요의 증가세에 주목해 앞으로의 과일소주 수출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어 향후 해외 소비자를 위한 과일소주 마케팅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롯데주류 공식 블로그
(하이트진로의 미국 홍보투어(좌), 롯데주류의 K-pub 처음처럼)

해외 저도 증류주 시장을 개척하다

그렇다면 과일소주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과일소주가 증류주이면서도 도수가 12~14도로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주류시장은 보통 맥주와 증류주로 양분돼 있다. 이 중 증류주 제품은 보드카, 럼, 위스키 등 대부분 3~40도 이상의 제품들이다. 그래서 굳이 칵테일을 만들지 않는 이상 증류주를 가볍게 즐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과일소주는 이 틈을 공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음용하기 편한 가벼운 증류주를 찾는 젊은 소비자들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남아 지역의 맥주 & 보드카)

한편 미국 시장에서의 과일소주 인기는 ' 저도주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 KOTRA 발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도수를 낮춘 순한 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AB인베브, 디아지오와 같은 주류업체들도 도수를 없애거나 낮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의 과일소주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롯데주류 '순하리'의 경우, 미국 수출량이 2017년 96만 달러에 그쳤던 반면 2018년에는 170만 달러로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동남아,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증류주는 보드카, 위스키처럼 높은 도수를 갖는다. 따라서 과일소주와 유사한 도수의 증류주 시장은 블루오션인 경우가 많다. 주류업계에서 과일소주 수출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하고 달콤한 증류주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통해 과일소주가 진출할 수 있는 해외시장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현지 입맛에 초점 맞춘 과일 맛

해외 시장에서 과일소주의 인기가 확인되면서 소주 업체들은 속속 현지 입맛에 맞춘 신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앞서 언급한 수출 전용 과일소주 제품들은 단순히 신제품이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 소비자들 입맛을 겨냥해 개발된 제품들이다. 특히 동남아의 경우 '과일의 천국'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기후 특성상 온대과일 생산이 어렵다. 그래서 딸기, 사과, 자두, 블루베리 등의 과일을 접하기 쉽지 않다 . 주류업체들은 이 점을 포착해 동남아에서 고급으로 여겨지는 과일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자두에 이슬, 순하리 딸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출처: 롯데주류 공식 블로그
(프로모션중인 롯데주류)

과일 소주의 해외 시장 전망은 밝다. 우선 과거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주로 판매되던 일반 소주와 달리 현지인들이 과일 소주를 좋아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또한, 트렌드를 끌고가는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주로 한국의 과일 소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과일소주 소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서와는 달리 과일소주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파티나 페스티벌에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과일 소주 수출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한국의 과일 소주가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술이 될 수 있을까.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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