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매년 '45억 개' 팔리는 이 라면의 정체..

조회수 2019. 4. 9. 17: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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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의 리더들과 투자자들은 몇 년째 ‘아프리카 라이징Africa Rising’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또 기다려 왔다. 2000년 무렵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집중된 점은 이해할 만하다. 젊고 도시화하고 있는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 증가하는 중산층이 있는 아프리카는 빠른 성장을 이루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갖춘 듯했다. 심지어 한 세대 전 ‘아시아의 호랑이들’이라 불렸던 동아시아 국가들을 앞설 것처럼도 보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도시 풍경)

하지만 지금은 아프리카에 기대를 걸었던 다국적기업 중 많은 수가 어려움을 겪고 좌절한 상태다. 2016년 2월, 바클레이즈은행은 기대만큼 빨리 성장하지 않는 이머징마켓 사업을 전반적으로 축소시키면서 아프리카에서 철수할 의사를 밝혔다. 


네슬레는 2015년 6월, 아프리카 대륙 21개국에서 인력을15% 감축하고 2개국에서는 완전히 철수하며 생산라인을 반으로 줄이는 등의 드라마틱한 아프리카 사업 축소를 발표했다. 서구 소비재기업의 또 다른 아이콘인 코카콜라, 영국의 다국적 제과회사인 캐드배리,배터리 전문업체인 에버레디, SAB밀러 역시 한때 위대한 기회를 갖고 있을 것이라 기대되던 아프리카 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토록 사람들을 애타게 했던 비전은, 이뤄질 것 같지만 이뤄지지 않을 꿈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수많은 대기업이 최근 아프리카 대륙을 떠났다. 경영자들을 좌절시키고 투자자들의 의지를 오랫동안 꺾어놓았던 장애물들은 크게 네가지다 : 만연한 부정부패, 준비된 인재와 인프라 부족, 그리고 성장이 덜 된 소비자 시장.

그런데 나이지리아에 라면을 소개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 있다

아마도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소비재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인도미Indomie 즉석라면은 가장 소박한 제품이기도 하다. 이 라면은 1회 식사용으로 포장돼 미국 돈으로 20센트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 거의 모든 나이지리아 국민이 이 브랜드를 안다. 인도미 팬클럽에는 15만여 명이 가입해 있고3000개 이상의 초등학교에 지부가 설치되어 있다. 이 브랜드는 ‘나이지리아 영웅들을 위한 독립기념일 기념상’을 후원하기도 한다. 모범적인 나이지리아 어린이들의 성취를 격려하기 위해서다.


인도미 브랜드와 이 브랜드를 생산하는 두필 프리마 식품Dufil Prima Foods(톨라람 그룹 계열사)은 나이지리아 사회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 이 라면이 나이지리아의 전통음식이 아니며 톨라람이 나이지리아에서 영업을 개시한 지 30년도 되지 않았다고 말해 주면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이 회사의 성장기록은 개발에 관한 통념을 근본적으로 뒤엎는다. 

톨라람 그룹은 1948년 인도네시아 말랑에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직물무역으로 출발했으며 제조업, 부동산,인프라, 은행, 소매,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88년 톨라람이 나이지리아에서 인도미 라면을 팔기 시작했을 때 나이지리아에는 투자를 할 만한 매력이 거의 없었다. 나라는 군사정권 치하에 있었으며, 9100만 명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46세였다.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56달러 정도였고 전화가 있는 사람은 인구 중 1%도 되지 않았다. 50% 정도만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을 확보할 수 있었고 37%만이 적절한 위생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78%의 인구가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 하레시Haresh(현재 매니징 디렉터)와 사젠Sajen(현 CEO)아스와니Aswani형제는 매우 저렴하고 편리한 제품을 들여와 한 나라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인도미 라면은 3분 이내에 조리할 수 있으며 달걀과 함께 끓이면 영양가 있고 저렴한 식사가 될 수 있다.하지만 나이지리아 사람들 대다수는 라면을 먹어보지 못했거나 심지어 본 적도 없었다. 두필 프리마 식품 CEO인 디팍 싱할Deepak Singhal은 이렇게 회상한다.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우리가 벌레를 판다고 생각했지요.”

출처: 나이지리아 두필 프리마 식품 홈페이지

하지만 아스와니 형제는 인구 증가세와 제품의 편의성 덕분에 나이지리아에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통념에 따라 중산층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대신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게 해줄 비즈니스 모델을 조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나이지리아 일반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하기로 결정한 만큼 톨라람은 이 나라 안에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했다. 운영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톨라람은 1995년 면발 제조시설을 나이지리아로 옮겼다. 이를 위해 공장에 전기와 물 등의 인프라를 끌어와야 했다. 싱할은 말한다. “식품기업을 운영하지만 저는 식품보다 전기 발전에 대해 더 많이 압니다.”


톨라람은 나이지리아 학교의 최우수졸업생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필요한 기술을 갖추게 하기 위해 회사에서 전기, 기계공학, 금융 등 여러 분야에 관한 훈련을 실시하는 등 교육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많은 다국적기업들은 신흥시장 관련 업무를 본국에서 파견된 주재원에게 밀어내지만,톨라람은 아프리카 사업을 이끌 리더들을 아프리카 내에서 끌어당겨온다. 

(나이지리아에서 판매되는 인도미 라면 제품)

톨라람의 투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전방과 후방 양쪽으로 운영을 통합했다. 다른 이머징 시장이나 개척단계의 시장처럼 나이지리아에도 공식적인 슈퍼마켓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공장에서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는 경로에는 제품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 지점들이 많이 있었다. 따라서 톨라람의 관리자들은 회사 소유의 트럭을 매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슈퍼마켓 공급망에 직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더 확대해 물류 창고와 일선 상점에도 투자했다.


관리자들은 상품의 분실이 확인되는 지점과 관련해 외부 파트너와 일하거나 외부적인 절차를 도입하기보다는 해당 지점에 대한 오너십을 갖고 전방 통합을 통해 정직의 문화를 끌어들였다. 그들은 경찰을 더 많이 고용하는 식으로 정직성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경찰도 종종 쉽게 부정부패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제품이 저렴하다 해도 그걸 구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질문이 톨라람으로 하여금 공급체인에 투자하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나이지라아의 두필 프리마 식품 계열사들)

서플라이체인의 상위 단계에서는 투입되는 재료 거의 모두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외부 공급업체들이 품질과 비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계약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톨라람은 현재 인도미 라면 제조에 필요한 투입재료 중 92%를 직접 통제하고 있다. 그 재료들을 생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에 13개의 제조공장을 운영한다.


톨라람의 시장 창조 전략은 결실을 맺었다. 오늘날 이 회사는 나이지리아에서 매년 포장라면 45억 개를 판매한다. 물류를 위해 1000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 운영하고 있으며, 7500명 이상의 직원을 직접 고용했고1000개의 독점 유통업체와 60만 개의 소매점으로 구성된 가치체인을 만들었다. 또한 연간 거의 1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세금으로 나이지리아 정부 국고에 약 1억 달러를 기여하고 있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7년 4월호
필자 에포사 오조모,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 데릭 반 베버
인터비즈 강병기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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