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대박쳤다"는 한국의 이것..

조회수 2019. 5. 12. 12: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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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베트남 시장으로 진출했던 CJ CGV가 베트남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1위 극장사업자인 CJ CGV의 베트남 현지법인(이하 CGV베트남)은 베트남 최대의 영화 사업자다. 8년 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이래 2018년 상반기 누적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2017년 8월엔 베트남 전국 박스오피스 기준 약 48%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이미 2016년 1000억 원을 돌파(1111억 원)해 2017년 1306억 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두 자릿수 증가율(2016년 22%, 2017년 18%)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 또한 2018년 2분기 기준 52억 원을 기록하며 2017년 대비 23.8%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명실공히 CJ CGV의 해외 법인 중 가장 실적이 좋은 ‘효자 법인’이다.  

(베트남 하노이 CGV이온 롱비엔)

사실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건 롯데시네마다. 지난 2008년 5월, 롯데시네마는 당시 베트남에서 영화관 두 곳을 운영하던 한국-베트남 합작회사인 DMC(Diamond Cinema Joint Venture Company)를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에 입성했다. CJ CGV가 베트남에 발을 들여놓은 건 그로부터 3년 여가 지난 2011년 7월. 현지 1위 로컬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스타(Megastar Media Company)를 인수하며 시장 진출과 동시에 업계 1위에 올랐다.

(2018년 8월 기준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극장 수는 총 168개다. 이 중 CGV가 61곳, 롯데시네마가 38곳으로 업계 1, 2위 모두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내 극장 및 스크린 수를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CGV베트남은 8년 전 7개 극장, 54개 스크린으로 베트남에서 영화 사업(초기 2년 반은 메가스타 브랜드 유지)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61개 극장(2014년 1월 메가스타에서 CGV로 브랜드 일괄 변경)에서 367개 스크린을 운영 중이다. 


2011년 당시 업계 2위였던 현지 극장사업자 갤럭시(3개 극장)는 2018년 8월 기준 업계 3위(14개 극장)로 내려앉았다. 베트남 영화 시장 2위는 또 다른 국내업체인 롯데시네마(38개 극장)로, 베트남 시장 1, 2위 모두를 한국 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다.

고급 인테리어, 특별관 도입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CGV베트남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이며 베트남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우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CGV베트남은 메가스타에서 CGV로 브랜드를 전환한 2014년 1월을 기해 주요 CGV 극장(플래그십 극장인 CGV 하노이 빈컴과 CGV 호찌민 흥붕)에 스윗박스(sweet box, 높은 등받이와 의자 양옆 가림막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는 커플 좌석) 등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적용하며 새롭게 달라진 CGV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주력했다.

(스윗박스)

동시에 CGV 브랜드 로고가 박힌 빨간색 오토바이 100대를 동원해 거리를 활주하고 다니는 ‘레드 퍼레이드(Red Parade)’도 진행했다. 오토바이가 중요한 교통수단인 베트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기획된 이 마케팅 캠페인은 당시 HTV(베트남 호찌민 최대 공영방송), VTV(하노이 최대 공영방송) 등 현지 주요 TV 채널에 소개됐을 정도로 베트남 현지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골드클래스)

또한 핵심 상권에 영화관을 오픈할 때마다 골드클래스, 라무르(침대관) 같은 프리미엄 특별관을 마련했고, 베트남에선 유일하게 테크놀로지 특별관인 4DX와 IMAX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영화관'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는 평균 티켓가격을 경쟁사 대비 약 13~36%나 높게 책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됨으로써 회사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됐다.

적극적인 SNS 마케팅으로 젊은 관람객 유인

베트남 젊은이들의 SNS 사용 비율이 아시아 평균을 훨씬 웃돈다는 점에 주목, 페이스북을 통한 SNS 마케팅에 적극 힘쓴 점도 CGV베트남의 급성장에 큰 원동력이 됐다. 가령 CGV베트남은 영화 배급사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상영작 및 상영 예정작의 특별 영상과 스틸컷을 CGV 페이스북에 조기 포스팅하는 등 다각도의 활동을 펼쳤다. 


특히 페이스북을 단순 이벤트를 공지하거나 프로모션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베트남을 대표하는 영화 정보 채널로 인식시키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구체적으로 △화제작 주인공 집중 탐구 스토리 △배우나 감독의 무대 행사 스케치 △애니메이션 의상을 따라 입은 관객들의 사진 게재 등 다양한 각도에서 영화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CGV베트남 페이스북 화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 통로가 오직 신문 광고나 극장에서 자체 제작한 홍보 전단지에 불과한 상황에서 CGV베트남의 적극적인 소셜 마케팅 노력은 베트남 젊은층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2018년 8월 기준으로 CGV 베트남 페이스북 팬 페이지 회원 수는 284만 명으로, 동일기간 한국 페이스북 팬페이지 회원 수(274만 명)보다 많다. CGV가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는 극장 수가 61곳으로 한국에 있는 CGV 극장 수(153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 내 CGV 페이스북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영화 배급업 겸해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

현지 배급 사업을 겸하며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에 성공한 것도 주효했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별로 전담 팀을 따로 두고 각 영화 특성에 맞춰 맞춤화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CGV베트남은 현재 베트남 영화 배급 사업 점유율 70%(2018년 7월 누계 기준)를 차지하며 현지 1위 배급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베트남 역대 박스 오피스 수익 상위 10편(할리우드 스튜디오 제작 영화 7편, 베트남 현지 제작 영화 3편) 모두 CGV베트남을 통해 배급됐을 정도다.

(베트남 현지 제작 영화 중 역대 박스 오피스 수익 상위 세 편. 왼쪽부터 <엠쭈어무이땀(Em Chua 18, 2017년 개봉)>,<시우사우시우응옥(Sieu Sao Sieu Ngo, 2018년 개봉)>, <데마이뜬하이(De Mai Tinh 2, 2014년 개봉))

특히 CGV베트남은 자사가 배급한 작품이 역대 로컬영화 상위 10편 중 8편에 달할 정도로 로컬영화 편성에도 힘쓰고 있다. 베트남 현지 영화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로컬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CGV베트남은 베트남 청년 영화인과 현지 콘텐츠 발굴을 위해 해마다 ‘시나리오 공모전’도 개최하고 있다. 


현지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CGV 극장 안에 아트하우스를 개관하고 영화 창작 교육을 지원하는 ‘베트남 토토의 작업실’을 운영하는 등 CSV(공유가치창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비록 외국 기업(한국 기업)이지만 자국(베트남)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현지 영화 산업과의 상생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CGV베트남이 해마다 진행하는 시나리오 공모전 포스터)

베트남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다. 2017년 기준 베트남 인구는 9400만 여 명으로 세계 15위 수준의 인구수를 갖추고 있다. 특히 39세 미만의 젊은층이 전체 인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더해 GDP 성장률은 연평균 7%에 육박해 향후 문화 및 레저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출처: *이미지 출처: CJ CGV
(베트남 CGV빈콤투덕에서 2017년 진행한 현지 영화 <엠쭈어무이땀(Em Chua 18)>의 팬 미팅 행사)

CJ CGV는 베트남에서의 시장지배력과 베트남 영화산업의 성장가능성을 토대로 지난해 CJ CGV 베트남 홀딩스(CJ CGV Vietnam Holdings)를 국내 상장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CJ CGV 베트남홀딩스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지난해 잘나가던 CJ CGV가 살짝 '삐끗'했지만 영화관 사이트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가면서 오감 체험 영화관인 4DX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인터비즈 이방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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