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억만장자 재산 "반토막" 난 사연

조회수 2019. 4. 5.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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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 창업자 겸 CEO 에반 스피겔은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1990년생) 역대 최연소 억만장자 타이틀을 얻었다. 그런데 그게 정점이었다. 스냅 기업 가치는 그 이후 연일 내리막이다.

성장에 제동이 걸린 스냅챗이 위기 타파를 위해 자체 제작 영상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스냅챗은 새로운 '스냅 오리지널' 콘텐츠 12편 목록을 공개했다. 스냅 오리지널에는 유명 크리에이터와 작가들이 제작에 참여해 드라마, TV쇼, 다큐 시리즈 등 다양한 종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콘텐츠는 스냅챗 정체성에 맞게 '세로 영상'으로 제공된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의 대히트로 성공의 초석을 깔았듯, 스냅챗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동영상 콘텐츠로 다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수직적으로 생각하라(Think Vertically)"... 드라마도 '세로로 촬영'

2011년 처음 선보인 스냅챗은 수신 후 10초 후 자동 삭제되는 메시지와, 다양한 필터로 꾸민 사진·동영상 서비스로 미국과 유럽의 10대, 20대 초반 세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스냅챗 전매특허인 세로 형태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서비스 개시 후 처음으로 사용자가 감소하는 등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2분기 일 사용자(DAU)는 1억8800만명으로 1분기보다 약 300만명이나 줄었다. SNS 산업의 하락세와 CEO 리스크, 경쟁사인 인스타그램의 주요 기능 베끼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시 이용자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스냅챗이 꺼내든 카드는 '세로 영상'이다. 스냅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들은 모두 세로로 촬영됐다. TV나 PC 같은 전통적인 '가로형' 디스플레이 채널은 신경 쓰지 않고, 철저히 스냅챗의 고향인 모바일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스냅챗 창업자 겸 CEO 에반 스피겔이 한 인터뷰에서 한 "수직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스냅챗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출처: 스냅챗 어플 캡처
(스냅챗 어플 내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디스커버'. 각종 언론사들이 편집한 이미지 뉴스와 개인 방송 영상들이 업로드되는 공간이다. 카카오톡의 '#'과 유사하다. 디스커버에 올라오는 모든 이미지와 영상들은 '세로 형식'으로 제공된다.)

3D 영화를 촬영할 때 새로운 연출이 필요하듯, 세로 영상도 기존 가로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스냅 오리지널 영상들은 피사체에 집중하기 좋은 수직 구도의 장점을 살려 인물의 얼굴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촬영됐다. 공간을 좁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단점은 분할 스크린과 비디오 그래픽 요소들을 활용한 참신한 연출로 극복하려 했다.

예를 들어 인물들이 대화하는 장면은 화면을 상하 둘로 나눠 한 사람씩을 화면에 담는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과 표정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두 사람 모두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핸드폰을 이용해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은 얼굴을 클로즈업해 표정을 생생하게 담으면서 메시지 내용을 화면에 함께 띄우는 연출을 시도했다.

출처: 스냅챗 어플 내 캡처
(스냅 오리지널 드라마 콘텐츠)

세로 구도에 대한 자신감은 스냅챗의 자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스냅챗이 디스커버(언론 매체가 공급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스냅챗 서비스)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세로화면으로 제작된 동영상 광고를 끝까지 볼 확률이 가로보다 9배나 높았다고 한다.

뛰어넘기가 불가능한 5~6초 분량 광고가 삽입된 오리지널 콘텐츠는 스냅챗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직접 들어가다... 스냅챗 '렌즈' 활용한 AR 서비스

또 한 가지, 스냅 오리지널이 내놓은 콘텐츠 서비스 중 눈길을 끄는 건 증강현실(AR)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그 장면 속에 내가 직접 들어가 있는 순간을 그려볼 때가 있지 않은가? 스냅 오리지널 콘텐츠는 스냅챗 '포털 렌즈' 기능을 통해 이 꿈을 실현시켜 준다.


'포털 렌즈'는 기존에 스냅챗이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필터' 효과 중 하나다. 스냅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저마다 포털 렌즈를 이용해 AR로 체험할 수 있는 특정한 드라마 속 장면들을 제공한다.


포털 렌즈를 통해 제공되는 장면은 콘텐츠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어 Endless Summer라는 청춘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이 해변에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AR로 제공한다. 해당 드라마 페이지에 들어가 포털 렌즈를 키면, 스마트폰에 드라마 속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증강현실 문이 생긴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드라마 속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출처: Snap Inc
('포털 렌즈'를 이용하면 이렇게 내 책상 위, 혹은 방 한가운데에 드라마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띄워 입장해 볼 수 있다)

비록 드라마 한 화 전체를 AR로 체험할 수는 없지만,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를 통째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시선을 끌기 충분한 매력적인 요소임에 분명하다.


모든 드라마가 실제 장면 중 하나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Lies class of Set'같은 추리 스릴러 드라마의 경우, 주인공들이 사건을 겪는 기숙사를 시청자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방 자체를 AR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때 방은 실제 동영상이나 사진이 아닌 그래픽으로 꾸며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AR 서비스가 단순한 일회용 홍보에 불과할 것이라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스냅 오리지널 콘텐츠 부대표인 션 밀스(Sean Mills)는 FastCompany와의 인터뷰에서 "AR은 일회성 홍보에 불과한 콘텐츠가 아니라, 향후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단순히 화제를 모으는 목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스냅 오리지널의 주력 콘텐츠로서 활용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스냅챗은 자체 제작 드라마를 통해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스냅은 2017년 상장 당시 시가총액 최고 240억 달러(약 27조 4000억 원)를 기록했다. 스냅 창업자 겸 CEO 에반 스피겔은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1990년생) 역대 최연소 억만장자 타이틀을 얻었다. 그런데 그게 정점이었다. 스냅 기업 가치는 그 이후 연일 내리막이다. 2017년 상장 초기 주당 27달러였던 스냅챗 주가는 지난해 9월 16일 7.25달러까지 곤두박칠쳤고, 시가총액은 90억 달러(약 10조 1889억 원)로 떨어졌다. 한때 55억 달러(약 6조 1930억 원)에 달했던 스피겔의 자산 규모 역시 지금은 17억 달러(약 1조 9261억 원)로 쪼그라들었다. 

스냅 오리지널은 위기의 스냅챗과 스피겔이 그야말로 벼랑 끝에서 던지는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 및 전문가들은 스냅 오리지널의 성공 여부는 결국 형식이나 기술보다는 '킬러 콘텐츠' 여부에 달렸다고 보는 듯하다. 스냅은 과연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나 HBO의 '왕좌의 게임'같은 상징적인 콘텐츠를 배출하는 데 성공하며 대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한때 페이스북의 아성을 넘보기도 했던 이 유니콘 기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비즈 권성한,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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