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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히 PPT 버린 이 회사.. "지금 세계 1위입니다"

조회수 2019. 3. 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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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편집
(정태영 부회장의 페이스북 글)

2016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PPT 금지령'의 효과를 정리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기업들은 PPT(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발표와 회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PPT를 이용하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PPT를 만들어야 하는 직원들은 더 예쁜 이미지와 글씨체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또한, 논리 체계가 드러나지 않는 슬라이드를 보며 회의를 해야 하는 탓에 논의가 핵심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이를 파악한 정 부회장은 과감히 관행을 깨고 사내 PPT 사용을 금지시켰다. 디자인에 신경 쓸 시간을 줄이고 본질적인 업무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정 부회장의 조치는 국내 기업들의 회의 문화를 바꾸는 시발점이 됐고, 현재 두산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이를 본떠 PPT 금지령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PPT 금지령의 도입은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이 크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예전부터 '제로 PPT(Zero Powerpoint)'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들은 불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디자인이나 형식보다는 본질적인 내용에 충실한 회의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출처: 동아 DB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

혁신적인 회의 문화를 가진 기업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이끄는 '아마존'은 더 빠른,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회의 방식으로 유명하다. "회의가 그냥 회의지 별다를 것 있겠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의 회의 방식을 살펴보면 다른 기업들에서 찾을 수 없는 특별함이 숨어있다. 2019년 1월 7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기업 아마존, 그들만의 회의 방식을 자세히 파헤쳐 보자.

모든 회의 내용이 담겨있는 '6쪽짜리 메모'

아마존의 회의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6쪽 분량의 내러티브 메모(Six-Page Narrative Memos)'다. 직원들은 회의가 시작하기 전 약 30분간 회의 내용이 담긴 이 메모를 읽는다. 이 메모는 목차나 화살표 없이 완전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이 여섯 장의 '줄글'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과 질문을 정리한다. 회의가 시작되면 충분히 숙지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직원들 간의 치열한 토론이 진행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마존 직원들은 각자 6쪽 분량의 메모를 읽은 후 회의를 시작한다)

사전에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고민한 후에 회의를 시작하는 것은 회의의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킨다. 누구나 동등한 정보를 공유한 상태에서 회의를 시작하기 때문에 도중에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미 알고 있거나 공유하는 내용이 아니라 반드시 논의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면 그만큼 회의 시간은 큰 폭으로 단축된다. 같은 결론을 이전보다 짧은 시간에 도출함으로써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핵심 논의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는 것 또한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포브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제프 베조스는 "내러티브 구조로 된 메모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각 사안의 연결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는 데 더 낫다."라고 주장한다. 메모를 읽음으로써 중심적인 회의 내용과 함께 안건의 상대적 중요도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논의들을 하느라 그동안 회의 시간에 버린 시간을 생각한다면,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회의가 생산성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6쪽 내러티브 메모의 힘은 회의를 할 때뿐만 아니라 메모를 작성할 때에도 발휘된다. 얼핏 PPT를 만드는 것보다 그냥 문서를 만드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목차나 항목 구분 없이 줄글로 6쪽을 채우는 것은 PPT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디자인이나 그래프로 부실한 내용을 포장할 수 없기 때문에 문서 속 글의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논리정연하게 메모를 작성하는 것은 오히려 PPT를 만드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할 때가 많다. 다만 PPT를 만들 때 디자인에 쏟던 노력은 형식적인 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메모를 작성할 때에는 노력의 초점이 논리와 아이디어에 맞추어져 있다. 실질적인 내용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쏟는 것은 오히려 회의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제프 베조스는 "내러티브 메모를 작성하면서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명확해지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피자 두 판의 규칙, Two Pizza Rule

아마존의 또 다른 회의 방식은 '피자 두 판의 규칙(Two Pizza Rule)'이다. 회의실 안에 들어오는 적정 인원은 피자 두 판으로 충분히 먹일 수 있는 인원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피자 두 판으로 먹일 수 있는 인원이라면 적게는 6명, 많게는 10명 정도다. 이 규칙은 조직 규모에 따라서는 다소 무리한 제약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는 회의 인원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생산성의 저하가 무엇보다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피자 두 판을 먹을 인원수가 적정 회의 인원 수이다.)

인원수에 대한 고려가 없는 회의의 결론은 일방적인 통보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다. 회의 인원이 많아지면 규모가 커진 만큼 회의 시간은 길어지지만 반대로 집중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회의에서는 개인의 발언 기회가 적어 직원 각자의 아이디어가 회의에 반영되기 어렵다. 또, 좋은 아이디어를 꺼내고 싶지만 다른 업무를 하는 동료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눈치를 보는 직원들도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는 '무임승차(free-riding)'다. 개인의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부각되지 않는 회의에서는 직원들이 굳이 열심히 회의를 준비할 이유가 없다. 회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준비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회의실 안에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일한 태도가 확산되면 결국 발표자와 상급자의 의견 위주로 회의가 진행된다. 일방적이고 무비판적인 회의실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


작은 팀 단위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회의를 하는 아마존의 규칙은 인원수로 인해 회의 시간이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것을 막는다. 또한, 개인의 생각과 논리에 집중하여 직원들의 창의성을 부각시킨다. 자연스럽게 회의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회의 시간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철저하게 준비하게 된다. 회의 인원을 제한했을 뿐인데 회사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직원들은 더욱 능동적,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발 빠른 시장 대응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러한 생산적인 회의 방식에 있다. '6쪽 내러티브 메모'와 '피자 두 판의 규칙'이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마존의 회의 방식은 적어도 현재 어떤 기업의 회의 방식이 생산적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줄 것이다. 회사가 혁신하는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당장 회의 방식만 적절히 바꾸더라도 경쟁사보다 월등한 생산성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inter-biz@naver.com

참고 자료

- Erik Larson, "How Jeff Bezos Uses Faster, Better Decisions To Keep Amazon Innovating", Forbes, 2018.09.24., https://www.forbes.com/sites/eriklarson/2018/09/24/how-jeff-bezos-uses-faster-better-decisions-to-keep-amazon-innovating/#487beb897a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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