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와도 도망 안 가" 타타그룹 호텔 직원들.. 왜?

조회수 2019. 3. 6. 1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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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당신이 일하는 호텔에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난입했다. 총탄이 날아다니고 사방은 비명으로 가득하다. 이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총탄과 비명 속에서 고객 곁 지킨 직원들
출처: 네이버 영화 <호텔 타지마할> 스틸컷
(인도 뭄바이의 타지마할 호텔. 영화 <호텔 타지마할>에서 테러가 났을 당시 상황을 연출한 모습)

2008년 11월 26일, 인도 타타그룹이 소유한 '타지마할호텔'에 테러리스트들이 침입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직원과 손님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호텔에 불이 났고 인질 190여 명이 숨졌으며 3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만약 당신이 이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 총탄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두려움과 공포가 극도로 밀려온다. 빨리 빠져나가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도망갈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타지마할호텔의 직원들은 달랐다. 호텔의 내부구조를 잘 아는 직원들은 테러리스트의 눈을 피해 대피할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고객을 팽개치고 도망치지 않았다.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현장에서 고객을 보호하려 애썼다. 모든 직원이 고객 곁을 지켰고, 이 결정에 반기를 든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타타그룹은 인도의 국민기업이다. 100여 개의 사업군을 거느리며 100조 가량의 연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이기도 한 타타그룹은 국민의 행복을 주주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당시 타타그룹의 회장이었던 라탄 타타 명예회장은 사고 이전부터 기업의 비전과 존재 이유를 직원들과 공유했다. 비전은 직원들에게 체화돼 있었다. 직원들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더 나아가 국민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했다. 물질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위기에도 고객을 살피고 희생했던 것이다. 타지마할호텔 사례는 경영진과 직원이 비전을 공유한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타타그룹 홈페이지
(라탄 타타그룹 명예 회장)

라탄 타타 명예 회장은 사건이 종료된 후 직원의 대처를 듣고 크게 감동했다. 그는 생존한 직원에게 포상한 것은 물론 숨진 직원의 가족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숨진 직원의 경우 정년인 만 60세가 되는 시점까지 유가족에게 대신 급료를 지불했다. 또 유가족의 의료보험과 자녀의 평생교육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자녀 교육의 경우 전 세계 어느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도 회사가 그 비용을 모두 지불하기로 했다.

폭설내리자 고객 안전위해 4000달러 포기 결정 내린 직원들
출처: 홀푸드마켓 홈페이지
(홀푸드마켓 직원들)

홀푸드마켓은 유기농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이다. 폭설이 내리던 2007년 겨울, 코네티컷 주 웨스트하트퍼드시 인근 홀푸드마켓 매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결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고 직원들은 고장 원인을 찾지 못했다. 계산을 기다리던 손님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직원들은 고민했다.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스템을 복구할 때까지 손님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매장 밖에는 엄청난 눈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고민하던 직원들은 잠시 후 안내 방송을 실시했다.


"고객 여러분, 시스템 오류로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현재 폭설이 내리고 있으니 시스템이 복구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 귀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돌아가라는 말에 고객들이 참았던 불만을 터뜨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안내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안내가 흘러나왔다.


"대신 물건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구매하려던 물건은 그냥 가져가셔도 됩니다."


직원들은 계산대 시스템이 복구될 때까지 약 30분 동안 고객이 구매하려던 제품의 값을 받지 않았다. 이때 포기해야 했던 금액은 약 4000달러(약 450만 원)였다. 그런데 이 결정은 홀푸드마켓 본사가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직원들은 결정을 내리고 즉시 보고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직원들의 자율적인 결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했을까.

출처: 홀푸드마켓 홈페이지
(홀푸드마켓 직원들)

홀푸드마켓의 창업자 존 매키는 조직의 분리, 위임, 협력을 통해 혁신을 추구하고 기업과 사회가 상생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그래서 직원에게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해 자사의 경영철학을 '하나의 꿈'으로 응집하려고 했다. 미국 전역 490여 개의 매장은 본사의 승인, 허락을 받지 않고 신제품 판매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본사가 책임과 권한을 매장에 위임한 것이다. 매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제품 등의 판매도 장려된다. 채용 역시 경영자가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결정한다. 30~90일의 수습기간을 마치면 팀원들이 투표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 경영자의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투명 경영'과 '과감한 복지제도'도 주목된다. 미국에서 홀푸드마켓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 CEO들이 받는 연봉은 직원 평균 연봉의 400~500배에 달한다. 하지만 홀푸드마켓의 회장 등 임원의 연봉은 직원 평균 연봉의 19배를 넘을 수 없다. 매키 회장은 2007년에 앞으로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매키 회장은 블로그에 “돈을 목적으로 일할 때는 지났다. 이제 일에서 보람을 얻을 때가 됐다”고 썼다. 또, 모든 직원에게 1인당 약 3000달러(약 340만 원) 정도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홀푸드마켓은 9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포춘)에 선정됐다. 이직률이 높은 유통업계에서 홀푸드마켓의 이직률은 10%에 불과하다. 비결은 직원 스스로일하는 자율적인 조직문화와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체계에 있다. 홀푸드마켓의 회장 존 매키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사회 구성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치의 핵심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며 사람들이 환경과 자원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홀푸드마켓은 최소 5%의 이익금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한다. 직원들이 지역사회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연간 유급휴가로 20시간을 제공한다. 홀푸드마켓은 회사의 비전을 직원들과 교감하고 공유했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함께 비전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직원과 경영진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타타그룹과 홀푸드마켓 모두 자사의 비전을 전직원과 공유해 위기를 극복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각자 자기의 자리를 지켰고, 이는 직원들을 지지하는 회사의 신뢰에서 비롯됐다. 신뢰를 바탕으로 비전을 공유하는 것.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기업의 비결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53호
필자 서진영

인터비즈 최예지, 임현석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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