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 새벽 배송, 빠른 배송의 그림자

조회수 2019. 2. 2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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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여자의 허리 높이정도까지 쌓인 박스들(좌) 포장지를 뜯어보니 나온 것은 한뼘이 조금 넘는 가로길이의 초콜릿 박스 4개와, 갑휴지 크기의 과자, 은색포상지 속의 코코아 분말, 그리고 150ml의 화장품이 들어있는 박스 하나였다(우)

신선도 유지, 파손 방지..과대포장의 다양한 이유들

새벽 배송 업체들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 과대포장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벽에 배송을 완료한 후 사람들이 제품을 수령할 때까지 신선도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아이스팩을 많이 사용하게 되며 식품별로 포장재를 구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박스의 크기가 커지거나 물건 하나하나를 따로 포장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 물건의 파손을 막기 위함도 하나의 이유이다. 과도한 합포장으로 물건이 파손되면 반품 및 교환을 위해 회수하고 재발송해야 하는데 이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처음부터 물건을 각각 포장한 뒤 배송해야한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출처: 동아닷컴
(유리컵 2개를 주문했을 때 함께 배송되는 포장재. 박스가 유리컵 부피의 2배 가량되는 크기이다)

배송 과정상의 편의를 위해서 과대포장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가지 상품을 주문하는 경우 모든 상품이 한 곳에서 배송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출고를 위해 각각의 배송지에서 하나씩 포장한 후 수량만큼 출고해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배송의 신속성이 브랜드 경쟁력의 주 요인이 되면서 시간 경쟁이 가속화됐고 배송의 외주가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이런 현상이 심해지기도 했다.

출처: 환경부 보도·해명 페이지 캡처

환경부는 계속되는 논란에 ‘과대포장 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은 △재사용 가능 포장재 사용 △종이 완충제 전환 △친환경 보냉제 사용 △포장공간비율을 줄인 적정 포장재 사용 등이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어느정도일지는 미지수다.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일 뿐 법적 제재의 근거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대형 온라인 몰의 경우 직접 포장 및 배송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준수가 가능하지만 판매사(협력사) 배송 상품에 대해선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한다. 온라인 몰의 대다수는 판매중개업체로 직접 포장을 하는 업체가 아니라서 몇몇 대형업체와의 협약만으로는 과대 포장 저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또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몰을 운영하는 소규모 영세 사업자의 경우에는 상품을 자체적으로 포장 후 발송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친환경 포장재로 교체할 것을 주문하게 되면 비용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유통주요업체와 올해 중으로 협약을 체결하여 자발적 유통포장재 사용감축을 이끌'고 '올해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시범 적용하여 평가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장 여건을 감안하여 법적 규제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 법적 기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의와 친환경 두마리 토끼를 위해 나아가는 작지만 큰 한 발자국

과대포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소비자의 걱정과 요구가 빗발침에 따라 현대홈쇼핑은 ‘북극곰은 아이스팩을 좋아해’라는 이름의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아이스팩이 화학성분의 젤 형태로 이루어져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어 아이스팩을 기업 측에서 회수 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추진됐다. 1차 캠페인에서 인기를 끌어 2차까지 진행한 이 캠페인은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받아 선발된 참가자들이 택배로 20개의 아이스팩을 보내면 5000 hPoint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과대포장 논란에 이름이 올랐던 마켓컬리도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스티로폼 회수와 더불어 친환경 냉장박스인 에코박스 V2를 개발하기도 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이 포장재는 기존의 포장재와 동일한 보냉력을 유지하면서도 포장재 전체가 재활용 될 수 있도록 100% 재생지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하게 GS 프레시 또한 친환경 배송박스를 도입했다. 이 박스는 이중 골판지와 박스 틈새 최소화로 보냉력을 강화해 신선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동봉되는 아이스팩도 폐기시 봉투를 뜯고 싱크대나 화장실에 흘려보내는 것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의 친환경 방안에 대한 고민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라사이클은 자원 순환 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선도하겠다는 목표 아래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새 제품으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Loop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Loop는 상품을 재사용 및 재생가능용기에 담아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용기 속 내용물을 모두 쓴 이후에는 그 용기를 수거해가는 시스템이다. 현재 유니레버, P&G, 네슬레, 코카콜라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테라사이클은 2019년과 2020년에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비즈 신유진,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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